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조언이 아닌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공감의 능력’ 배워야
열 살 펭수에게서 배우는 리더의 자질 [김한솔의 경영전략]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리더가 갖는 무게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규모가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타인’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 자신의 의지를 컨트롤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다른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은 큰 숙제다. 하지만 리더라는 자리에 앉은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힘들어 하는 구성원에게 조언하며 일에 몰입하게 하고 현 상황에 대해 피드백해 더 나은 행동을 하도록 변화시키며 가이드를 해야 하는 리더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우연히 접하고 팬이 된 펭귄 한 명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자신을 ‘210cm 자이언트 펭귄’이라고 당당히 소개하고 “신이 나, 신이 나, 엣헴 엣헴 신이 나”를 해맑게 외치고 “바닷속을 날아 빌보드로 가자”며 호기롭게 노래하는 펭수 이야기다. 툭하면 ‘대빵’을 찾고 참치 캔을 달라고 소리치는 열 살(공식적으로는)짜리 펭귄에게 뭘 배울 수 있을까. 하나씩 들여다보자.

◆리더가 아는 만큼 구성원은 모른다


직원들은 힘들다. 일이 많아도 힘들고 그렇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일하기 싫어하고 좋아하고의 관점이 아니라 조직에 속해 무언가 일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힘들다고 말한다. 그럴 때 일반적인 리더들의 반응은 예상하는 대로다. “나 때는 말이야…”다. 과거에 비하면 얼마나 조직 문화가 좋아졌는지, 업무가 얼마나 간소화됐는지 설명한다. 그러면서 “잘할 수 있을 테니 기운 내”라는 따뜻한 격려로 마무리하는 것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에 펭수가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어설픈 조언이 아니라 상대가 느끼는 현실을 그냥 받아들여 주는 공감이다. 구성원이 바라는 것 역시 리더의 이런 한마디일 때가 많다.

특히 ‘나는 나, 너는 너’라는 사고가 어릴 때부터 박혀 있는 요즘 직원들에게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은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리더의 상황과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충분한 역량이 있고 이를 발휘할 환경이 갖춰졌음에도 ‘힘들다’고 말하는 구성원이 안타깝게 보여서 또는 진심으로 힘을 주려고 그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의도나 내용이 아니다. 듣는 사람이 뭘 받아들였느냐다. 듣는 사람이 잔소리로 느꼈다면 그건 더 이상 충고가 아니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조직에서도 펭수처럼 ‘사랑해’라고만 외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그래서 현실이 힘들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펭수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현재에 충실하세요. 마음이 미래에 있으면 불안한 법이에요. 오늘 즐거운 일을 하면 됩니다.”
리더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넋 놓고 ‘다 괜찮다’라고만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낙천일 뿐이다. 상황에 대해 공감한 후 힘을 주기 위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이때 많은 리더들이 실수하는 게 있다. ‘지금 이것만 잘 마치면 다음에…’라는 식의 격려다. 하지만 그 내용이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입 발린 거짓말’로 느낄 확률이 크다. 그게 거짓이어서가 아니다. 와 닿지 않아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다음 평가 때’, 혹은 ‘나중에 비슷한 기회가 주어지면’ 등등의 말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당장 다음 달 회사를 옮길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구성원들에겐 현재의 일 하나가 지금 조직 내 전체 업무 과정에서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

리더가 아는 만큼 구성원은 모른다. 그저 ‘주어진 일’이기에 할 뿐일 때가 많다. 구성원이 하는 일의 가치를 밝혀주라는 뜻이다. 거창할 필요 없다. 억지로 짜내 그럴 듯하게 꾸미지도 말자. 자료 수집을 맡긴 구성원이 좀 더 다양한 리서치를 해주길 바란다면 그 내용을 기반으로 마케팅 방향 설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자.

보고서의 오탈자 문제를 줄이고 싶다면 그런 문제가 없는 보고서 때문에 리더인 자신이 아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고 그에 따라 의사 결정이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면 된다. 정말 사소해도 좋다. 현재 하는 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만 시켜 주자.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면 그 일은 쓸모없는 일이거나 리더의 사심으로 인한 괴롭힘일 뿐이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는 게 사람


리더의 역할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구성원을 피드백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상시 평가’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피드백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리더와의 피드백 세션 후 기분 좋아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많은 면담에서 사람들이 비교 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리더에겐 상대적인 비교가 어쩌면 당연하다. ‘왜 저 직원은 같은 연차의 구성원보다 업무 속도가 느리지’, ‘저 직급에서 이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와 같은 생각이 많은 구성원을 이끌고 있는 리더에겐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비교는 전적으로 리더만의 관점일 뿐이다.

그렇다고 피드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피드백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다음을 만들어 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고 의무이니까. 쉽지 않은 피드백을 해야 하는 리더가 생각해 볼만한 펭수의 한마디가 있다.

“다 잘할 수는 없어요. 펭수도 달리기는 조금 느립니다. 하나를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는 게 사람이다. 다른 말로 어떤 것은 남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리더의 피드백은 ‘남’과의 비교가 아닌 ‘그 사람’과의 비교여야 한다.

구성원의 과거와 비교한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켓컬리의 최고경영자(CEO) 김슬아 대표가 어릴 때부터 가진 하나의 습관이 있다고 한다.

하루를 마치며 ‘오늘은 뭘 더 잘했으면 좋았겠고 내일은 뭘 더 잘할까’를 적어 보는 것이다. 거창한 변화가 아닌 ‘하루 하나씩’만 바꿔 보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없다. 자기 스스로 매일 조금씩 작은 하나의 행동만 바꿔 보는 것이다. 리더의 피드백도 이러면 어떨까.

영업 현장에서 오늘 했던 사소한 실수를 내일은 바꿔 본다면, 타 부서와의 협업 때 정보를 빠뜨려 갈등을 만들었다면 이것을 내일은 어떻게 바꿀지 등이 피드백의 내용이 되는 것이다. 변화의 기준이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될 때 구성원의 납득성도 높아지지 않을까.

펭수에게서 리더십을 배우기로 했으니 마무리도 펭수의 말로 해 보자.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리더십의 핵심은 이런 게 아닐까. ‘내가 선배니까’, ‘내가 경험이 더 많으니까’라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만들어 가는 동료가 되는 것. 이런 마음이 있다면 리더의 말과 행동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