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77호 (2020년 05월 18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승자는 결국 ‘반도체’

기사입력 2020.05.18 오전 11:49

[윤지호의 머니 인사이트]
-실적 나쁠 때 사고 좋을 때 파는 게 ‘진리’
-해외는 이미 IT 기업 주가 상승 시작

[한경비즈니스=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주식은 언제 사고팔아야 할까.”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어떤 이는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비싸게 사고 더 비싸게 팔아야 한다”고 한다. 두 방법 모두 가격이 기준이다.

필자는 가격이 아닌 실적을 중시한다. 장기 투자자를 자처한다면 ‘주식은 실적이 가장 나쁠 때 사고 가장 좋을 때 팔아야’ 한다. 물론 파이가 성장하는 산업 내의 재무 구조가 단단한 지속 가능 기업에 한정해야 한다.

◆좋은 기업의 주가는 하락 후 회복도 빨라

그래픽 배자영 기자

그래픽 배자영 기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처럼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거나 경기 사이클이 하강하면 흔히 말하는 좋은 기업들도 주가는 하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주가는 금세 회복된다. 실적이 나빠도 6개월 뒤나 1년 뒤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면 바로 그때가 좋은 주식의 주주가 될 기회다.

문제는 실적이 가장 나쁠 때가 언제인지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최악에는 실적이 개선되지 못하고 구조적 문제에 노출되며 워크아웃과 법정 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성장하는 산업 내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한 기업에 투자를 국한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기업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느냐는 영업 실적 추이로 가늠할 수밖에 없고 실적 시즌은 이러한 판단을 위한 최적의 시기다.

주식 시장이 꽤 강하다. 경기나 기업 실적의 개선보다 주가 반등이 빨랐다. 경기는 좋게 봐야 W자 형태의 회복인데 주가는 V자로 올라섰기에 투자자들은 더 많은 증거를 찾고 있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상황에서 미래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따라 지난 3개월 동안의 변화를 수치화하는 작업이 고민의 출발이어야 한다. 먼저 정리해야 할 투자 지표는 바로 실적이다. 1분기 어닝 시즌은 5월 15일 종료됐다. 12월 결산 상장 기업은 이날까지 분기 실적 보고서를 모두 제출했다.

5월 12일 기준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긍정적이다. 3개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는 기업을 기준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치를 웃돈 기업은 57.6%였고 순이익은 58.0%의 기업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전망치를 합산한 수치를 100이라고 한다면 실제 영업이익은 100.5, 실제 순이익은 100.2였으니 절대적인 금액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예상치 대비 1분기 실적만 봐서는 크게 나쁘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계절적인 요인이다. 한국 상장 기업은 98% 이상이 12월 결산 법인이어서 4분기에 비용 반영, 충당금 설정 등의 이슈로 9~12월 실적이 좋지 못하다. 특히 2019년 4분기는 순이익이 부진했다. 기업들의 보수적 자산 상각으로 영업외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진한 실적은 다음해 연간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고 1분기 한국의 기업 이익은 계절적으로 1년 중 예상치 대비 가장 긍정적인 경향을 보여 왔다.

둘째 이유는 주가에 연동되는 애널리스트 추정치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애널리스트의 이익 추정치는 주가에 후행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기업 단위에서는 주가가 움직이기 전에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아웃라이어가 있기도 하지만 시장 전체적 측면에서는 주가가 하락한 이후 기업 실적과 목표 주가가 후행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고 전 세계 주식 시장의 특성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는데 이익 추정치 역시 후행적으로 하향 조정된 점이 오히려 1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간 실적이 견조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27조7000억원 수준인데 연초 추정치(160조원)에 비해 약 20.2%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2020년 순이익 추정치는 85조5000억원인데 역시 연초 추정치인 110조원에 비해 약 22.3% 하향 조정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더딘 회복에 따른 영향은 2분기에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 추정치가 어디까지 하향 조정될지는 알 수 없다.

2019년 코스피200의 영업이익은 122조원이었다. 반도체 업종이 성수기였던 2018년 코스피200의 영업이익은 180조원이었고 2019년은 실적이 2018년에 비해 약 30%의 이익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2019년의 122조원이 낮은 수치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이익 추정치에서 이제 5% 수준만 하향 조정돼도 2020년 실적은 역성장하는 것이다. 물론 이 수치는 현시점(5월 초)의 추정치이고 2·3·4분기 수치에 따라 변화가 가능한 수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0년 영업이익은 연초 대비 20% 하향 조정된 상태다. 최악의 시기였던 2019년에도 연간 영업이익은 연초에 약 165조원, 실제 영업이익 122조원으로 약 26% 하향 조정됐다.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 수준별로 코스피를 예측하는 방법은 12개월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을 이용한 것이다. 연초 대비 2020년 주당순이익(EPS)이 하향 조정되는 수준과 2021년 EPS가 하향 조정되는 수준을 예상하면 12개월 예상 ROE를 계산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적정 PBR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밸류에이션 모형에서 PBR은 ROE의 함수이며 ROE를 예측할 수 있다면 PBR 역시 예측할 수 있다.

2020년 EPS가 연초 대비 30% 하향 조정될 것을 가정하면 연말의 12개월 예상 ROE는 6.5%가 된다. 적정 코스피지수는 2019다. 동일한 방법으로 EPS가 40% 하향 조정될 것을 반영한다면 ROE는 6.0%, 코스피지수는 1914가 된다. 즉, 현재의 주가(코스피지수 약 1950)가 연말까지 유지된다면 EPS는 올해 하향 조정된 만큼 추가적 조정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체감하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시기를 지났고 글로벌 주요국이 봉쇄 조치를 해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과도한 추정이라고 판단된다.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의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을 고려하더라도 연말 코스피지수는 2000 이상이 되는 것이다.

코스피200의 영업이익 및 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추이도 흥미롭다. 경험적으로 주가는 실적보다 1~3분기 앞서 바닥을 형성한다. 현재 컨센서스(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는 1분기 실적을 바닥으로 2분기는 영업이익 역성장 폭을 축소하고 하반기에는 성장으로 돌아서는 것이다. 지난 3월 주가 저점이 바닥이었고 실적의 바닥도 곧 지나갈 것이라는 의미다. 물론 이는 현재까지의 컨센서스일 뿐 3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10월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다.

◆대형주 위주의 반도체 다시 봐야 할 시점

결국 투자자가 대응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주가는 먼저 반등했고 실적은 아직 반등하지 못했다. 추가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하향 조정이 멈추지 않은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은 비싸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점에 국내외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업종은 소프트웨어 업종이다. 해외에서는 게임, 딜리버리 서비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역시 비슷하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이른바 먼 곳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눈에 보이는 확실한 것을 잡는 전략일 것이다.

시장은 다시 한 번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의 소비에 맞는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면 코로나19 상황 완화 이후에는 다른 기업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최근 주가수익률을 살펴보면 뉴욕 3대 지수에서 IT 비율이 높은 나스닥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나 다우지수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가는 낮고 산업재에 대한 수요 회복보다 IT가 반등이 빠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진 영향이다.

한국 역시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주식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성격의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반도체로 대표되는 IT 하드웨어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반도체 업종이 크게 도와주지 못한 가운데 주가지수가 이 정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기 위해서는 IT의 강세가 필요하다. 대형주의 비율이 높은 만큼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 않고서는 쉽게 강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면 지금이 IT를 다시 봐야 할 시기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20-05-21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