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문 연 사내 교육 플랫폼…하루 7000명 직원 접속해 ‘행복 역량’ 키워
SK식 인재 육성 ‘마이써니’…한국의 디즈니대학 될까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를 만든 것은 월트 디즈니 창립자도, 미키 마우스도 아니다. 경영 전문가들은 디즈니랜드의 직원 교육 프로그램인 ‘디즈니대학’을 성공의 일등 공신으로 꼽는다. 디즈니대학의 목적은 평범한 직원들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배우’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응대가 곧 디즈니랜드 전체의 세계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디즈니대학의 사례처럼 사내 교육은 기업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행복 전도사’를 자처하며 구성원의 행복 추구에 앞장서 온 최태원 SK 회장은 일찌감치 사내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SK그룹의 설계를 토대로 올해 1월 사내 교육 프로그램 ‘마이써니(mySUNI)’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SK식 인재 육성 ‘마이써니’…한국의 디즈니대학 될까
◆‘반도체’부터 ‘행복’까지 600개 콘텐츠 확보

마이써니는 SK그룹 구성원들이 연간 근무 시간 중 10%인 200시간을 학습에 투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교육은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T), 혁신 디자인, 행복, 사회적 가치, 리더십, 매니지먼트, 글로벌 등 8개 분야로 시작했고 3월부터 반도체 과정이 추가됐다. 하반기에는 에너지 솔루션 분야가 더해져 총 10개 분야로 이뤄질 예정이다.

마이써니에는 SK가 자체 개발하거나 국내외 전문 기관에서 제작한 학습 콘텐츠 600여 개가 제공된다. 코세라, 링크트인 러닝, 구글, IDEO, 패스트캠퍼스 등 다양한 외부 기관의 콘텐츠를 제공해 직원들의 깊이 있는 학습을 돕는다.

강사진은 관계사 임원들로 전문 교수진을 구성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디커플링’의 저자 탈레스 테이셰이라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를 비롯해 윌리엄 바넷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최인철 서울대 교수,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등 국내외 교수들도 참여했다.

미래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AI와 DT는 별도의 ‘AI·DT 리터러시 프로그램(AI·DT Literacy Program)’을 운영해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필수 학습을 권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AI와 DT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트렌드부터 기초적인 코딩 실습을 망라했다. 약 47시간 학습으로 구성됐고 총 20개의 과정을 제공한다.

마이써니를 통해 SK그룹 경영진의 인사이트를 구성원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콘텐츠화한 점도 눈에 띈다. 마이써니는 최 회장과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특강 시리즈를 제공하고 있다.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선 콘텐츠는 물론 플랫폼의 구성도 중요하다. 마이써니는 ‘주제별 학습카드’ 등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자 환경(UI)을 제공한다. 또 직원들의 관심 분야를 파악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향후 개인의 학습 이력과 직무 등을 연계해 추천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동영상·문서·오디오·외부 학습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학습 자원을 제공한다.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마이써니 모바일’을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접속할 수 있게 설계했다.

또 학습 동기를 높이기 위해 스탬프와 배지 획득을 통한 ‘증명(Certification) 제도’를 운영한다. 구성원들이 언제든지 학습 콘텐츠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이용석 마이써니 전략기획담당 리더는 마이써니의 강점에 대해 “현재 직면한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 변화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마이써니는 다양한 영역과 많은 콘텐츠에 기반해 직원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그룹 내 학습 문화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직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5월 중순 기준으로 약 7000명이 접속해 매일 학습을 진행 중이다. 이용석 리더는 “‘SK 오버뷰’와 같은 일부 인기 과정은 8000여 명 이상이 이미 이수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된 2월 말 이후부터 하루 평균 학습자 수가 3배 이상 급증하는 등 마이써니에 대한 반응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강다재 SK에너지 경영기획실 과장은 “기존에도 사내 교육이 있었지만 회사가 직원의 경력 개발에 필요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근무 시간에도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에 의미가 있다”며 “‘마이써니’를 통해 능동적 교육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것은 ‘SKMS’와 ‘반도체’, ‘행복’ 과정이다. SKMS는 SK그룹 고유의 경영 철학을 공부할 수 있다. SK그룹의 주요 사업인 반도체 산업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반도체 과정의 열기도 뜨겁다. 최 회장을 중심으로 SK그룹이 강조하는 ‘행복 추구 방식’에 대해 소개하는 행복 과정도 인기를 끌고 있다.
◆‘딥 체인지’ 위한 인적 자원 개발이 목표

SK그룹은 2017년부터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딥 체인지’를 추구해 왔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2019년 사내 교육 플랫폼을 개편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룹 싱크탱크인 SK경제경영연구소와 그룹 역량 개발의 중추 조직인 SK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추진 조직을 만들었다.

현재 마이써니 추진위원회는 총장·최고학습책임자(CLO)·최고혁신책임자(CIO)의 직책을 가진 세 명의 리더가 이끌고 있다. 표문수 총장은 ‘마이써니’를 SK그룹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조돈현 SK유니버시티 사장은 CLO로서 구성원들의 학습을 통한 역량 확보를 이끌고 관계사들의 새로운 기업 문화를 지원한다. 염용섭 SK경영경제연구소장은 CIO로서 미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와 플랫폼 구축을 담당한다.

SK그룹은 ‘코로나 이후’ 마이써니를 대비하고 있다. 이론 학습에만 그치지 않고 실습 또는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오프라인 학습장을 마련했다. 이 학습장의 명칭은 ‘마이써니 행복캠퍼스’다. 과거 기업의 연수원들이 외곽에 있던 것과 달리 도심에 전용 학습 공간을 구축해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또 업무와 학습을 병행하기 위해 일과 시간 내 학습 시간에만 방문해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필요에 따라 해당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마이써니를 통해 직원들이 ‘딥 체인지’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용석 리더는 “마이써니 학습을 통해 역량을 높이고 커리어를 개발함으로써 본인의 행복 수준을 제고할 수 있다”며 “이러한 지식과 역량을 현장에 적용해 일하는 방식도 혁신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내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인 주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상호 학습’도 기대할 수 있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