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 1279호 (2020년 06월 01일)

오세훈 “정권 탈환 기폭제, 꼭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

기사입력 2020.06.01 오전 09:08

[주목 이 정치인]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


-“기본소득·계층이동사다리지수,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집권시나리오


   당론으로 채택돼 정권 탈환 길 열리면 당사 문지기라도 할 용의”


-"광진을 주민께 진 마음의 빚 새기며 정치 계속할 것"


-"사전투표, 하루로 줄이고 본선거 임박해 실시해야"


-"통합당,'의원 중위임금, 소형 전기차 이용, 보좌진 절반 축소' 실천을"


-"젊은 마인드로 경제 부흥시킬 수 있는 지도자 나오면 옹립 용의"


-"현 정부 들어 부익부 빈익빈 심화...매일 사과해도 부족"


-"대변혁 시대 노동정책, 기득권 노조가 중심이 돼선 절대 안 돼"


오세훈 “정권 탈환 기폭제, 꼭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지난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자신이 지난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연구해 온 기본소득제와 계층이동사다리지수를 정권 탈환의 기폭제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치인 오세훈이 대선에 출마하느냐 아니냐가 판단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기본소득제·계층이동사다리지수가 당론으로 채택돼 정권을 되찾을 길이 열린다면 당사 문지기라도 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봅니까.



“2700여 표 차로 졌는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해 1500명 정도만 더 설득했으면 이길 수 있었죠.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광진을 출마를 선언하고 1년 넘게 절치부심했는데 억울하지는 않습니까.



“억울하다기보다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제도적인 문제로, 사전투표(4월 10, 11일)가 본 선거일(4월 15일)과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례가 두 건 있습니다. 학력 허위 기재와 허위 사실 공표예요. 지지 선언도 하지 않은 사람의 지지 선언문을 선거 공보물에 올렸다가 문제가 됐죠. 상인회장인데, 이 분은 사실 나를 지지하는 분이었어요. 사실 관계가 인정되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중죄입니다. 사전투표일 전에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본 선거일 하루 전 늦은 오후에야 검찰에 고발했다고 알려 왔어요. 사전투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사전투표율이 26, 27% 되는데 그분들이 중요한 정보를 모른 채 투표했죠. 사전투표에서는 고 후보가, 본 투표에서는 내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어요. 사전투표를 본 투표에 최대한 근접시켜 선거 막판 등장할 수 있는 후보에 대한 각종 평가 자료가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된 상황에서 투표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또 사전투표는 예외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틀에서 하루로 축소해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문제는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입니다. 이 사람들이 법정 선거일 이전부터 조를 짜 수십 명이 교대로 피켓을 들고 ‘돈 뿌린 오세훈을 뽑지 말라’는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습니다. 대진연 소속 학생들이 민주당과 연계돼 있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요. 정의기억연대의 장학금 수혜자 중 대진연 소속 학생들이 있습니다. 민주당 자매 정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윤미향 정의연 전 대표가 대진연 학생들을 선정해 준 것이죠. 분명히 민주당과 연계된 낙선 운동입니다. 검찰의 확실한 수사가 있어야 합니다.”


▶정치를 계속할 거죠.


“지난 1년여 동안 지역 주민과 울고 웃으면서 그분들의 고통스러운 생활을 피부로 실감했던 교감 덕분에 20여 년 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왔던 분들이 이번에 저를 굉장히 많이 지지해 줬습니다. 그분들께 진 마음의 빚은 두고두고 갚아야죠. 그분들의 힘든 삶은 내 패배에도 불구하고 큰 정치적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를 마음에 새기며 정치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당초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 자체를 우려했던 것이 아니라 비대위가 일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에서 그랬던 겁니다. 당내에서 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분들이 있을 텐데 왜 꼭 비대위여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거죠. 또 비대위원장은 언젠가는 물러날 텐데 그 이후 (비대위원장이 추진한) 개혁이 지속 가능하고 체질화된 변화로 이어져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였습니다.”


