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81호 (2020년 06월 15일)

‘꽃을 든 회장님’…플라워 버킷 챌린지로 본 재계 신인맥

기사입력 2020.06.15 오후 05:36

[스페셜 리포트]
-SK텔레콤 사장→삼성전자 사장 지명 왜?
-사업 경쟁력 강화 위해 맺은 동맹 관계…비즈니스 세계에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꽃을 든 회장님’…플라워 버킷 챌린지로 본 재계 신인맥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화훼 농가를 돕는 꽃 선물 릴레이 캠페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가 재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지난 2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플라워 버킷 챌린지는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해 주목받았다. 이 캠페인은 지명 받은 사람이 꽃을 선물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3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캠페인 주자가 되면서 릴레이 캠페인이 재계로 확산됐다. 재계에서는 6월까지 40여 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했다. 플라워 버킷 챌린지를 통해 CEO들의 비즈니스 인맥도 엿볼 수 있다. 실제 굳건한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몇몇 CEO들의 동참이 눈에 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재계 CEO들의 다양한 인맥 관계를 살펴봤다.


◆ 김정태→박정호
-하나금융·SK텔레콤, 소버린부터 뉴 ICT까지 ‘20년 혈맹’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한국경제신문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한국경제신문



김정태 회장은 플라워 버킷 챌린지 다음 주자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지명했다. 김 회장과 박 사장은 같은 PK(부산·경남) 출신으로 각각 경남고·마산고를 나왔다. 사업적으로 양 사는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동맹 관계는 SK그룹의 최대 위기였던 ‘소버린 사태’가 벌어진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권을 공격했을 때 백기사로 최 회장을 도왔던 사람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이다.

주채권은행이던 하나은행은 SK 지분을 매입하며 든든한 우군으로 SK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도왔다. 당시 매각 위기에 처했던 SK텔레콤은 소버린 사태 이후 하나은행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2009년 말 4000억원을 투입해 하나카드 지분 49%를 사들여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2010년 2월 사명을 하나SK카드로 변경하기도 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도 SK텔레콤은 하나카드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소버린 사태 이후에도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20년간 우호적인 관계로 통신과 금융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합작한 핀테크 기업인 ‘핀크’를 출범시켰고 2019년 KEB하나은행과 SK페이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양 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온·오프라인 콘텐츠 연계와 국내외 결제 관련 협력을 강화했다.

2014년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합병되면서 업계에선 당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하나카드 지분을 정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합병 이후에도 지분은 유지됐다.

김정태 회장은 통합 카드사 출범을 추진하면서도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패밀리 관계”라며 각별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의 동맹 관계는 수장이 바뀌어도 견고하게 유지되며 이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결합 시너지 창출을 위한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 박정호→고동진
-‘아이폰 대항마’로 손잡은 SK텔레콤·삼성전자, ‘AI 초협력’ 파트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월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고동진(왼쪽) 삼성전자 사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차량용 콕핏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월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고동진(왼쪽) 삼성전자 사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차량용 콕핏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사장은 다음 주자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를 지명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현재 중요한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이 주관하는 서버용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개발 사업에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서울대·고려대·포항공대·카이스트·전자부품연구원(KETI) 등 총 15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 가고 있다. 박정호 사장이 취임 이후 매년 찾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부스는 삼성전자 부스다. 고동진 사장과도 4년 연속으로 CES 현장에서 따로 만나 회동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열린 CES에서 박 사장은 삼성전자의 미래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은 지능형 컴패니언 로봇인 ‘볼리’를 함께 살펴보고 차량용 디지털 계기판인 ‘디지털 콕핏’에도 함께 탑승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박 사장과 고 사장은 그동안 5G(5세대 이동통신)·모빌리티·ICT 생태계 구축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파트너십은 스마트폰을 넘어 산업계 최대 화두인 AI로도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삼성전자·카카오와 함께 초협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로 양분된 글로벌 AI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공동 협력만이 살길이라는 것이 박 사장의 판단이다.

