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바이오·제약 100대 기업]
-빛 보는 삼성의 10년 미래 투자
-비상장 포함 376개 기업, 매출·순이익·성장률 종합 평가
-‘백신 전문’ SK바이오사이언스 3위…셀트리온은 7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바이오·제약·헬스케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 인구 고령화도 이들 산업을 주목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경비즈니스는 NICE평가정보와 함께 국내 매출 100억원 이상 바이오·제약·헬스케어 기업(비상장 포함) 376곳을 비교·분석해 100대 기업을 선정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바이오·제약 100대 기업]K-바이오 미래 주역은...삼성바이오에피스·로직스 나란히 1·2위
한경비즈니스와 NICE평가정보가 공동 진행한 ‘바이오·제약 100대 기업’ 조사에서는 바이오 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100대 기업 중 제약사가 59곳, 바이오 기업 24곳, 헬스케어 기업이 17곳이지만 상위권 기업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0위권 안에서는 바이오 기업이 4곳으로 전통 제약사(4곳)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표 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활약이 돋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셀트리온은 7위를 기록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1·2·3위를 휩쓴 점도 눈에 띈다. SK케미칼의 100% 자회사인 백신 전문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3위를 차지했다. 수년간 지속해 온 대기업의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번 조사는 표준 산업 분류상 바이오·제약·헬스케어에 속하면서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376개 기업(비상장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2019년 매출액·당기순이익·매출 성장률 등 3개 항목의 순위를 매긴 후 이를 합산해 종합 순위를 산출했다.

◆삼성·SK, 바이오 부문에서도 경쟁 본격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상장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순이익·매출 성장률 모두 상위에 랭크되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매출 7659억원(8위), 순이익 2631억원(2위), 매출 성장률 107.7%(10위)를 각각 기록했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 7016억원(10위), 순이익 2029억원(3위), 매출 성장률 30.9%(51위)를 기록하며 종합 2위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비즈니스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대형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49.1% 증가한 2284억원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의약품 생산 중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듀얼 소싱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아시아 소재 생산 설비에서의 수요 증가도 기대된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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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의 비상장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 1832억원(39위), 순이익 141억원(58위), 매출 성장률 107.8%(9위)로 종합 3위를 기록했다. 높은 매출 성장률이 종합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최초 3가 세포 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와 세계 최초 4가 세포 배양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4가, 세계 둘째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국내 둘째 수두 백신 스카이바리셀라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최근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으로부터 360만 달러(약 43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기로 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100위권에 든 SK그룹 계열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총 3곳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주)의 100% 자회사이자 CMO 기업인 SK바이오텍은 88위에 올랐다. 국내 1위 화장품 원료 제조사인 SK바이오랜드는 92위를 기록했다. SK(주)의 100% 자회사로, 기업공개(IPO)를 위한 막바지 절차를 진행 중인 SK바이오팜은 119위에 랭크됐다.

셀트리온은 매출 9819억원(5위), 순이익 2863억원(1위), 매출 성장률 13.9%(145위)로 종합 7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의 합성 의약품 전문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도 매출 1727억원(47위), 순이익 95억원(84위), 매출 성장률 23.8%(74위)로 종합 순위 16위를 기록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삼총사’는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램시마(미국 판매명 인플렉트라)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유럽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뛰어넘은 상태다.

셀트리온은 합성 의약품 사업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에 대한 권리 자산을 332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 등 전문 의약품과 감기약 화이투벤 등 총 18개 제품이 포함됐다. 기업 결합 신고 등 각 지역 관계 당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 올해 안에 사업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40.6% 증가한 5061억원이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셀트리온은 올해 램시마SC를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2022년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CT-P16’ 등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수익성 좋은 제품 생산을 통한 공장 가동률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바이오 기업 중에서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20위권 안에 들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 545억원(149위), 순이익 160억원(52위), 매출 성장률 138.3%(7위)로 종합 순위 17위를 기록했다. 레코켐바이오사이언스는 2015년 중국 복성제약과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총 7건(약 2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실적을 보유한 곳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이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원숭이 신장세포 실험에서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멸 능력이 50배 높게 나타났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올 상반기 2건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연초 제시했던 연내 3~4건의 ADC 플랫폼(바이러스 등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와 치료 효과를 지닌 약물을 접합하는 기술) 관련 기술 수출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며 “현재 속도라면 올해 목표를 뛰어넘는 4건 이상의 계약도 기대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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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약, 제약사 중 1위 올라

