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78호 (2020년 05월 25일)

왜 월가 거물은 자산 2%를 비트코인으로 채웠을까

기사입력 2020.05.25 오후 02:13

[비트코인 A to Z]

-기관투자가, 비트코인의 가치 저장 능력 주목…천문학적 양적 완화 피해 갈 대안


왜 월가 거물은 자산 2%를 비트코인으로 채웠을까

(사진)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창업자/튜더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


[한경비즈니스 칼럼 =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 자산팀 과장,‘비트코인 제국주의’·‘넥스트 파이낸스’ 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제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 시계가 멈췄다. 경제 쇼크를 막기 위해 각국은 전례 없는 속도로 막대한 규모의 돈을 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정크본드까지 사들이며 기업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미국이 법을 개정해 Fed가 주식을 직접 매입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Fed는 총 3차례의 양적 완화를 통해 수조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Fed는 2015년부터 금리를 서서히 인상하며 양적 완화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9년 들어 다시 금리를 서서히 인하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시금 제로 금리로 회귀하면서 더 이상의 양적 완화는 없다며 선을 긋던 Fed는 이제 면목이 없어졌다. 바야흐로 4차 양적 완화의 시대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4차 양적 완화, 더 나아가 5차, 6차 양적 완화는 기존의 양적 완화를 속도면에서나 규모면에서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1차 양적 완화 당시 1조5000억 달러(약 1845조75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되는 데 약 16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최근 4차 양적 완화에서 2조 달러(약 2461조원)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되는 데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돈이 너무 급작스럽게 많이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금을 꼭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Fed는 금을 찍어낼 수 없다’는 보고서를 통해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약 369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흥미로운 점은 금과 함께 ‘디지털 금’으로 비유되는 비트코인 역시 기관투자가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은 하드머니, 비트코인은 울트라 하드머니




Fed가 무제한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달러와 달리 금은 공급량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하드머니로 분류된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금 채굴 기업이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여해도 오늘날 금의 연간 공급량은 전체의 2~3%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이러한 희소성 덕분에 금은 역사적으로 가치를 보존하는 자산의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미국이 1971년 금본위제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기 전 금값은 온스당 35달러(약 4만3000원)로 고정돼 있었다. 오늘날 금값은 온스당 1700달러(약 209만원) 부근에 형성돼 있다.



바꿔 말하면 지난 50년간 달러의 가치는 금에 비해 95% 이상 하락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금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총량은 2100만 개로 고정돼 있고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 채굴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4년마다 반으로 줄어들게끔 프로그래밍돼 있다. 4년마다 보상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기를 반감기라고 한다.



2020년 5월 반감기가 지났다. 이제 비트코인의 연간 공급량은 전체의 2% 미만으로 금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 대비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너무 높은 것이 단점이다. 그런데 1970년대 금본위제 폐지 이후 오일쇼크가 터졌을 때 금값 역시 폭등하며 높은 가격 변동성을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금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19년 9월 독일 바이에른은행은 ‘메가트렌드 : 비트코인이 금보다 더 나은가’라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S2F(Stock to flow : 자산의 희소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금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비트코인이 울트라 하드머니라고 평했다. 해당 보고서는 S2F 모델과 비트코인의 가격이 유사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2020년 5월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이 9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웃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보고서에 등장하기 시작한 비트코인




금융권 투자 보고서에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가격이 폭등한 2017년부터다. 초기에는 비트코인과 이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심층 보고서가 주류였다.



하지만 최근엔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을 강조하는 보고서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4월 제프리스투자은행은 투자자들에게 금과 비트코인을 매수할 것을 추천하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비록 금과 비트코인을 대하는 태도가 투자자들의 인구 통계적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금을 신봉하는 기성세대 대비 밀레니얼·Z세대는 비트코인에 우호적이라는 뜻) 둘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을 미뤄볼 때 제프리스투자은행은 투자자들이 금과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2020년 4월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비트코인과 금의 미래 전망을 낙관하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주식 시장의 구조 조정은 비트코인이 금과 유사해지는 과정을 가속화시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견해는 이번 연도에 비트코인이 ‘리스크 온’ 투기성 자산에서 ‘암호 자산 시장의 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또 2020년 5월 ‘지금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해야 할 시기인지도 모른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시중에 출시된 다양한 비트코인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해 분석했다.



월가의 금융회사들은 실제 비트코인 관련 비즈니스를 하거나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양상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와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개시했다. 피델리티와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는 비트코인 수탁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비트코인을 결제 혁신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최근 공시를 통해 시카고상업거래소가 제공하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참고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퀀트 투자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유명하다. 간판 펀드인 메달리온 펀드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39%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가격 변동성이 높고 연중무휴 거래되며 차익 거래가 용이한 비트코인은 퀀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에 투자 매력도가 높은 자산으로 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 비트코인 신탁 상품을 운용하는 그레이스케일 자산운용사는 2020년 1분기에 5억 달러(약 6150억원)가 넘는 투자금을 모집했다. 이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금 유입이다. 그레이스케일은 이 중 기관투자가의 비율이 88%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그레이스케일은 마스터카드가 투자한 디지털커런시그룹이 운영하는 디지털 자산 전문 운용사로, 22억 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운용 자산(AUM)을 운용하고 있다.



또 헤지펀드 튜더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 폴 튜더 존스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그의 자산 중 1~2%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월가의 거물 헤지펀드 매니저인 그는 구매력·신뢰도·유동성·휴대성에 근거해 법정 화폐, 금융 자산, 금, 비트코인의 가치 저장 능력을 수치화했는데 비트코인의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고 밝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비트코인이 금융 자산, 금, 법정 화폐보다 가치 저장 능력이 열위라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이 이것들만큼 가치 저장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금융 자산의 가치 저장 능력의 약 60% 수준이지만 시가총액은 1200분의 1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은 금의 가치 저장 능력의 66% 수준이지만 시총은 60분의 1에 불과하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고 나의 추측은 그것이 비트코인의 가격이라는 것이다.” 존스 창업자는 또한 현재의 비트코인이 1970년대 금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본 기고는 회사의 공식 의견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8호(2020.05.23 ~ 2020.05.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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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5-26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