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제 1279호 (2020년 06월 01일)

‘대당 6억원’ PAV 판매 나선 스타트업…우버·이항 '에어 택시' 선두 경쟁

[커버스토리=모빌리티의 미래 PAV]

-자동차업계 뛰어들며 스타트업 몸값 급등

-도요타 조비항공에 투자, 지리차는 테라푸지아 인수


용어 설명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 항공기. 개인의 필요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비행할 수 있는 수요 대응형 항공 모빌리티(On Demand Air Mobility)
*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 Landing): 전기 동력 수직 이착륙기. 전기 동력(배터리·하이브리드·수소연료전지 등)을 사용해 활주로가 불필요한 수직 이착륙 항공기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도심에서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려는 항공 교통 산업 전반을 통칭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개인 항공기(PAV)에 관심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구글에서 ‘세계 최초의 플라잉카(World's first flying car)’를 검색하면 네덜란드 제조업체인 PAL-V가 개발한 ‘리버티’가 나온다. 2018년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험 판매를 시작했는데 제품 가격만 49만9000 유로(약 6억원) 정도다. 3륜 자동차와 같은 형태로 디자인돼 있는데 천장에 로터를 접어 넣어 숨겨 놓도록 했다. 최대 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이 로터가 뻗어 올라가면 마치 헬리콥터처럼 보이는 비행체로 변신한다.

다만 헬리콥터처럼 생겼지만 이륙할 때 180~300m 정도 길이의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이자 ‘비행기’이기 때문에 두 종류의 면허증을 모두 소지하고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양산 PAV이지만 일반인들이 범접하기에는 아직은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PAL-V의 리버티 제품은 현재도 인터넷을 통해 판매 중인데 올해 첫 고객에게 제품을 양도할 계획이다. 90대로 한정된 파이어니어그룹의 판매 이후 몇 년 내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리차, PAV 스타트업 테라푸지아 인수 

미국 스타트업 테라푸지아에서 개발 중인 ‘트랜지션’도 현재 인터넷을 통해 예약 판매를 받고 있는 중이다. 최종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략 28만~30만 달러(약 3억원) 정도로 예상 중인데 최근 들어 테라푸지아 측은 가격과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는 중이다. 2명이 탑승할 수 있는 트랜지션은 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 이착륙(VTOL) 모델이다.

테라푸지아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 5명이 2006년 설립했다. 2009년 첫 프로토타입을 완성했고 2012년 이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을 선보였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VTOL이 가능한 플라잉카 모델인 TF-X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테라푸지아가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2017년이다. 중국의 자동차 기업인 ‘지리자동차’가 테라푸지아를 인수하며 품에 안았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의 자동차 업체인 볼보, 영국의 스포츠카 업체인 로터스, 볼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 등을 소유하고 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의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앞으로 PAV 산업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리자동차는 시장 선점을 위해 테라푸지아에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차기 모델인 4인승 TF-X의 개발에 나서면서 미래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4월 독일의 한 전시회에서 공개된 독일 스타트업 릴리움이ㅡ 첫 플라잉 택시 프로토타입을 관람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2018년 4월 독일의 한 전시회에서 공개된 독일 스타트업 릴리움이ㅡ 첫 플라잉 택시 프로토타입을 관람객들이 지켜보고 있다.



올해 PAV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슬로바키아의 에어로모빌도 대표적인 선도 업체다.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인 스테판 클라인이 창업한 에어로모빌은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기술 개발을 해왔다. 에어로모빌은 자사의 이름을 딴 2인승 ‘에어로모빌 4.0’을 예약 판매 중이다. 평소에는 자동차처럼 도로를 주행할 수 있지만 필요할 때는 접었던 날개를 펼치고 시속 200km 속도로 700여 km를 비행할 수 있다. 가솔린을 동력으로 삼고 비행하기 위해서는 활주로가 필요하다. 가격은 대당 120만 유로(약 15억6000만원)대다. 에어로모빌은 이와 함께 최근 4인승 전기자동차 ‘e-VTOL 5.0’ 디자인도 공개했다. 평소에는 자동차처럼 달리다가 탑승자가 원할 때에만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이르면 2025년 출시가 목표다.  

