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스타트업 지주사’ 처음 도입, 공유 오피스로 코스닥 상장 도전장
“10개 회사 만들고 엑시트까지…‘패스트 제국’ 폭풍 성장 이끌었죠”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피해 가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승승장구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의 박지웅 대표가 이끄는 패스트트랙아시아다.

2012년 2월 설립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직접 만들고 투자하고 성장시키는 ‘컴퍼니 빌더’를 지향한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의 투자팀장이었던 박 대표는 티몬 투자를 계기로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 미국의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 등과 의기투합해 ‘한국판 벅셔해서웨이’를 꿈꾸며 패스트트랙아시아를 공동 창업했다.
“10개 회사 만들고 엑시트까지…‘패스트 제국’ 폭풍 성장 이끌었죠”


◆ VC에서 벤처 키우는 ‘컴퍼니 빌더’로 변신


1982년생인 박 대표가 최연소 투자팀장으로 잘나가던 벤처캐피털리스트에서 사업가로 전환하게 된 터닝 포인트는 스톤브릿지 시절 티몬에 대한 투자를 주도하면서 찾아왔다. 당시 그는 인터넷·모바일·게임 분야에서 20여 개 회사에 30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이끌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창업자의 비즈니스 플랜에 대해 저도 공감하고 동의해 투자하는 것인데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며 느끼는 즐거움과 희열이 모두 임직원의 몫으로만 느껴졌어요.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수의 투자 건에서 내가 무대 뒤 조연으로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돼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창업하게 된 거죠.”

스타트업을 키우는 스타트업 지주회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이렇게 탄생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운영할 전문경영인(CEO)까지 선발한 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컴퍼니 빌더다.

2015년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사업 아이템별로 따로따로 움직이면서 알파벳이 여러 조직을 하나로 총괄하는 헤드쿼터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심지어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구글보다 3년 빨랐다. 컴퍼니빌더는 새로운 회사를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이미 만들어진 회사를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나 벤처캐피털과는 다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이 같은 지주회사 체제에 힘입어 사명처럼 성장 속도를 높이면서 각 사업 분야의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창업 8년 차인 패스트트랙아시아가 그동안 만든 회사는 10여개, 기업 가치는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10개 회사 만들고 엑시트까지…‘패스트 제국’ 폭풍 성장 이끌었죠”
5월 19일 패스트파이브 강남 5호점에서 만난 박 대표는 “구글이 알파벳이라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벅셔해서웨이의 테크 버전을 만들겠다’고 한 것처럼 벅셔해서웨이는 지주회사 모델을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장 궁극적인 지향점”이라며 “창업 이후 8년 동안 회사를 10개 정도 만들어봤는데 처음에 생각했던 컴퍼니 빌더형 지주회사 모델이 이제는 시장에 새로운 성장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부동산·교육·투자’ 3가지 핵심축

패스트트랙아시아는 현재 지주회사 산하에 부동산(패스트파이브)·교육(패스트캠퍼스)·투자(패스트인베스트먼트·패스트벤처스) 회사 등 막강한 삼두마차를 갖추고 있다. 박 대표는 시장 규모가 커야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회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눈여겨본 것은 사람들의 소비 지출 항목이었다. 사람들은 의식주와 교육 분야에 많은 돈을 쓰고 있었다. 박 대표는 여기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의’와 ‘식’과 관련한 회사는 만들어 모두 팔았다.

회사를 운영하며 투자 회수(엑시트) 등 여러 차례 성공 경험도 만들었다. 신선식품 이커머스인 헬로네이처는 2016년 SK플래닛에, 음식 배달 서비스인 푸드플라이는 2017년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하는 성과를 거뒀다. 회수 금액 일부를 지주회사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도 했다. 배당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창업자가 성공적으로 회사를 키웠다는 의미다. 국내 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남다른 투자 철칙도 가지고 있다. 투자와 창업을 모두 경험해 본 그는 편견 없이 산업들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선입관이 쌓인 사람에게는 투자하지 않는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할 때는 인더스트리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함께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젊은 연령대를 선호한다”며 “사업은 어차피 될 이유는 1개밖에 없고 안 될 이유는 99개다. 경력이 많으면 사업이 안 될 이유만 계속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영역이나 테마를 쫓아가지 않고 인더스트리를 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한 투자 철칙이다. 그는 “산업이 아주 올드하고 과거에 누군가가 여러 번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그 사업 계획을 들어볼 용의가 있고 언제든 설득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10개 회사 만들고 엑시트까지…‘패스트 제국’ 폭풍 성장 이끌었죠”


