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278호 (2020년 05월 25일)

확산되는 ‘마이너스 금리’ 논란, 미국의 선택은 [글로벌 현장]

기사입력 2020.05.25 오전 10:38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는 Fed…코로나19 재유행 시 도입 가능성 여전

확산되는 ‘마이너스 금리’ 논란, 미국의 선택은 [글로벌 현장]


[뉴욕(미국)=김현석 한국경제 특파원]“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입는 한 미국도 이런 선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기준 금리를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뜨릴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뉴욕 금융 시장 일부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까지 여기에 가세한 것이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다음 날 “마이너스 금리는 고려하고 있는 정책이 아니다”며 논란을 가라앉혔다.

월스트리트에서는 Fed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시장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느린 경기 회복…높아지는 마이너스 금리 요구

지난해만 해도 미국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예측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유럽과 일본 등 많은 선진국들이 장기 저성장에 빠지면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지만 미국은 작년까지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 2%대에 달했고 실업률은 50년 내 최저 수준인 3.5%까지 낮아지는 등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기준 금리의 향방을 예측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지난 7일부터 올해 말~내년 초께 기준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베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미 경제가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될 것이고 Fed는 미 행정부의 막대한 국채 조달을 돕기 위해 기준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려야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지난 5월 8일 장중 한때 사상 최저인 0.08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4월 재정 적자는 무려 7379억 달러(약 911조3000억원)에 달했다. 재무부는 9월 30일까지인 이번 회계연도 적자가 사상 최대인 3조7000억 달러(약 4569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올해 모두 4조4000억 달러(약 5434조원), 이번 2분기에만 2조9990억 달러(약 3703조8000억원)란 천문학적 규모의 국채 발행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환경 때문에 Fed가 마이너스 금리 채택을 고려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많은 기업들이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간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만약 네거티브 금리가 마이너스 10bp(1bp=0.01%포인트) 등 소폭이고 1~2년씩 너무 길게 유지되지만 않는다면 그 효용이 비용을 넘어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금리를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❶ 미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리다. 많은 국채를 낮은 비용에 발행할 필요가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30~40%(연율)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 경기 회복도 얼마나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이런 지지부진한 회복세는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민주당은 3조 달러(3705조6000억원)대의 추가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엄청난 국채가 발행될 수밖에 없고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Fed가 마이너스로 기준 금리를 낮추면 미 정부는 낮은 비용에 돈을 조달할 수 있다.

❷은행이 더 많은 대출에 나설 것이다

기준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시중은행들은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해 줄 동인이 커진다. Fed에 초과 지급준비금 형태로 돈을 맡겨 놓으면 오히려 이자를 뺏기기 때문이다. 기준 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고 해도 시장 금리는 플러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설 것이고 이는 경기 회복을 지원할 것이란 분석이다.

❸증시 부양 방법이 될 수 있다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꺾인다면 3월 23일 이후 폭등세를 지속해 온 뉴욕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 증시가 크게 흔들린다면 Fed는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뭔가 또 다른 정책을 내놓아야 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채권의 투자 매력이 크게 감소한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시로 몰려들면서 증시의 매수 여력이 커진다.


◆“효용은 적고 부작용만 심각할 것” 

하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하는 쪽은 소수다. 미국에선 효용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마이너스 금리가 필요 없다는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①미국 은행의 타격이 크다

은행은 경제 위기를 버텨낼 최후의 보루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기업과 가계의 부실을 최종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의 수익 기반에 치명타를 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 은행은 유럽계보다 기업 대출보다 가계 의존도가 높아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전가하기도 어렵다.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와 관련, “은행의 수익에 하강 압력을 높여 신용 팽창을 제한한다”며 부정적으로 설명했다.

②MMF 시장이 붕괴된다

4조8000억 달러(약 5929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도 무너질 수 있다. 투자자들이 이자를 챙길 수 없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의 단기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③연기금과 은퇴 자금이 타격을 받게 된다

마이너스 금리는 연기금과 이자 소득에 의존해 온 많은 은퇴자들, 열심히 벌어 저축해 온 사람들에게 징벌을 주는 식으로 작용한다.

④다시 플러스로 되돌리기 어렵다

Fed가 한번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나면 그 함정에 빠지게 된다. 플러스로 되돌리려고 하면 채권 시장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수익률)는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⑤일본과 유럽에서 별 효과가 없었다

2014년 유럽중앙은행(ECB)이 마이너스 금리를 가장 먼저 도입했고 일본도 뒤따랐지만 경기가 대폭 회복되지 못했다. 2015년 마이너스 금리를 택했던 스웨덴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작년 12월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 0.25%에서 0%로 다시 높였다. 릭스방크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보다 부채가 대폭 증가하고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등 부작용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⑥필요하다면 마이너스 금리보다 일드캡이 낫다

시장에선 막대한 국채 발행으로 장기 금리가 오르면 Fed가 마이너스 금리보다 채권 금리 상한을 정하는 일드캡(yield cap)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10년물 금리를 연 1%로 고정하고 그 이상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무한대로 채권을 매입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이다. 1942~195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자금 조달과 전후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Fed가 시행했던 해법이다.

지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일부 위원들이 일드캡 채택을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FOMC는 지난 3월 기준 금리를 0.00~0.25%로 낮추면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알려주는 포워드 가이던스와 자산 매입이 기본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시장에 일부 마이너스 금리 팬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고 그런 시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현재 포워드 가이던스와 자산 매입 등 Fed가 채택한 정책 도구가 잘 작동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효율성 측면에서 장단점이 섞여 있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이 분명히 선을 그었지만 월가의 마이너스 금리 논쟁은 완전히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코로나19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될수록 Fed는 모든 권한을 쓸 가능성이 높으며 그 가능성엔 마이너스 금리도 포함된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가 2차 유행해 미 경제가 또다시 크게 후퇴하면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글로벌 외환시장 공동책임자는 “2차 파동이 오면 미 경제가 회복세를 이탈할 것”이라며 “이와함께 Fed의 추가 조치 가능성도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재정 정책이 우선될 것이고 마이너스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잠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UBS는 Fed의 생각에 동의한다. UBS는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금리가 매우 낮게 유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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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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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01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