PAV 시장의 판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가 참전하면서다. 우버는 2016년 10월 VTOL 항공기를 이용한 프로젝트인 ‘엘리베이트(Elevate)’를 발표했다. 우버 택시와 헬기를 이용한 ‘우버 에어’의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근거리 항공 승객 운송 개념을 예측한 100여 쪽 분량의 백서다. VTOL 항공기의 안정성, 소음, 배기가스, 항공기 성능, 인증, 도시 인프라 등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는데 우버 내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포함한 2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체를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비행체의 개발자, 규제 당국, 인프라 개발자, 사용자 그룹 등과의 ‘협업 방안’을 찾기 위해 에어 택시의 운용 조건과 개념 연구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우버, 2023년 ‘하늘 나는 택시’ 상용화 목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2026년까지 엘리베이트를 이용해 출퇴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운전자 없이’ 여러 사람들이 항공기를 공유해 목적지까지 가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자율주행 택시를 넘어 ‘자율주행 PAV’로의 진화다. 사용자의 지시, 제약 조건, 선호도를 기반으로 항공기를 운행하는 방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샌프란시스코 마리나에서 샌호세 시내까지 우버X를 이용하면 1시간 40분 정도가 소요되고 비용은 111달러(약 14만원)다. 하지만 VTOL 항공기를 이용하면 15분이면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초기 비용은 129달러(약 16만원) 정도지만 최대 20달러(약 2만5000원)까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버는 올해 연말까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댈러스와 같은 지역에서 4인용 VTOL 택시의 시험 운행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3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를 위해 우버는 2017년 NASA와 협력 체제를 구축한데 이어 미국의 벨과 보잉 등 세계적인 항공기 업체들과도 협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아군 진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현대차와 손잡기도 했다. 

중국 드론 업체 이항과 오스트리아 항공 업체 FACC가 개발한 에어 택시

중국 드론 업체 이항과 오스트리아 항공 업체 FACC가 개발한 에어 택시



미국에 우버가 있다면 중국엔 이항이 있다. 중국의 드론 개발 업체인 이항은 2016년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자율비행 드론 택시인 ‘이항 184’를 선보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세계 최초의 유인 드론’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항 184는 8개의 로터를 장착, 300~500m 상공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이항 측은 특히 이항 184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1000여 회 이상의 시험 비행을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바람 속도와 승객 탑승 시의 조건 등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해 진행해 철저한 시험 운행 과정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에어 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항공기 업체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투자를 받은 독일 업체 볼로콥터는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기 동력을 사용해 배출 가스가 없고 두 명의 승객을 태우고 27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2022년부터 두바이를 포함한 세계 주요 도시에 PAV와 이착륙장 등 에어 택시 통합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항공 업체 보잉은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와 손잡았다. 양 사는 2019년 10월부터 전기 비행 자동차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보잉은 이미 PAV의 시험 주행을 진행하고 있고 2019년 1월 길이 9m, 폭 8.5m의 항공기를 수직 이륙시켜 1분간 무인 자율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 항공기는 날개에 통합된 순수 전기 추진 시스템에 의해 구동된다. 포르쉐와 공동 개발하게 될 PAV는 이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표 자동차 업체 도요타도 PAV 개발에 적극적이다. 올 1월 미국의 조비항공에 3억9400만 달러(약 4570억원)를 출자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출자 후 도모야마 시게키도요타 부사장이 조비항공의 이사로 취임할 예정이다. 2009년 창업한 조비항공은 PAV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미국의 스타트업 중 하나다. VTOL 방식의 ‘에어 택시’를 개발 중인데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 크기가 큰 것이 특징이다. 현재 프로토 타입 개발을 마치고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항공기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vivajh@hankyung.com

[우버 이어 도요타, 현대차까지 모빌리티의 미래 PAV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 미래 모빌리티 혁명, 개인용 항공기 시대가 온다
-‘NASA 출신’ 잡아라…우버도 현대차도 인재 영입 눈독
-‘대당 6억원’ PAV 판매 나선 스타트업…우버·이항 ‘에어 택시’ 선두 경쟁
- 현대차도 ‘하늘길 경쟁’에 합류…2028년 상용화 향해 달린다
-“위기의 한국 제조업, UAM 선점할 어벤저스 만들자”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20-06-02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