- ‘톱10’ 평균 근속연수 남성 6년 2개월, 여성 5년 그쳐
- 평균 근속연수 3년에도 못 미치는 기업까지
패션·섬유업계 직원들이 ‘백조’라 불리는 이유는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전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2년 8개월. 회사 사정이 녹록하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매출 9103억원을 올리고 있는 섬유·패션업계 10위(2019년 말 상장사 매출 외형 기준)인 에프앤에프(F&F) 노동자 342명의 현실이다.

섬유·패션업계 노동자들의 짧은 근속연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봉과 과로, 일부 경영진의 부도덕한 인사 처우 등이 겹치면서 업계에 고착화된 이직 문화가 일반화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매출 3조원이 넘는 업계 1위부터 1조원 내외의 10위권까지 이른바 섬유·패션업계 ‘톱10’ 기업들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6년을 못 채우는 상황이다.

◆ 신성통상·F&F ‘적게 받고 짧게 다닌다’

섬유·패션업계 종사자는 통상 백조로 비유된다. 겉보기에 화려하지만 업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박봉, 잦은 이직, 과로와 싸운다. 섬유·패션업계 일자리의 민낯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섬유·패션 상장 기업 1위부터 10위까지(매출 기준)의 사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남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6년 2개월, 여성 직원들은 5년에 불과했다.

2018년 말 사업 보고서에 나타난 이들 기업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6년 7개월, 여성 5년 1개월이었지만 업계 불황에 일부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단행해 근속연수가 줄어들었다.

업계 ‘톱10’만 분석한 만큼 이들 직원들의 연봉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업계 평균 추산치(남성 5000만원, 여성 3700만원)보다 높은 남성 7419만원, 여성 5689만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기업들 간 격차가 커 임금에 따른 근속연수의 차이를 보였다. 즉, 연봉이 높으면 근속연수도 높고 연봉이 낮으면 근속연수도 낮은 셈이다.

연봉이 가장 적은 기업은 최근 일방적인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논란에 휩싸인 신성통상이다. 매출 1조887억원으로 섬유·패션업계(상장사 기준) 8위에 오른 신성통상은 수출·패션 등의 부서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 403명(기간제 43명)의 평균 연봉이 4720만원(반기 보고서 2360만원으로 2배 적용), 여성 직원 386명(기간제 56명)의 평균 연봉은 4520만원이었다.

10위권 내 기업 중 가장 적은 연봉으로 이곳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3년 8개월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여성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3년으로 업계 평균 대비 짧다는 점이다.

특히 패션 부문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은 2.7년에 불과했다. 육아 휴직을 내면 권고사직을 당한다는 제보가 잇따를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러한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기업은 에프앤에프다. 남성 직원 2년 5개월, 여성 직원 3년 4개월로 평균 2년 8개월을 기록했다. 연봉은 남성 직원 6900만원, 여성 직원은 5300만원으로 조사됐다.

매출 1조8517억원으로 업계 4위인 LF의 근속연수도 업계 ‘톱10’ 평균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F에는 남성 직원 467명(기간제 9명 포함)의 평균 근속연수는 5년, 여성 직원은 4년이었다.

평균 연봉은 업계 평균치보다 높은 남성 직원 8300만원, 여성 직원 6600만원이었는데 이는 최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새로운 인력을 대거 충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 1조2590억원을 올리는 업계 7위 한섬도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평균치에 못 미쳤다. 한섬은 남성 직원 443명(기간제 19명 포함)이 5년 7개월, 여성 직원 1014명(기간제 13명 포함)이 4년 4개월을 각각 근무하고 있다. 평균 연봉 역시 남성 직원 6400만원, 여성 직원 5200만원으로 평균치에 못 미친다.
패션·섬유업계 직원들이 ‘백조’라 불리는 이유는
패션·섬유업계 직원들이 ‘백조’라 불리는 이유는
패션·섬유업계 직원들이 ‘백조’라 불리는 이유는
패션·섬유업계 직원들이 ‘백조’라 불리는 이유는
패션·섬유업계 직원들이 ‘백조’라 불리는 이유는

◆ 연봉-근속 정비례, 삼성물산 연봉 톱


반면 매출 1조7320억원으로 업계 5위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연봉·근속연수 모두 1위에 올라 섬유·패션업계 내 ‘꿈의 직장’ 자리에 올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직원의 평균 연봉은 남성 1억1000만원, 여성 6900만원이었다.

건설·상사·레저 등이 포함된 전 사업부문 기준 집계 자료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연봉은 패션업계 톱 수준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근속연수도 연봉과 비례해 남성은 10년 8개월, 여성은 8년 3개월을 각각 기록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연봉과 근속연수가 꼭 비례하지는 않지만 업계 1위인 휠라홀딩스도 무난한 수준이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3조4504억원을 올리며 업계 1위에 올랐는데 남성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400만원, 여성 직원은 5700만원으로 조사됐다. 근속연수는 남성 직원 7년, 여성 직원 4년 4개월이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매출이 급감해 9729억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치며 업계 9위까지 밀렸지만 직원들의 이탈은 보이지 않았다. 코오롱FnC 패션직군 직원들은 남성이 9년 6개월, 여성이 6년 4개월을 각각 기록하며 삼성물산 패션부문 다음으로 장기 근속자가 많았다. 평균 연봉은 남성 직원 6170만원, 여성 직원 5180만원이었다.

업계 2위와 3위인 영원무역(매출 2조3883억원)과 한세실업(1조9224억원)은 톱10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영원무역 남성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6년 1개월, 평균 연봉은 6700만원이었다. 여성 직원은 6년 10개월 근속연수에 5700만원의 평균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세실업은 남성 직원들이 평균 연봉 7400만원을 받으며 평균 근속연수 6년 4개월, 여성 직원들은 평균 연봉 6090만원과 근속연수 4년 7개월을 기록했다.

한편 근속 기간과 연봉에서의 남녀 성차는 여전했다. 산업의 특성상 여성 노동자의 숫자가 많은 편이지만 기여도에 상응하는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여성 인력이 많지만 여전히 육아휴직을 쓰는 데도 눈치를 봐야 하고 여성 편의 시설을 제대로 갖춘 회사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같은 문화가 여성의 장기근속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6호(2020.05.09 ~ 2020.05.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