“10개 회사 만들고 엑시트까지…‘패스트 제국’ 폭풍 성장 이끌었죠”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최근에는 자회사를 매각하지 않고 있다. 당분간은 회사를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회사를 키워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트랙 레코드(투자 실적)로 평가받지만 이미 인수·합병(M&A)을 통해 엑시트해 본 경험이 많은 박 대표는 지금은 매각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회사를 팔았던 창업자의 절반 이상은 매각한 회사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요. 회사를 팔고 나서 보통 2~3년 있다가 또 새로운 회사를 창업하는데 그때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 창업한다면 지금 회사보다 크게 키우기 어렵죠. 그래서 지금은 셀러보다 바이어가 되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키우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큰 기회는 계속 오지 않으니까요.”

◆ 자회사 상장에 속도…“성장성 증명”

현재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유지하고 있는 사업은 부동산·교육·투자 등 세 분야다. 공유 오피스 사업을 하는 패스트파이브와 성인 교육 플랫폼인 패스트캠퍼스는 최근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성장 가도를 이어 가는 중이다.

특히 2015년 3개점으로 시작한 이후 현재 24개 지점을 갖춘 패스트파이브의 성장세가 매섭다. 패스트파이브는 연내 28개까지 지점을 더 늘릴 계획이다. 전염병 여파로 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유 오피스 모델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현재 회원 수는 1720개 회사, 1만5000여 명에 이르고 23개 지점의 공실률은 평균 3% 정도다.

실적도 ‘코로나19 무풍지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평균 157%라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어 가며 지난해 8월 상장 주간사 회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한 후 올해 기업공개(IPO)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원들의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콘텐츠와 패스트파이브만의 서비스 차별화에도 공들이고 있다.
“10개 회사 만들고 엑시트까지…‘패스트 제국’ 폭풍 성장 이끌었죠”
또 다른 성장 축은 성인 교육 플랫폼인 패스트캠퍼스다. 2014년 오프라인 학원으로 출발한 패스트캠퍼스는 2~3년 전부터 온라인 비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박 대표는 오프라인의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에 주목했고 패스트캠퍼스의 온라인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그 이유는 온라인 교육 시장에서 혁신의 여지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인들이 주로 고용보험 환급과정을 통해 무료로 강의를 듣다 보니 콘텐츠 제작 회사가 더 퀄리티를 좋게 만들고자 하는 유인이 별로 없어 콘텐츠의 질적 저하가 생긴다”며 “이 시장에 독창적인 콘텐츠를 공급해 줄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사업 기회로 삼아 온라인 기업 교육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나 비대면 교육, 구독 형태의 온라인 교육 ·리모트 교육(실시간 스트리밍 교육)에 대한 수요에 맞춰 외국어·데이터 사이언스·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온·오프라인으로 플랫폼을 확장했다.

그 결과 2014년 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설립 6년 만인 2019년 26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고성장세에 힘입어 패스트캠퍼스도 IPO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회사의 가장 큰 이슈는 이 자회사들의 상장이다.

투자 회사들을 제대로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도 박 대표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박 대표는 “패스트파이브는 설비 투자(CAPEX)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비즈니스인데 비상장 상태에서는 유동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상장사일 때 더 다양한 자금 조달의 옵션을 가질 수 있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패스트캠퍼스 상장은 교육기관이 갖는 공신력을 획득하기 위해 회사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회사를 만들어 그 회사가 상장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한 주체가 2년에 걸쳐 회사를 매년 하나씩 상장시키는 것도 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며 “패스트파이브와 패스트캠퍼스 상장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