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 1280호 (2020년 06월 08일)

조정훈 “기본소득, 성장 담론 없는 ‘받고 더블로’식 경쟁 반대”

기사입력 2020.06.08 오전 09:28

[주목 이 정치인] 기본소득 논란 불붙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규제개혁·노동유연성 전제돼야"


"재원, 성장 동력 키워 해결해야지 세율 인상은 안 돼"


"'생활 진보' 추구...우리 세대 정치 핵심, 먹고사는 생활 자체"


"더 이상 이념으로서의 진보, 큰 울림 없는 시대 됐다"


"'플랫폼 노동' 시대...비정규직 없는 것은 비현실적"


"일자리 감소 시대에 거꾸로 가니 혁신성장 발목 잡혀"


"기업에 고용 부담 주지 말고 보편적 복지로 해결해야"


"대북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해야...막말 더 이상 받아들여선 안돼"



조정훈 “기본소득, 성장 담론 없는 ‘받고 더블로’식 경쟁 반대”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범여권 경제통으로 꼽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처음 제안했고 기본소득 주창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21대 총선을 앞둔 2월 시대전환 창당을 이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만든 비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해 당선된 뒤 다시 시대전환으로 복귀했다. 시대전환이 총선 전부터 제안한 기본소득제는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조 의원은 “잘하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첫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성장 담론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규제 개혁과 노동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 여야가 경쟁하듯 ‘받고 더블로’식의 기본소득제는 나라 곳간을 거덜 낸다며 반대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다 정치를 하겠다고 한 동기는 무엇입니까.



“일찍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도 정치외교학과가 아닌 상과대학(연세대)에 입학했고 공인회계사 시험을 봤죠. 존경하는 선생님이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국가 사회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당시엔 잘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선발하는 해외 유학생에 뽑혔죠. 기업이 아니라 국가를 공부해 보자는 생각에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갔습니다. 졸업 후 국제기구(세계은행)에서 국가 간 협상과 조정을 하는 역할을 15년 이상 했습니다. 협상과 타협이 뭔지, 정치와 정책이 어떻게 서로 연관되는지에 대해 고민했죠. 귀국해 뭘 할까 고민하다가 기회가 생겨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참여를 권유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이 내가 꽤 마음에 들었는지 영입해 보라고 한 것 같아요. 부모님을 뵙기 위해 귀국했다가 출국하는 날 만났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 직원으로서 정치 참여가 쉽지 않았습니다.”



▶시대전환 창당 후 더불어민주당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합류했다가 출당 형식으로 다시 시대전환으로 돌아왔습니다. 민주당에 가지 않고 소수당을 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모자이크와 같은 다양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당이 여러 목소리를 내는 것이 건강하다고 봅니다.”



▶시대전환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민주당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생활 진보입니다.”


▶어떤 뜻입니까.



“선배들은 민주화를 위해 싸웠죠. 내가 대학에 들어가니 학생운동이 끝물이었습니다. 졸업하고 생활인의 삶을 살았죠. 생활인의 삶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에겐 더 이상 이념으로서의 진보는 큰 울림이 없습니다. 삶의 궤적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생활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풀어내는 것이 우리 세대에겐 정치의 명분입니다. 먹고사는 것, 생활 자체가 정치 명분이죠.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우리 세대 정치의 핵심이 될 수 없어요. 우리는 미세먼지 심한 날엔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지하철에 탔을 때 임신부·노약자 자리는 ‘쪽’ 팔려 앉지 않는 사람들, 1회용이 아닌 머그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생활 정치입니다. 사회가 앞으로 더 나아가는 중심에 생활이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생활 진보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우리 정치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한 중도 실용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실용 정치는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게 없습니다. 산업화 세력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죠. 100% 동의하고 고개를 숙입니다. 세계은행에 근무하면서 가난을 없애려고 15년 동안 노력해 봤지만 잘 안됐습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압니다. 진보는 민주화를 이뤘죠. 하지만 중도 실용을 표방했던 사람들은 해결한 게 없어요. 실용 정치라는 말을 앞세워 집권하고 싶은 거였죠. 그러나 우리는 문제를 잡으면 물고 늘어지고 부러뜨려서라도 해결할 겁니다. 그런 예들이 늘어나면 국민들에게 알려질 겁니다.”



