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79호 (2020년 06월 01일)

아파트 복도·상가 계단에 무단 적치물 쌓으면 큰코다쳐

기사입력 2020.06.01 오후 02:41

-조주영 변호사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공용부분 무단점유자는 관리단에 부당이득 반환해야…법의 사각지대 해소 기대


(사진)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연합뉴스

(사진)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연합뉴스



아무런 권원 없이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사람은 그 소유자에게 차임 상당의 부당 이득을 반환할 의무를 진다.

소유자가 만약 정상적으로 임대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차임 상당액을 타인의 무단 점유 때문에 얻지 못한 것이므로 이를 변상하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와 관련해 상가나 아파트 등 집합 건물에서 복도·계단·로비 등 공용 부분에 자신의 물건을 적치하거나 이러한 공용 부분을 자신의 영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고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대법원은 공용 부분은 임대 대상이 아니므로 누군가 무단 점유해 사용하더라도 다른 구분 소유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추정해 무단 점유자에게 부당 이득 반환 의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무단 점유자가 부당 이득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안은 이렇다. A 씨는 상가 건물 1층에서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며 상가 복도와 로비에 퍼팅 연습 시설을 설치했다.

상가 구분 소유자들로 구성된 관리단은 “A 씨가 공용 부분인 복도와 로비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는 것을 방해했다”며 “A 씨는 복도와 로비를 인도하고 이를 사용해 얻은 부당 이득금 약 2억3900만원을 반환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과연 집합 건물의 공용 부분을 무단 점유해 사용한 자가 차임 상당의 부당 이득을 얻은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종전의 대법원의 방침은 “집합 건물의 복도·계단 등과 같은 공용 부분은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용 부분의 무단 점유에 대해 다른 구분 소유자들에게는 차임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구분 소유자 중 일부가 정당한 권원 없이 집합 건물의 복도·계단 등과 같은 공용 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함으로써 이익을 얻고 다른 구분 소유자들이 해당 공용 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 공용 부분을 무단 점유한 구분 소유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공용 부분을 점유·사용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부당 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집합 건물 공용 부분을 무단 사용한 구분 소유자는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다른 소유자들은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됐으므로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 이득 반환 요건이 충족됐다”고 했다.

나아가 “공용 부분을 무단으로 사용한 소유자가 이익을 얻었는데도 다른 소유자들에게 손해가 없다는 이유로 부당 이득 반환 책임이 없다고 본다면 이는 무단 점유자에게 점유·사용에 따른 모든 이익을 보유하게 하는 것이어서 부당 이득 제도의 취지인 공평의 이념에도 반한다”고 판시했다.

집합 건물의 무단 점유자에게 금전(부당 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시키는 당연한 결론을 대법원은 왜 이제야 채택했는지 다소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부당 이득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야만 부당 이득 반환 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용 부분은 임대 대상이 아니므로 즉 누군가 무단 점유하더라도 금전적 손해를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무단 점유자의 부당 이득 반환 의무가 없다’고 판시한 종전 대법원 판례도 나름의 이유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살펴보면 공유자는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는데(민법 제263조), 공용 부분의 무단 점유는 바로 다른 공유자들이 공유물 전부를 사용할 수 권리를 직접 침해하는 행위이고 이러한 다른 공유자의 사용 이익의 침해는 무단 점유자의 이익에 상응하는 ‘손해’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상식과 부당 이득 반환 제도의 취지에 걸맞은 매우 환영할 만한 것으로, 추후 유사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분쟁 해결에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주영 법무법인 동신 대표변호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9호(2020.05.30 ~ 2020.06.0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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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03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