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관제센터에서 모든 사업장 통합 관리…900억 투자받고 2600여 개 주차장 확보
파킹클라우드, 대기업 제치고 1조5000억 주차장 시장 ‘최강자’ 된 비결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웬만한 규모를 갖춘 상업 시설은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면 대부분 무인으로 운영되는 주차 기계가 번호판을 인식하고 문을 열어준다. 볼일을 마치고 나갈 때도 주차 기계가 정차 시간과 비용을 순식간에 계산하고 알려줘 빠른 출차를 돕는다.

최근에는 아파트나 규모가 작은 ‘꼬마 빌딩’에서도 이런 방식의 주차 시스템은 그리 특별하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흔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이런 편리한 주차 시스템은 사실 전문 주차장 운영 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건물을 소유한 법인이나 개인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주차장 관리를 맡기는 것이다.

주차장 운영 방식을 효율화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수년 전부터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급성장을 거듭한 주차장 시장은 약 1조50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GS와 AJ 같은 대기업들도 군침을 흘리며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현재 시장에서 1위(주차장 수 기준)를 기록 중인 업체는 다소 의외다.

주인공은 파킹클라우드다. 자체 개발한 주차 플랫폼 ‘아이파킹’을 통해 대기업들을 제치고 주차장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차별화’ 위해 기술 개발 전력투구


파킹클라우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아이파킹 주차장은 약 2560개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GS파크24·AJ파크·아마노코리아 등은 자사가 확보한 주차장 수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1위’라고 강조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파킹클라우드 관계자는 “경쟁사들과 격차가 미미했다면 ‘1위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것을 망설였겠지만 시장 조사를 통해 이미 확보한 주차장 수 차이가 현저히 벌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것이 우리가 선두라는 것을 주저 없이 내세우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파킹클라우드가 주차장 운영 사업에 손을 뻗친 시점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파킹클라우드를 설립한 신상용 대표는 10여 년간 주차장 운영 관련 업계에서 근무한 직장인이었다.

2009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창업한 것이 파킹클라우드인데 당초 주차장 운영과 관련한 컨설팅을 위주로 회사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주차장 위탁 운영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주목한 그는 자신이 직접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2015년 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론칭과 함께 부산에 처음으로 아이파킹 1호점을 확보하면서 마침내 주차장 운영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놀랄 만큼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며 순식간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매년 수백여 개의 주차장을 늘려 나간 끝에 2018년 1000호점을 돌파하며 자타 공인 시장 최강자에 등극했다.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이파킹은 2000호점을 넘어섰고 그간의 추세라면 올해 3000호점 돌파도 무난해 보인다.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해 여의도 IFC몰, 일산 킨텍스,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화문 교보문고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곳들의 주차장을 파킹클라우드가 직접 관리 중이다.
파킹클라우드, 대기업 제치고 1조5000억 주차장 시장 ‘최강자’ 된 비결
파킹클라우드가 이처럼 빠르게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올라선 가장 큰 요인은 뛰어난 기술력에 기반한 차별화된 주차장 구축을 꼽을 수 있다.

뒤늦은 시점에 주차장 사업에 뛰어든 만큼 신 대표는 경쟁사들이 갖고 있지 않은 ‘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답은 더 효율적으로 주차장을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기술’이라고 결론 내렸다.

신 대표는 2014년부터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해 효율적인 주차를 도와주는 다양한 기술 개발에 나섰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벤처투자그룹·KDB산업은행·H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약 9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을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그 결과 아이파킹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반의 온·오프라인 통합 스마트 주차 솔루션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이 가져다주는 장점을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사업 확장 부분에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파킹클라우드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쟁사 주차장 역시 아이파킹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아닌 기계가 차량 번호를 인식하는 무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그 안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차이가 확연하다.

경쟁사들은 개별 주차장 단위로 내부에 상황실을 마련하고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해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롭게 주차장을 개설할 때마다 상황실이 들어설 공간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 현장에 배치할 추가 전문 인력 채용이 불가피하다. 자연히 확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파킹클라우드는 국내 최초로 AI 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해 이런 걸림돌을 뛰어넘었다. 네트워크·서버·소프트웨어·운영 프로그램 등을 현장이 아닌 서울 영등포에 있는 통합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통합 관리한다. 신규로 주차장을 대거 맡게 되더라도 별 고민 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주차 기계 역시 정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한데 이때도 파킹클라우드의 기술력이 빛을 발한다.

회사 관계자는 “타사는 전문 엔지니어들이 현장을 일일이 방문해야 해 속도도 더디고 여기에 따른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며 “반면 파킹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모든 주차장의 시스템을 관제센터에서 스마프폰 업그레이드하듯이 단숨에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런 업데이트를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경쟁사 대비 가격 측면에서의 우위도 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오프라인 연계된 AI 클라우드 구축


또한 파킹클라우드 관계자는 자사에서 제공하는 현장별 맞춤형 주차장 운영 컨설팅 또한 계속 급성장하는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주차 기계는 최소 2000만원이 넘는 고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실’보다 ‘득’이 많아서다.

단순한 운영을 넘어 주차장 빈 공간을 활용한 주차면 중개 판매, 주변 상권 제휴, 고객 유치 프로모션, 타깃 마케팅 등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해 부가 수익 창출을 지원한다.

파킹클라우드 관계자는 “현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아이파킹을 도입하면 현장 매출이 약 1.7배 늘어나고 관리비는 약 55% 감소해 순이익이 약 2.6배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빠르게 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제는 남아 있다. 아직까지 영업이익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언택트)’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파킹클라우드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 역시 급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부에서는 규모의 경제 구축을 통해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신사업 계획과 관련해 “하루 평균 68만 대의 차량이 아이파킹을 이용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관련된 엄청난 빅데이터가 매일 쌓이고 있는 셈이다. 파킹클라우드는 이렇게 축적한 빅데이터를 다양한 차량 관련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차종과 제조사 브랜드별 맞춤형 추천 상품 마케팅, 신차·중고차 마케팅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6호(2020.05.09 ~ 2020.05.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