▶처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제안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새 세상이 열렸습니다. 곧 팔순이 되는 내 부모님도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죠. 또 앞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겁니다.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 성장이 왜 꼬였느냐 하면 서로가 충돌하기 때문이죠. 혁신 성장을 하면 일자리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일자리 없는 성장은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소득 주도 성장을 한다면서 고용을 유지하려고 몇 십조원을 씁니다. 또 앞으로 노동은 ‘플랫폼 노동(애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형성되는 근로 형태. 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는 운송·택배·배달·대리운전 등을 지칭)’으로 갈 겁니다. 이제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비정규직이 없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소 잡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누가 소를 잡아와야 나눠 먹을 게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성장을 촉진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선 노동은 더 유연해져야 하고 규제는 더 풀어야 합니다. 노동이 유연해지면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우려를 채워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재난지원금·기본소득 등 보편적 복지가 필요합니다. 정부의 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내용에 일자리 55만 개 창출이 들어 있던데 반대합니다. 그 일자리는 솔직히 돈을 주기 위해 만든 거죠. 그 대상자가 청년과 사회적 약자인데 일자리가 필요해 만든 게 아니에요. 그들에게 산불 관리시킨다고 하는데 한 번 훅 둘러보고 휴대전화를 볼 겁니다. 차라리 그들에게 돈을 줘 미래를 위해 준비하게 하는 게 더 좋습니다.”



▶기본소득 도입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닙니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기본소득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입법 경쟁이 벌어지게 됐습니다. 잘하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이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첫째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 담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기본소득 다음으로 반드시 성장 담론이 돼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이를 위해선 규제 개혁, 노동 유연성 얘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균형을 맞춰야죠.”



▶그러나 노동 유연성은 거꾸로 가고 있고 원격 의료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필요한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보편적 복지 담론이 시작됐으니 코로나19 이후 성장 담론이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만져질 수 있는 성장 얘기가 있어야죠. 원격 의료든 플랫폼 경제 활성화든 뭔가는 하나 들고나와야 합니다. 분배 얘기를 했으니 성장 얘기도 해보는 게 고수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기초 생활 수준인 월 60만원을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300조원이 넘는 예산이 듭니다. 세수는 줄어드는데 어마어마한 재원 마련 논의는 뒷전이 되고 있습니다.



“증세 얘기가 나올 겁니다. 증세를 하려면 세율을 높이든지, 파이를 키우든지 두 개 중 하나를 해야겠죠. 성장 동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해야지 세율을 인상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월 30만원 지급을 얘기한 것은 증세 없이 줄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복지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계산한 결론입니다. 정치인들이 기본소득 논의를 ‘받고 더블로’ 하듯 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언젠가 곳간이 거덜 나죠. 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은 있습니다. 고소득층이 받는 기본소득 중 3분의 1은 세금으로 다시 국고로 돌아옵니다. 또 복지 구조 조정을 통해 적지 않은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 지출로 기업 성장이 활성화되면 전체적인 파이도 늘어날 수 있죠.”



▶지금까지 복지 행정 단일화 얘기가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부처 이기주의 등 때문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기본소득이 갖고 올 쓰나미를 막으려면 행정비용을 줄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 정무적 능력이 필요합니다.”



▶복지 구조 조정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복지 수당을 받던 사람들이 ‘우리 것을 뺏어 나눠 준다면 기존과 뭐가 다르냐’고 반발할 수도 있죠.



“어느 복지를 먼저 정리하느냐는 정책적 문제를 넘어 정치적 문제죠. 기본소득으로 최소한 지금보다 받는 금액이 적어지는 것은 없다는 점을 잘 설득해야겠죠.”



