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79호 (2020년 06월 01일)

미국 화장실 문화 바꿔 놓은 한국산 제품은?

기사입력 2020.06.01 오후 12:01

[비즈니스 포커스]
-‘K방역’ 인기에 수출 역군 부상한 ‘K비데’…코웨이 등 기술력 갖춘 한국 기업에 신시장 열려


코웨이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코웨이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서 뜬 한국산 제품이 있다. 바로 대표적 위생 가전인 비데다. 미국인들은 자택 대피령과 두루마리 화장지 사재기 광풍이 벌어지면서 최근 화장지 대란을 겪었다.

대형마트마다 화장지를 사기 위해 수백 명이 줄을 섰고 외신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변기에 버려서는 안 되는 무언가’로 뒤처리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바탕 화장지 대란을 겪은 미국인의 관심은 화장지 대체재인 비데로 옮겨 갔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찾는 것이 ‘한국산 비데’라는 점이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K방역’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방역 모범국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와 제품력이 주목받았다는 분석이다.

◆ 美 화장지 대란에…비데 수출 4000% 폭증 

실제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화장지 품귀 현상으로 인해 한국산 비데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데의 대미 수출액은 7만6000달러(약 9424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19.5% 증가해 ‘한국산 비데’가 수출 역군으로 부상했다. 무역협회는 비데의 인기가 이어진다면 미국에서 향후 비데 사용 문화가 보편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비데 시장은 한국 50%, 일본 80%의 보급률로 한국과 일본 두 시장에 국한돼 있다. 최근 비데 수요가 급증한 미국은 비데를 잘 사용하지 않는 나라였다. 아시아 국가와 달리 미국의 비데 보급률은 5% 미만으로 한국 기업들에는 신시장인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비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에서 비데의 침투율이 유독 낮았던 미국 화장실 문화의 전환기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는 미국을 비롯해 비데를 잘 사용하지 않던 신흥 시장 진입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비데 시장은 현재 방문 판매를 통한 렌털을 주력으로 하는 코웨이를 비롯해 콜러노비타·SK매직 등의 시판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비데만 떼놓고 보면 코웨이와 콜러노비타가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렌털과 직판 방식으로 나누면 비데 시장의 렌털 1위는 코웨이, 직판(직접 판매) 1위는 콜러노비타다. 업계 추산으로 코웨이가 24~28% 정도로 점유율 1위, 콜러노비타가 21~24%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코웨이는 올해 2분기 비데 수출 제품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90%가 미국에서 올린 것이다. 코웨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주문이 급증하면서 최근 포장 라인도 2배로 늘렸다. 코웨이 미국법인은 비데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매출액 27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다.

코웨이 관계자는 “미국은 비데 보급률이 5% 이하로 그동안 비데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 불안감에 화장지를 사재기하면서 대체품인 비데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우수한 성능으로 높은 평판을 가지고 있던 한국산 비데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웨이의 2019년 기준 전체 사업 분야에서 비데가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다. 주력 제품인 정수기가 40%, 공기청정기가 20%인 것에 비해 매출 비율이 아직 높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외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웨이는 2007년 해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전 세계 50여 개국에 공기청정기·정수기·비데 등을 수출하고 있다. 2019년 해외 사업 매출은 7419억원(연결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38% 성장했다.

코웨이는 2019년 ‘비데메가(Bidetmega)’ 브랜드를 통해 미국 비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는 북미 가정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개발, 론칭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메가 시리즈’를 공기청정기와 정수기에 이어 비데로 확대한 것이다. 국내 비데 업체들에 미국은 아직 선두 업체가 없는 신시장이다. 미주 비데 시장은 현재 초기 형성 단계로 최근 연간 약 10%씩 성장하는 추세다.

코웨이는 2019년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협업한

코웨이는 2019년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세계적인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협업한




◆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화장실 문화


코웨이의 미국 시장 전략은 우수한 제품력과 현지화다. 코웨이 비데만의 혁신 세정 기술인 ‘아이웨이브(i-wave) 수류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웨이브 수류 시스템은 수압·공기·세정 범위·시간 등 다양한 수류를 과학적으로 조합해 몸 상태에 맞춰 최적화된 세정 코스를 제공하는 혁신 기술이다.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미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제품에 대거 적용했다. 비데의 야간 변좌 라이팅 기능, 어린이 맞춤 모드, 시각장애인용 점자 표기 등이다.

이렇게 탄생한 비데는 비데메가 150·200·400 등 총 3종이다. 현재 미주 비데 시장이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실속형부터 프리미엄 모델까지 전방위적 라인업을 구축했다. 아마존과 오픈 이노베이션, 현지 특성에 맞춘 혁신 기술로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 높이기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6년부터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 참가하고 있고 5년 연속·CES 혁신상을 받았다.

코웨이 등 한국 기업들은 코로나19의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수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아직 수출이 정상화되지 않았는데 2분기 이후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의 판매 증가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혁신 기술로 무장한 한국 기업들에 기회

코웨이는 국내에서는 렌털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미주 시장에서는 직판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전제품 렌털 시장이 커지는 추세지만 아직은 상당수가 셀프 관리가 가능한 직접 판매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코웨이는 자가 관리가 가능한 비데도 출시했다. 프리미엄 비데인 ‘비데메가 400’은 기능을 설정하는 조작부를 벽면에 탈부착 가능한 무선 리모컨으로 설계해 공간 활용성과 사용 편의성을 높인 제품이다. 유로·노즐·도기까지 자동으로 살균하는 3단계 스스로 살균 시스템을 탑재해 서비스 전문가인 ‘코디’의 방문 없이도 고객 스스로 비데를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비데 전문 기업인 콜러노비타도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만 3월 기준 비데 주문량이 8배 급증했다. 최근 미국 수출 증가 추세에 따라 보급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콜러노비타는 스테인리스 스틸 노즐과 3D 무브 워시 등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기능과 기술을 국내 최초로 비데에 적용했다. 또한 방수 설계, 착좌 센서 탑재, 이지 탈착 버튼 등에서도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했다. 렌털 방식이 아닌 판매로만 비데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웨이와는 차이가 있다.

콜러노비타는 렌털 사업을 하지 않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비데를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이지 탈착 버튼과 노즐 세척 버튼 등 다양한 셀프 케어 기능을 제품에 적용했다. 프리미엄 라인은 체성분 측정 기능을 탑재했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데 관리와 건강관리도 가능하다. 콜러노비타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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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03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