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반갑다, 집콕 식품업계 ‘왕좌의 게임’]-2019 누적 점유율 종가집 44.7% vs 비비고 김치 40.2%-코로나19로 더 치열해진 ‘김치 전쟁’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집밥’에 빠져서는 안 될 반찬이 김치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김포족(김장포기족)’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김치를 사 먹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지 오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포장 김치 수요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면서 김치 시장의 패권 전쟁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상의 ‘종가집’ 김치가 오랫동안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와중에 2위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가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다.
‘종가집의 아성’ 빠르게 추격하는 ‘비비고 김치’

◆전통의 ‘종가집’ vs 신흥 강자 ‘비비고’


국내 포장 김치 시장의 오랜 강자는 단연 대상의 ‘종가집’이다. 국내 포장 김치 1호로 33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87년 정부는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의 대표적 전통 음식인 김치를 알리기 위해 상품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언제 어디에서 먹어도 다르지 않도록 ‘맛의 표준화’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아야 했다. 발효 음식인 김치의 특성상 포장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해결해야 했다.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포장재가 부풀어 오르거나 터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종가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간문화재 38호이자 조선 궁중 음식 전수자인 고 황혜성 고문 등 김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받아 표준화된 조리법을 만들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온 손맛을 표준화한다는 의미에서 ‘종가집’이라는 브랜드명이 정해졌다. 전문가들이 뭉쳐 김치 포장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공을 들인 끝에 포장 안에 가스 흡수제를 넣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종가집은 30여 년간 국내 포장 김치 시장의 선도 업체로 국내 시장점유율 50~6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우위를 지켜 왔다.
‘종가집의 아성’ 빠르게 추격하는 ‘비비고 김치’
종가집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33년간 ‘100% 국내산 재료’로 김치를 담근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종가집 김치의 연간 국산 배추 사용량만 약 6만 톤에 달한다. 철저한 위생 관리도 종가집 김치가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다. 2001년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인증, 2004년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 인증, 2008년 김치 산업 최초 대한민국 로하스(LOHAS) 인증 등 국내 최고의 식품 안전 인증을 획득했다.

종가집이 평정한 국내 포장 김치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6년 CJ제일제당이 선보인 ‘비비고 김치’가 시장의 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 ‘하선정 김치’가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층을 타깃으로 했다면 비비고 김치는 ‘고급 원재료로 제대로 담근 한식 김치’를 표방한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원재료의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 좋은 등급의 고춧가루를 사용해 선홍빛 고운 빛깔을 냈고 100% 국내산 천일염으로만 절여 아삭한 식감을 살렸다. 두 번 발효한 하선정 명품 덧장액젓을 넣어 깊고 진한 감칠맛을 더욱 끌어올렸다.

서울과 경기도식의 가장 대중적인 김치 맛의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을 비롯해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 등 비비고 김치 14개 품목을 갖추고 있다. 프리미엄 김치로 보다 다양한 입맛의 젊은 층을 사로잡은 비비고 김치는 ‘1+1’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그 결과 종가집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2019년 누적 점유율 기준 비비고 김치의 시장점유율은 40.2% 정도로, 종가집은 44.7%를 기록하고 있다.
‘종가집의 아성’ 빠르게 추격하는 ‘비비고 김치’

◆‘김치의 무한 진화’, R&D에 달렸다


국내 포장 김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강자의 경쟁은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대상 측에 따르면 종가집의 올해 1~4월 포장 김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5% 증가했고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26% 신장했다.

국내 포장 김치 시장의 ‘확실한 왕권’을 쥐기 위해 대상의 종가집과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모두 연구·개발(R&D)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품의 ‘차별화’가 강조되는 시점이다. 두 회사 모두 대표적인 한국 전통 음식으로 익숙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맛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새로운 가치를 더하기 위해서는 R&D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종가집은 2001년부터 김치 유산균을 분리·배양하는 연구를 이어 오고 있다. 2005년 ‘류코노스톡 DRC0211’이라는 김치 유산균을 배양해 집에서 담근 김장 김치의 맛을 구현해 내는 데 성공했다. 2011년에 선보인 100% 국산 식물성 원료인 배추를 발효해 만든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는 김치 유산균의 활용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생물에 대한 강력한 항균 효과로 유통 기한을 최소 50% 이상 연장해 준다.

종가집은 향후 신제품 개발에도 R&D 연구 결과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것이 ‘독감 예방’과 ‘항균’ 효과를 지닌 김치다. 종가집은 2017년 2월 한국식품연구원·세계김치연구소·고려대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김치 추출물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가 있는 김치 유산균을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치 유산균을 활용한 천연 항균제도 이미 개발됐다. ‘식물성 유산균 발효액 ENT’는 100% 식물성 원료인 국내산 배추를 발효해 만든다. 김치뿐만 아니라 음료·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식품에 활용도가 높다.

종가집은 해외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일본 수출 물량 90%,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고 있다. 현재 미주·유럽과 대만·홍콩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종가집은 김치의 세계화에 앞장서기 위해 해외 현지 생산 기지 설립을 적극 추진 중이다. 중국 연운항 공장은 올해 3분기 가동을 준비 중이고 미국에서는 올해 착공을 목표로 김치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종가집의 아성’ 빠르게 추격하는 ‘비비고 김치’
CJ제일제당은 ‘한식 식문화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지속적으로 R&D에 투자를 이어 오고 있다. 발효 식품인 만큼 김치는 발효 과정을 통해 맛과 영양이 증폭된다. CJ제일제당은 발효 식품의 특성을 살려 한겨울 맛있는 김장 김치에서 찾아낸, 김치를 맛있게 하는, 특허 받은 CJ만의 유산균을 비비고 김치에 적용해 맛과 영양을 극대화했다. 김치 제조 공장에서 직접 유산균을 배양해 균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김치에 주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치 맛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포장 용기’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비비고 용기 김치는 가스와 효모가 발생하는 발효 식품인 김치의 특성에 맞게 개발된 필터와 밸브를 적용한 포장 용기를 썼다.

비비고 김치는 앞으로도 CJ만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원재료에 집중해 지속적으로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포장 김치 시장에서도 고(高)성장 중인 총각김치·열무김치·파김치와 같은 별미 김치 카테고리가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 공략도 강화해 수요층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행보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현재 비비고 김치는 현재 일본·유럽연합(EU)·싱가포르·필리핀·태국·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 수출 중이며 수출 규모는 해마다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18년부터 현지 생산을 통해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 제품을 생산해 현지 김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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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