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도심 속 ‘신강남’ 뉴타운 탐방]
- 집값 ‘2배 치기’에 만점 청약자까지 쌍끌이
- 18년 만에 황금알 낳는 사업으로
뉴타운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부동산 시장 움직인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의 대장은 항상 ‘강남’이었다. 강북에서는 청약 흥행에 성공하거나 분양가 대비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도 강남에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정작 서울의 중심이라고 하는 종로구나 중구의 아파트조차 큰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강북을 들썩이게 했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그나마 강북 아파트의 시세를 이끄는 대장주로 주목 받았을 뿐 이 역시 강남에는 견주지 못했다.

하지만 강북의 아파트 값은 최근 수년간 소리 없이 그리고 꾸준히 올랐다. 강북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뉴타운이 서서히 모습을 보이고 낡은 주택을 대신해 새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변의 노후한 주거 환경까지 정비된 영향이다.

특히 강남 재건축이 정부 규제로 꽁꽁 묶이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새 아파트에 대한 투자 열기가 거세게 일면서 강북 뉴타운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들이 부동산 시장을 이끌고 있다.

◆ 이제는 ‘강남보다 뉴타운’ 평가까지
뉴타운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부동산 시장 움직인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뉴타운으로 들썩인다. 뉴타운 사업지마다 매물들의 시세가 수억원씩 오르고 청약 성적도 ‘대박’ 행진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0일 진행된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흑석리버파크자이’ 청약에서는 전용면적 59.98㎡의 당첨 최고 가점인 84점이 등장했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32점, 부양가족이 6명 이상 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 17점이어야 나올 수 있는 점수인데 이 점수가 나온 것이다.

이 주택형의 청약 최저 가점은 70점, 평균 가점은 74.56점으로 집계됐다. 서울 지역의 일반 분양 아파트의 평균 가점이 60점대 중·후반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흑석뉴타운이 얼마나 주목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경쟁률도 치열했다. 1순위 청약 326가구 모집에 총 3만1000여 명이 몰려 평균 95.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에서 청약 가점 만점이 나온 것은 2018년 12월 말 무주택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된 청약제도가 시행된 직후 분양한 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의 ‘DMC SK뷰’ 이후 약 1년 5개월 만으로 만점자 2명이 모두 뉴타운에서 탄생한 것이다.

지난 4월 분양된 서울 양천구 신정뉴타운의 ‘호반써밋 목동’에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1순위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128 대 1에 이르렀다.

뉴타운에 들어서는 집값 상승 역시 ‘억’소리는 우습다. 2017년 분양돼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수색·증산뉴타운의 DMC롯데캐슬더퍼스트는 ‘2배 치기’까지 나왔다.

전용 84㎡의 분양가가 약 5억8000만원이었는데 최근 거래된 입주권은 이보다 5억6690만원 오른 11억4690만원에 거래됐다.

2배 치기는 북아현 뉴타운에서도 등장했다. 2015년 북아현 뉴타운에서 7억원대에 분양돼 2017년 입주를 완료한 ‘e편한세상신촌’ 84㎡(이하 전용면적)는 올해 6월 1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곳은 지난 4월만 해도 14억6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한 달여 사이에 3000만원 넘게 올랐다.

2017년 가재울뉴타운에서 공급된 ‘래미안DMC 루센티아’ 전용 84㎡ 타입은 6억원 초반대에 공급됐던 것이 올해 5월 3억원 이상 오른 9억4500만원에 입주권이 거래됐다. 올해 2월만 해도 9억원대에 거래됐는데 불과 3개월 사이 4000만원이 상승한 것이다.

이 밖에 몇 억원 정도 오른 뉴타운의 아파트들은 일일이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즐비하다. 뉴타운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변 아파트들의 시세도 끌어올리고 있다.

수색뉴타운 인근에 있는 청구아파트는 DMC롯데캐슬더퍼스트가 분양된 이후 매년 1억원씩 오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보다 뉴타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 대표 실패 사례가 보여주는 ‘반전’
뉴타운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부동산 시장 움직인다
최근 보여주고 있는 뉴타운의 인기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천지개벽인 셈이다. 사실 서울 뉴타운 사업은 2017년까지만 해도 부동산 정책의 ‘대표 실패 사례’로 꼽혀 왔다.

당시만 해도 뉴타운 사업구역 중 86.5%가 사업 착공도 못 했을 정도다. 개발업자들이 던진 수억원의 ‘딱지’ 유혹과 정치인들이 떠들어댄 ‘장밋빛 공약’ 속에 시작된 선심성 사업 성격이 강해 해당 지역 주민들 사이에는 갈등과 불신만 커졌다.

수억원의 돈뭉치가 오고가면서 불법과 편법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고 이로 인해 몇몇 사업장에서는 조합장이 구속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서울 뉴타운 사업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이다. 서울시에서 길음·은평·왕십리지구를 뉴타운 시범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3년 미아·가재울·아현·영등포·천호·노량진·방화·신정·돈의문·한남·전농·답십리 등 12곳이 2차 뉴타운 사업지로 선정됐다.

또한 창신·시흥·흑석·신림·장위·상계·이문·마천·북아현·수색·신길 등 11개 지구가 2007년까지 추가로 지정되면서 3차 뉴타운 사업지로 이름을 올려 지금의 뉴타운 사업지 26곳(683구역)이 만들어졌다.