▶김종인 비대위는 어떤 점에 주력해야 한다고 봅니까.


“두 가지죠. 외형적으로는 젊은 사람들을 전면에 포진시키고 그들의 의견이 당의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림으로써 ‘노화된 정당이 젊어지고 있구나’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용상으로는 첫째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기본소득이 미국의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선도적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선 유효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죠. 우파적 버전으로 안심 소득으로 이름 짓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불을 붙이길 바랍니다. 기본소득제를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미국 실리콘밸리 경영자들이 사회주의자라서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아니죠.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고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휩쓸고 간 뒤 예상되는 일자리 대량 소실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본소득제 논의를 시급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둘째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헬조선’이라고 얘기하는 근저에는 신분 상승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는 계층 고착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주장하는 게 계층이동사다리지수 복원입니다. 환경 평가와 같이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계층이동사다리가 튼튼하게 복원할 수 있는지 물어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정부가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 화두 역시 우리 당이 선점해야 합니다. 셋째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입니다. 통합당이 연말까지 세비 30%를 반납하기로 했죠. 이 수준에 그칠게 아니라 △중위 임금 정도를 받고 △운전사 딸린 승용차 대신 소형 전기차를 타며 △8~9명에 이르는 보좌진을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보좌진을 줄이는 대신 정책적 지원은 북유럽처럼 입법조사처를 이용하게 하면 됩니다. 김종인 비대위에 이런 개혁을 제안하고 받아들인다면 얼마든지 동참해 도와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기본소득제는 엄청난 재정 소요 등 많은 논란이 따릅니다.


“당연히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죠. 기본소득의 보수 버전인 안심 소득은 하후상박이 원칙입니다. 전 세계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은 부유층, 가난한 계층 다 같은 액수를 지급하자는 것인 반면 안심 소득은 일정 소득 이상이면 세금은 내되 덜 받아가고 그 밑은 세금은 안 내고 많이 받아가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부익부 빈익빈을 해결하자는 겁니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주는 7가지 혜택 중 몇 가지는 폐지하고 그 대신 일률적으로 혜택을 줌으로써 재원 균형을 맞추자는 거죠. 비대위 출범 뒤 모든 의원들이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어 우려스러운 점은 걸러내고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면 보완하면 됩니다.”


▶기본소득제는 자칫 일할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많은 실험이 있었죠. 아프리카 나미비아는 기본소득을 받아도 다른 경제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아 성공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근로 의욕을 감퇴시키는 부작용이 발견됐습니다. 스위스는 국민투표에서 부결됐고 핀란드는 월 75만원 지급하던 실험이 중단됐습니다. 보완이 필요합니다. 저소득층에게 가는 여러 형태의 지원을 통폐합하는 등 근로 의욕을 상실시키지 않고 재기의 발판으로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오세훈 “정권 탈환 기폭제, 꼭 내 손으로 만들고 싶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약력 : 1961년 서울 출생. 대일고·고려대 법학과 졸업. 법학박사(고려대). 사법시험 합격(26회).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겸 상임집행위원. 제16대 국회의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서울시장. 바른정당 최고위원. 미래통합당 서울 광진을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현).



▶김종인 위원장이 차기 대선주자로 ‘1970년대생 경제전문가’를 언급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40대는 젊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고, 경제전문가는 꼭 경제학 전공자라는 뜻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우리의 발전 방안으로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펜데믹 이후 벌어질 일자리 감소 등을 잘 풀어갈 수 있는 지도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시대 변화에 부응해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는 젊은 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등장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받으들입니다.”



▶통합당이 지향하는 이념적 좌표는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봅니까.


“이념 자체를 위한 이념은 안 됩니다. 경제 대변혁 시기에 무엇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적 접근을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합니다. 정당은 아무리 지고지순한 이상을 갖고 있더라도 집권하지 못하면 소용없어요. 누구를, 무엇을 위한 이념인지를 늘 잊지 않아야 합니다.”


▶통합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2년 뒤 대선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습니다.


