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해양플라스틱 제로 예적금’ 등 해양 보호 상품 화제…‘디지털 혁신’도 고삐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Sh수협은행(이하 수협은행)이 달라졌다. 수협은행은 2016년 수협중앙회에서 독립해 자회사로 새롭게 출범했다. 시중은행과 마찬가지인 1금융권이지만 ‘어민들을 위한 특수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17년 이동빈 은행장이 취임한 후 3년 동안 수협은행의 이미지는 확연히 달라졌다. 2018년 ‘중견은행 일등은행’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리테일 기반을 확대해 나가며 경쟁력을 높여 온 결과다.

‘달라진 수협은행’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해양플라스틱 제로 예금&적금’이다. 2030 젊은층을 신규 고객으로 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어업·수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뿌리를 두고 있는 수협은행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 준다. 일반 고객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대중성’과 수협은행에서만 선보일 수 있는 상품을 통한 ‘차별성’, 지금 수협은행이 추구하고 있는 변화의 최종 목적지다.
‘달라졌다, 수협은행’…눈길 끄는 이동빈식 차별화 전략

◆환경 보호 관심 높은 2030 타깃

‘Sh해양플라스틱 제로 적금’은 지난 3월 9일 수협은행이 선보인 공익 상품이다.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은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해양 쓰레기를 줄이겠다는 ‘서약’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대 금리 0.1%, 가입 기간 중 해안 쓰레기 수거 등 봉사 활동 인증 샷을 남기면 우대 금리 0.2%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고객들이 직접 몸을 움직여 해양 생태계 보호에 동참하며 ‘재미’와 ‘실속’을 모두 챙긴 셈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상품이 타깃으로 하는 신규 고객층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어민이나 고령층이 아니라 2030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탤런트 조보아 씨를 모델로 기용하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3월 9일 첫 출시된 ‘해양플라스틱 제로 예금&적금’은 출시 3개월 만인 지난 6월 1일 기준으로 4만1626계좌, 7461억원어치가 판매됐다.

이 상품이 특히 공익적인 성격을 띠는 부분은 수협은행이 직접 해양 쓰레기 저감 활동의 기금을 부담한다는 데 있다. 연평균 잔액의 0.05% 이내에서 수협은행이 기금을 전액 부담하고 일부를 해양환경공단 등에 전달해 해양 플라스틱을 줄이는 등의 활동에 사용할 방침이다. 지난 5월 13일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시작으로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박승기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등이 직접 가입하며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나선 이유다.

수협은행이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상품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8월 출시해 큰 관심을 모았던 ‘sh보고싶다!명태야’ 적금을 비롯해, 1997년 '독도사랑예금' 출시 이후 ‘사랑해독도정기예금’ ‘독도사랑카드’ 등 독도 지키기 운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보고싶다!명태야 적금’은 명태자원 회복사업 지원을 위해 연평균잔액 순증액의 0.1%를 수협재단 등에 지정 기탁하는 공익상품이며, ‘독도사랑예금’은 독도에 대한 연구, 개발, 홍보 활동을 위해 독도사랑기금을 조성하는 공익상품이다. 이 밖에 어업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어업인복지예금’과 같은 공익상품을 운영해 온 바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출시되고 있는 다양한 ‘친환경 금융’ 상품들 가운데서도 수협은행의 친환경 공익상품이 도드라지는 이유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해양 환경 보호 등과 관련한 수협은행의 친환경 공익상품은 수협은행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오랜 시간 동안 장기적으로 진정성을 갖고 이와 같은 활동들을 추구해 오고 있기 때문에, 많은 친환경 상품들 가운데서도 수협은행의 공익상품에 관심을 가져주는 고객들이 천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상품”으로 승부

‘해양플라스틱 제로’ 상품은 기존의 상품들과 비교해 ‘디지털 친화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점을 갖는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이 은행장은 수협은행 역사상 첫 민간 출신 은행장이다. 2016년 수협은행은 52년 만에 수협중앙회에서 분리해 출범했지만 6개월 만에 ‘행장 공백’ 사태를 겪으며 혼란을 겪었다. 당시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이가 우리은행 출신의 이 행장이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에서 여신관리와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인정받으며 여신지원본부 부행장 등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달라졌다, 수협은행’…눈길 끄는 이동빈식 차별화 전략
이 행장이 수협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은 딱 하나였다. ‘수협은행에서만 팔 수 있는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는 수협은행은 비슷비슷한 금리와 상품 구조로는 경쟁할 수 없다. 독자적인 상품 개발이 뒷받침돼야 ‘존재감’을 가질 수 있다는 강조였다.