정부에서도 서울시 조례를 통한 지원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뉴타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7월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기존의 뉴타운지구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전환해 용적률 완화, 지방세 감면 등의 각종 혜택을 부여했다.

하지만 뉴타운 지구 지정 이후 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한 상태에서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대부분의 뉴타운 사업지들이 추진 동력을 잃었다.

또 낮은 원주민 재정착률에 따른 사업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2011년 정부와 서울시는 새로운 뉴타운 관리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ABC 관리 방안이다.

쉽게 말하면 등급을 ABC로 나눠 관리하는 것으로, 재개발 구역이 정상적으로 추진이 가능하면 ‘A’, 진행이 되지만 정체돼 있는 구역은 ‘B’, 더 이상 재개발 추진이 어려운 구역은 ‘C’ 등급을 매기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기존에 선정된 뉴타운 재개발 구역 중 394곳을 해제했고 나머지 286곳만 추진하도록 했다.

사실 뉴타운 사업은 기존 주택 재개발 방식을 통한 정비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사업 방식으로 기대를 받았다. 특히 강남·북 간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단기간 내에 너무 많은 지역을 뉴타운 지구로 지정해 문제가 됐고 부동산 시장 침체기까지 겹치면서 좀처럼 힘을 받지 못했다.

뉴타운 사업은 2016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불면서 살아날 가능성이 엿보였다. 뉴타운 사업 자체가 공익 사업을 표방한 민간 개발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비용을 주민이 100% 부담하기에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뉴타운 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건설사에서 빌려와 추진한다. 주민들은 조합을 만들고 조합을 내세워 건설사와 개발을 협의한다.

이때 조합원 물량 외에 일반 분양 물건을 만들어 수익금을 창출하고 조합원 분담금으로 건설사에서 빌린 돈을 갚는 구조다. 즉, 부동산 경기가 좋아야만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 18년간 완공된 뉴타운은 단 한 곳뿐
뉴타운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부동산 시장 움직인다
현재 뉴타운 사업지 26곳 중 뉴타운 사업이 완성된 곳은 단 한 곳밖에 없다. 벌써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제일 먼저 시범지구로 선정됐던 왕십리뉴타운만이 지난해 개발 사업을 마무리했을 뿐이다.

같은 시기 진행한 길음뉴타운과 은평뉴타운은 마지막 퍼즐이 아쉽게 남아 있다.

우선 1만5000가구가 계획됐던 길음뉴타운은 2003년 ‘래미안길음 1차(1125가구)’를 처음 선보인 이후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뉴타운 개발이 진행됐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부 사업이 추진되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다시 사업이 진행됐고 지금은 마지막 사업지인 길음5구역이 길음역세권구역과 함께 길음뉴타운 내 마지막 정비 사업지로 남아 있다.

은평뉴타운 역시 마지막 분양만 남겨 놓고 있다. 2008년 4500가구, 2009년 5000가구, 2011년 5500가구를 공급하며 사실상 끝맺음했지만 기자촌에 들어서는 485가구의 대방노블랜드가 아쉽게 남은 상태다.

2차 뉴타운 중에는 가재울뉴타운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부터 남가좌동까지 총 9개 구역으로 나뉜 가재울뉴타운 이미 1~6구역이 입주를 마쳤거나 진행하고 있다.

남은 구역 중 8구역은 관리 처분 인가를 받았고 9구역(DMC 금호 리첸시아)은 2022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7구역이 가재울뉴타운의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는데 지난 3월 주택 재개발 정비 사업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가 서대문구청에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접수한 상태다. 이곳에는 임대주택 220여 가구를 포함해 약 1500가구의 대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3차 뉴타운 사업지 중에는 북아현뉴타운이 50% 이상의 사업 진행률을 보이며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5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되는 북아현뉴타운은 1-2구역에 아현푸르지오(2015년 입주·3885가구), 1-3구역은 e편한세상신촌(2017년 입주·1910가구)이 이미 들어섰다. 1-1구역에 들어선 힐스테이트신촌(1226가구)은 올 8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제 사업이 남은 곳은 2구역과 3구역이다. 두 곳 모두 규모가 커 당장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사업 시행 인가를 받아 완공까지 소요되는 데 약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

아직 사업이 많이 남았지만 유독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뉴타운 사업지도 있다. 강남 유일의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이다.

송파구에서도 가장 낙후된 변두리 동네였는데 최근 북위례 아파트 청약 열기가 확산되면서 투자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거여 2-1구역과 2-2구역은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각각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과 ‘e편한세상 송파파크센트럴’로 거듭날 예정이다. 마천 1·3·4구역은 조합 설립 인가 이전 단계로 아직 사업 추진 일정을 예견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편 뉴타운 사업지들 중에는 조합원 간 갈등으로 조합 설립 인가도 못하고 사업이 정체된 곳도 여럿이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구역만 102곳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지역 중 일부를 검토해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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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 부동산 시장 움직인다
-‘서울 뉴타운의 대장주’ 수색·증산뉴타운
-광운대 역세권 개발의 수혜주 장위뉴타운
-목동 재건축 이슈에 반사이익 신정뉴타운
-‘청량리 재개발’로 기대감 상승 이문·휘경뉴타운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0호(2020.06.06 ~ 2020.06.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