SK텔레콤은 카카오와는 이미 2019년 10월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해 혈맹 관계를 맺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삼성전자·카카오 등 3사의 ‘AI 동맹’이 AI 공동 스피커와 갤럭시 버즈용 AI 개발, AI를 활용한 사회 문제 해결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제휴에 따른 성과도 나왔다. ‘갤럭시 A 퀀텀’이다. 이 제품은 지난 5월 출시된 세계 최초의 양자 보안 스마트폰으로 해킹과 정보 유출을 걱정하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이 같은 돈독한 동맹 관계는 2007년 아이폰 공습 당시 양 사가 힘을 합쳐 대항마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던 ‘옴니아 동맹’을 떠올리게 한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에 SK텔레콤의 경쟁사인 KT가 아이폰을 도입하자 SK텔레콤은 삼성전자에 러브콜을 보내 함께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인 ‘와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옴니아 시리즈’를 만들었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이때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옴니아를 단독 출시한 데 이어 갤럭시 S를 개발하기 위해 자사의 대규모 인력과 SK 통신망을 이용한 연구·개발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 권영수→한성숙
-LG유플러스·네이버, 부족한 AI 기술 경쟁력 제휴로 끌어올려

권영수 LG 부회장(왼쪽)과 한성숙 네이버 사장. /한국경제신문

권영수 LG 부회장(왼쪽)과 한성숙 네이버 사장. /한국경제신문



박정호 사장에게 배턴을 이어받은 고동진 사장은 다음 주자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을 복수로 지명했다. 황각규 부회장은 권영수 LG 부회장과 안병덕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허인 행장은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각각 지목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한성숙 네이버 사장을 다음 주자로 지명했다.

LG는 네이버와 AI 스마트 홈 구축과 커넥티드카 서비스 공동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파트너십 관계를 공고히 다져왔다. 권영수 부회장은 LG유플러스 부회장이던 2017년 12월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에 인터넷 TV(IPTV)와 가정용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 홈 서비스인 ‘U+우리집AI’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해 10월에는 네이버·대우건설과 함께 업무 협약(MOU)을 맺고 IoT 스마트 홈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업계에서 자체 AI 플랫폼 개발에 한 발 늦은 후발 주자였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이 2016년 9월 AI 스피커 ‘누구’를 선보이고 KT가 2017년 1월 AI 스피커 겸 셋톱 ‘기가지니’를 출시하며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 AI 경쟁력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였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AI 스피커 시장 진출이 1년 정도 뒤처진 상황에서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대신 ‘네이버 클로바’를 적용한 프렌즈 플러스(+)를 활용하는 기술 아웃소싱 전략을 택했다.

권 부회장은 ‘U+우리집AI’ 출시 당시 한성숙 사장과 함께한 기자 간담회에서 “(경쟁사들이 이미 선보인) AI 스피커는 우리에게 괴로운 존재였다”며 “준비가 늦은 만큼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네이버라는 좋은 짝을 만나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며 미래 차 핵심 기술 개발에도 머리를 맞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네이버·쌍용차와 함께 쌍용차의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인포콘’을 출시했다. 인포콘에는 LG유플러스의 첨단 통신 네트워크와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돼 다양한 명령을 음성으로 수행한다.


◆ 김택진→방준혁
-엔씨소프트·넷마블, 경영권 분쟁 때 구원투수로 등판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 /한국경제신문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 /한국경제신문



게임업계 수장들도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기꺼이 동참했다. 엔씨소프트 대표 겸 최고창의력책임자(CCO)를 겸하고 있는 김택진 대표는 홍정도 중앙일보·JTBC 사장의 지목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후 방준혁 넷마블 의장을 다음 주자로 지명했다. 방 의장은 2015년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을 계기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미국의 유명 게임 업체인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에 실패하면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넥슨이 2012년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른 상황에서 EA 인수 실패로 양측의 관계가 불편해졌고 2015년 1월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투자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꾸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

그해 2월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를 끌어들여 상호 지분 투자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넷마블이 위기에 놓인 엔씨소프트의 백기사 역할을 해준 것을 계기로 양 사는 지분 투자를 통한 끈끈한 연결 고리를 마련했다. 현재 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주식 8.9%를, 엔씨소프트는 넷마블 주식 6.84%를 보유하고 있다.

상호 지분 투자를 계기로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간판 게임인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엔씨소프트의 IP를 통해 넷마블은 2017년 상장하는 데 도움을 준 효자 게임인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 등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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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17 1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