▶스위스가 기본소득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고 핀란드도 실험을 중단했죠. 미국은 1970년대에 기본소득을 논의하다가 근로장려금제도(EITC)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더 이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례에서 답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정답을 찾아나가는 게 국격입니다. 또 대한민국의 예산과 경제 규모로 볼 때 복지 예산은 많지 않습니다. 또한 기업에 더 이상 일자리를 부담시킬 수 없습니다. 기업에 자금 지원 조건으로 대부분 해고 금지를 요구하고 있어요. 솔직히 그 돈을 다 쓰면 해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에 억지로 고용 부담을 주지 말고 마음껏 성장하게끔 하는 대신 법인세를 내게 하면 됩니다. 그걸 갖고 일반 복지로 쓰면 되죠. 이런 전제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기본소득제로 가야 합니다. 스위스가 부결한 이유는 워낙 일반 복지가 많기 때문이죠. 또 세율이 높은 상황에서 더 올리는 것은 못하겠다는 것이지 우리와 비교하기엔 부적절합니다.”



▶기본소득을 주게 되면 일할 의욕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들이 그 돈을 받고 낮잠 잘 것이냐, 절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여권이 긴급재난지원금을 더 주자고 주장하는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산불이 나면 불을 끄는 게 우선이죠. 불이 났는데 소방수가 물을 너무 많이 썼다고 비난 받으면 안 됩니다.”


조정훈 “기본소득, 성장 담론 없는 ‘받고 더블로’식 경쟁 반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약력 : 1972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국제개발정책학 석사. 세계은행(WB) 동유럽지역국 거버넌스 선임전문관·우즈베키스탄사무소 대표. 여시재 부원장. 아주대 세계학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소장·통일연구소장·국제대학원 초빙교수.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



▶역시 재정이 문제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고 한 번 늘어난 복지 예산을 줄이기 힘들어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부채는 나쁘지만 국가 재정이라는 것은 긴축과 팽창을 할 때가 있죠. 물을 들이부어 산불을 끈 다음 민둥산을 어떻게 숲으로 만들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분배와 성장 정책의 스텝이 꼬였습니다. 일자리를 소득 증가의 매개로 봤어요. 그런데 일자리와 국민소득이 줄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증가를 통해 소득 주도 성장을 하려다 보니 혁신 성장이 자꾸 발목 잡힙니다. 현 정부의 혁신 성장은 일자리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달고 날려고 합니다. 이걸 떼 줘야죠. 혁신 성장은 규제 개혁과 노동 유연화를 통해 기업들이 가장 가볍고 쉽게 날 수 있게 해야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아주대 통일연구소장을 역임했는데 북한 비핵화 문제가 막혀 있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합니다. 첫째, 북한 핵을 해결해야 한다, 핵 해결을 위해선 어떤 수단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의미입니까.



“북한 핵은 죽고 사는 문제의 영역입니다.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면 북한 핵은 의미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글쎄요, 여러 옵션이 있을 수 있겠죠. 둘째 원칙은 남북 경협인데, 더 이상 인도적 지원 시대는 끝났습니다. 북한을 이머징 마켓으로 간주해 베트남과 라오스처럼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자는 겁니다. 그러자면 북한도 국제 비즈니스 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야 합니다. 계약서를 쓰면 지키게 해야 합니다. 함부로 재산을 몰수할 수 없게 해야죠. 셋째 원칙은 상호 존중입니다. 북한의 막말을 더 이상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를 지킬 수 있느냐는 겁니다.



“통일연구소장으로 있을 때 경험했는데 예를 들어 북한이 싱가포르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요구한 적이 있어요. 또 캐나다에 교수들을 보내 국제적 비즈니스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라고 했어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다르다는 겁니다.”



▶과거 북한은 남북한 경협 또는 교류 조건으로 현금을 요구하곤 했습니다.



“단호히 거부해야죠.”



▶그러면 북한은 남북한 관계를 파투 냅니다.



“과거 사례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젠 그런 인식에서 손절매해야 합니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하는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세 가지 원칙 중 하나에도 어긋난다면 안 됩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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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08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