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보상 지급·평가 데이터·신원 확인·노동자 권익 향상’ 한 번에 해결 가능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멈출 줄 모르고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는 단순히 사람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기능을 멈추게 하고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14.7%까지 치솟으며 대공황 수준으로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단기간에 생긴 수많은 실업자들을 보조하기 위해 경기 부양책으로 재난보조금을 국민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고 경제의 장기적 불황을 대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실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일로 단순히 저임금 노동자들만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다. 고임금 노동자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노동자들도 처참하게 길거리로 떠밀리고 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같은 스타트업들도 수많은 직원을 정리 해고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비가역적 변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재택근무가 권장되고 언택트(비대면) 경제가 시작됨에 따라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노동 환경이 제공되고 있다. 물리적인 제약이 없어진 덕택에 노동자들은 더 자유롭게 복수의 회사에서 ‘긱(gig)’으로서 노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긱 이코노미(gig economy)’는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의 경제를 의미한다. 긱 이코노미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 재능 있는 인력들을 빨아들일 것이다. 재능 있는 수많은 인력들은 업무의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긱’들에게 공정하게 업무를 배분하고 평가하고 보상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프라 기술이다. 비트코인은 ‘일한 만큼 받아 간다’는 원칙을 가장 훌륭하게 지켜 내고 있는 가장 공정한 프로토콜 이코노미의 산물이다. 비트코인은 해시 파워를 제공한 만큼 수익을 가져간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불만 없이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비트코인에 적용됐던 핵심 아이디어가 긱 이코노미에 적용된다면 네트워크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커지는 긱 이코노미, 블록체인이 ‘인프라’ 된다 [비트코인 A TO Z]
(사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구글 캠퍼스.한국경제신문

◆비트코인은 가장 공정한 프로토콜 이코노미

우선 보상 지급에 활용하면 가장 좋다. 긱 이코노미가 극대화된 효율성을 가지려면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인력을 그러모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모여든 인력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되는데 국제 송금은 전통 금융 서비스 중 수수료가 가장 높은 서비스다.

국제 송금은 주로 1871년 구축된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이라는 은행 간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사실 이마저도 가입되지 않은 은행들이 많아 중간에 수많은 은행을 거쳐야만 돈이 전달된다. 만약 1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수수료를 5만원을 내야 한다면 긱 이코노미가 효율화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이 높은 사람들은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에 대한 보상을 지급받기 어렵다.

하지만 블록체인상에 있는 디지털 자산은 쉽게 네트워크 위에서 이체될 수 있다. 인터넷에만 접속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상에 지갑을 만들고 그 지갑을 활용해 일에 대한 보상을 쉽게 받을 수 있다. 금융 서비스에 대한 낮은 진입 장벽과 접근 용이성은 더 많은 능력 있는 노동자들을 불러올 수 있다.

둘째, 신뢰도 있는 평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긱 이코노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평가 조작의 가능성이다. 보통 회사에서 평가는 자신이 속해 있는 팀의 수장이 업무 완성도와 다양한 면을 함께 고려해 이뤄진다. 긱 이코노미에서는 특정 능력만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기준이 단순화될 수 있고 데이터화할 수 있는 평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욱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다.

만약 업무 평가 과정에서 모든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면 그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순간 조작할 수 없는 데이터가 된다. 평가하는 사람도 평가받는 사람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고 온전히 업무 결과에 대한 평가만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한다면 이 평가 데이터를 이용해 공정하게 보상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평가를 공정하게 받고 그에 따라 잘 분배하는 조직이어야 잘 성장할 수 있다. 긱 이코노미 중에서도 보상을 가장 공정하게 분배받을 수 있는 긱 이코노미가 우수한 인력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셋째, 긱들의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 정보는 쉽게 해킹당하거나 위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 정보를 기반으로 긱들의 신원을 확인하면 많은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다. 최근 가나의 한 단체가 러시아의 후원을 받고 페이스북에서 미국인으로 둔갑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는 사실이 CNN에서 특종 보도됐다. 이렇게 인터넷에서는 쉽게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2055년 일자리 60%가 ‘온디맨드’ 된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지갑에 자신의 행적을 담을 수 있고 그 지갑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자기가 자신의 행적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 신뢰 있는 관계를 맺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업무를 기록하고 좋은 평가를 받은 흔적이 자기 지갑에 있다면 고용주는 일을 맡기기 전에 더 쉽게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더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 좋은 커리어를 쌓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해 나가듯이 고임금 노동을 하기 위해 다양한 긱 이코노미에서 활동하면서 더 다양한 업무 기록을 쌓아 나갈 동기 부여가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노동자 조합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익을 더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은 투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다. 고용주가 노동자들을 평가했듯이 반대로 노동자들도 고용주들을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노동조합 내에서 블록체인으로 만들어진 의사 결정 협의체는 부당한 업무를 제공하거나 보수의 지급을 늦추는 등의 부도덕한 고용주를 반대로 거부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또 내부적으로 노동자들 사이에서의 룰을 만들거나 갱신하며 자기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역동적인 길드로도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노동자들이 단합해 협상력을 갖춘다면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최근 발간된 맥킨지의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자동화의 영향으로 남성의 21%, 여성의 20%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렇게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찾게 될 새로운 일자리는 다름 아닌 긱 이코노미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직까지는 전체 고용 시장에서 1%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2055년이 되면 60%의 노동이 ‘온디맨드(on-demand : 주문형) 일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들려온다.

이제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노동 형태에 어떻게 잘 적응해야 될지 치열하게 고민을 시작해야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고 다양한 정치적인 다툼도 예상된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노동 생태계를 만든다면 어쩌면 유연한 노동 시장을 갖추는 동시에 노동자들의 권익도 보호받을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7호(2020.05.16 ~ 2020.05.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