바로 이 ‘독자적인 상품개발’의 한 축이 수협은행의 정체성과 연관된 친환경 공익상품의 개발이다. 여기에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들도 적지 않다. 최고 연 5.5%의 금리를 제공하는 ‘쑥숙크는 아이적금’이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16만9000여 계좌가 팔려나간 ‘빅히트’ 상품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고금리 상품들을 통해 수협은행의 신규 고객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이 있다.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금융시장에서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 위해서는 독특한 상품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혁신’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이 행장의 굳은 의지였다. 이를 위해 지난해 수협은행은 디지털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를 디지털금융본부로 확대개편하고 인력을 대폭 강화했다. 이 행장은 이 과정에서 특히, 은행의 디지털 금융에 관심이 있는 전 직원들에게 디지털금융 업무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디지털 서비스가 ‘헤이 뱅크(Hey!Bank)‘다. 수협은행의 대표상품들만 모아서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해양플라스틱제로 예적금’ 상품 역시 개발 과정에서 ‘친환경 공익상품’이라는 성격 만큼이나 ‘디지털로 얼마나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뒀다. 상품을 가입하는 과정은 물론, 고객들의 해양 쓰레기 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데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고객들이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SK플래닛의 ‘OK캐쉬백’과 ‘시럽 웰렛’의 앱과 모바일을 통해 가입가능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양 쓰레기 저감활동 등에 참여한 뒤 인증샷을 찍어, 영업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SNS 등을 통해 쉽게 ‘인증’ 받고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혁신의 방향을 '고객 중심'으로 명확히 하면서 긍정적인 성과를 얻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2016년 출범당시 190만명 정도였던 고객 수가 4년여만인 현재는 330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의 시대에는 은행의 브랜드보다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며 “수협은행은 지금까지처럼 기존 은행권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상품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인터뷰/ 박성한 수협은행 개인금융부 상품개발팀장
“환경 보호 ‘서약’만 해도 우대금리 드립니다”

Sh수협은행(이하 수협은행)의 ‘해양플라스틱 제로 예금&적금’은 향후 수협은행의 시그니처 예금 상품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고 내부적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최대 2.8%의 우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데다 해양 환경 보호와 같은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는 ‘착한 금융 상품’이라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간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수협은행 본사에서 6월 3일 박성한 개인금융부 상품개발팀장을 만나 상품 개발의 뒷얘기를 들었다.
‘달라졌다, 수협은행’…눈길 끄는 이동빈식 차별화 전략

-해양 생태계 보호와 관련해 특히 ‘해양 플라스틱’에 중점을 둔 이유가 있나.

“해양 생태계 보호는 수협은행의 정체성과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늘 관련 공익 상품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높다. 2019년 5월 정부가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 대책’을 발표했는데, 특히 그때의 발표가 이 상품을 기획하는 출발점이 됐다. 해양 플라스틱에 관심을 두고 정보를 찾다 보니 상품개발팀원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게 됐다. 현재 전 세계 해양 쓰레기의 약 80%가 플라스틱으로 추정된다.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 인간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모든 팀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상품 개발에 참여했다. 일례로, 한동안 사내 게시판에 상품개발팀뿐 아니라 전 직원들이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인증사진이 대유행했던 적도 있었다.강제적으로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상품 개발 과정에서 해양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직원들이 스스로 작은 변화를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특히 무엇에 주안점을 뒀나.
“해양 환경 보호 활동이라는 게 거창한 계획보다 ‘내 주위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 상품을 통해 고객들에게 이와 같은 ‘작은 행동’의 실천을 유도하고자 했다. 해양 플라스틱 감축 서약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대 금리를 적용한 데는 이와 같은 목적이 컸다. 실제 고객들의 반응도 좋다.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반응이 많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해양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는 마음을 먹는다면 이후 실제 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최근에는 시중은행들도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상품 개발 등에 적극적이다.
“ESG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수협은행의 친환경 상품은 시중은행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친환경 상품이지만 수협은행의 정체성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꾸준히 공익 상품을 운영하면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수협은행의 모든 임직원은 해마다 국내의 바닷가를 찾아 해양 쓰레기 줍기 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그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동빈 은행장부터 모든 임직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실제 해양 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쌓아 온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상품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ESG 상품들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해양 생태계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색깔이 뚜렷하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