“지지자들을 만나보면 이구동성으로 다음 대선은 물 건너갔다는 말씀을 합니다. 하지만 불과 4년 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사정이 우리와 같았어요. 변변한 대선 주자가 없었고 좌절감에 젖어 비대위를 가동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죠. ‘다 망했다’며 이민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아요. 당 개혁을 제대로 하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습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하죠.


“나 개인의 정치 행보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출마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어요. 젊은 마인드를 가진,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오면 옹립하고 울타리가 될 용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정치인 오세훈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판단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습니다. 내가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기본소득제의 우파 버전과 계층이동사다리지수는 집권 시나리오의 하나입니다. 이런 것들이 당론으로 채택되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당사 문지기라도 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런 정책들이 정권 탈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을 꼭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김종인 비대위 이후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용의가 있습니까.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규정에 따라 대선 후보는 대선 1년 6개월 전부터 대표를 맡지 못하게 돼 있죠. 김종인 비대위가 끝나는 내년 4월이면 대선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에요. 이런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굉장히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있던 시절에 만든 조항입니다. 그런 대선 후보가 없는 지금 그 규정을 유지해야 할지는 김종인 비대위가 논의해야 할 숙제 중 하나입니다.”


▶그 규정이 없어진다면….


“내가 열정적으로 준비한 정책들이 김종인 비대위에서 채택되고 실행된다면 굳이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어요.”


▶지지부진하다면 대표로 나설 의향이 있습니까.


“지켜보면서 판단해 봐야죠.”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의도와는 달리 더 심한 양극화를 낳고 있습니다.


“민주당 정부가 집권 때 강조한 게 가난한 분들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고 한 겁니다. 그런데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국적 불명의 경제 정책 시행 결과는 비참합니다. 소득 최하위 계층의 일자리는 사라졌고 소득은 줄었고 부동산 값 앙등으로 자산 격차가 벌어졌어요. 변명의 여지없이 매일 사과해도 부족합니다. 정책 오류 때문에 생긴 부익부 빈익빈 심화를 마치 일시적인 팬데믹 때문인 것처럼 유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포퓰리즘 논란이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후유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재원을 쓰는데 훨씬 신중해야죠. 경제의 기본 토대가 허물어져 유효 수효가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상태가 될 때를 대비해 지속 가능한 정책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당은 2차, 3차 지원 등 인기 발언을 합니다. 그게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많이 연구한 것으로 압니다. 우리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봅니까.


“코로나19 팬데믹과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초고속 초고령사회 진입, 4차 산업혁명 등 세 요소가 겹쳐 앞으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제 상황이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소득을 축으로 하는 복지 정책 대변화, 교육 혁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교육 개혁 한마디 없이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시대에 통했던 교육 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노동 정책의 대변화도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팬데믹이 일자리와 관련된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 정책이 지금처럼 기득권 노조 중심으로 가선 절대 안 됩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노조가 정책 집행의 중심에 있습니다. 노조 정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경제 형편에 맞춰 채용하고 싶을 때 채용하고 내보내야 할 때 내보내는 시스템이 돼야 새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기업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에게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 정부에선 노동 개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엄청난 산업 지형 변화에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정권에 다수 의석을 준 것일까’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 옵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봅니까.



“굳이 발목 잡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높은 시민의식이 해결에 도움됐다는 건 누구도 부인 못할 겁니다. 또 동선 파악 등 우리의 발전된 5G 기술 역량과 높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는 스마트폰 덕을 보고 있죠. 아마 외국에서 한국이 어떻게 조기에 확진자들을 가려내고 자가 격리를 통해 최대한 전파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듣고 나면 막막할 겁니다. 한국처럼 스마트 폰 보급률이 높고 앱 등을 통해 동선을 파악할 수 있으며, 시민의식이 높은 나라라면 무엇을 걱정하겠습니까. 그런데 한국을 칭찬하는 것을 한국 정부를 칭찬하는 것으로 들으면 안되죠. 발전된 사회자본과 과학기술 혁명 덕입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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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01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