동국제약은 전통 제약사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둬 눈길을 끌었다. 매출 4286억원(19위), 순이익 513억원(8위), 매출 성장률 21.1%(85위)로 종합 순위 5위에 올랐다. 동국제약은 헬스케어(화장품 포함)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해 2007년 상장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세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사업에도 진출했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동국제약은 일반의약품사업부·전문의약품사업부·헬스케어사업부·해외사업부를 비롯해 국내 조영제 시장 1위 기업인 자회사 동국생명과학 등 전 사업부가 고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라며 “특히 헬스케어 사업이 외형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의 비상장 자회사인 대웅바이오는 매출 3215억원(25위), 순이익 424억원(11위), 매출 성장률 16.2%(124위)로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대웅바이오는 뇌영양제, 치매 예방약 등으로 처방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매출 1위 기업이다. 모회사인 대웅제약은 47위에 랭크됐다.

종합 순위 9위는 종근당의 몫이었다. 매출 1조786억원(3위), 순이익 539억원(7위), 매출 성장률 12.9%(152위)를 각각 기록했다.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 종근당바이오는 59위였다. 종근당은 기존 합성 의약품 사업에 이어 바이오 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종근당은 빈혈 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을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출시했다.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CKD-701’에 대한 임상 3상도 진행하고 있다. 2021년까지 임상을 완료해 연간 4조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다.

박병국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종근당은 지난 1분기 매출 2928억원, 영업이익 261억원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탄탄한 본업의 역량을 보여줬다”며 “최근 임상 1상에 돌입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CKD-702’ 등 유망 파이프라인을 바탕으로 한 R&D 성과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장 제약사인 한림제약은 매출 1673억원(50위), 순이익 388억원(17위), 매출 성장률 19.8%(98위)로 종합 순위 10위에 올랐다. 한림제약은 고혈압 치료제와 골다공증 치료제 등을 개발·생산하는 중견 제약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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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은 매출 5243억원(14위), 순이익 343억원(18위), 매출 성장률 13.9%(146위)로 종합 순위 12위를 기록했다. 자회사인 보령바이오파마는 95위에 랭크됐다. 보령제약은 ARB 단일제 시장에서 처방 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를 비롯해 CCB복합제 듀카브 등 ‘카나브 패밀리’ 5종의 연간 처방 실적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하반기 고혈압·이상지질혈증 2제 복합제 ‘아카브’를 출시하는 등 카나브 패밀리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보령제약은 전문의약품 사업 포트폴리오가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와 고혈압 치료제, 당뇨 치료제 중심이어서 코로나19 시대에도 영업 실적이 성장할 수 있는 대표적 제약사”라며 “지난해 9월 위장약 성분 라니티딘에서 발암 추정 물질 NDMA가 검출되면서 위염 치료제 스토가가 반사이익을 보는 등 운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콜마 계열사 3곳 100위권

비상장 제약사인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은 매출 5425억원(13위), 순이익 604억원(5위), 매출 성장률 10.6%(181위)로 종합 순위 14위를 차지했다. HK이노엔은 한국콜마의 자회사이자 한국콜마홀딩스의 손자회사다.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된 뒤 지난 4월 1일 창립 36주년을 맞아 사명을 변경했다. 최근 CEVI 융합연구단으로부터 ‘고효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SARS-CoV-2·코로나19) 백신 파이프라인’을 이전받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HK이노엔은 2022년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 100위권에 든 한국콜마 계열사는 HK이노엔을 비롯해 총 3곳이다. 한국콜마홀딩스의 자회사이자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위탁 제조 기업인 콜마BNH는 종합 순위 11위에 올랐다. 매출 3845억원(21위), 순이익 480억원(9위), 매출 성장률 14.4%(142위)를 각각 기록했다. 한국콜마홀딩스의 비상장 자회사인 콜마파마는 29위를 차지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콜마BNH는 최근 주요 고객사인 애터미가 중국 사업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판매할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수요의 증가가 예측된다”며 “내년부터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헬스케어 기업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콜마BNH를 비롯해 7곳이 20위권에 들었다. 의료 가전 전문 기업 세라젬이 종합 순위 4위, 병원용 의료 기기 등을 전문으로 하는 클래시스가 6위를 차지했다. 임플란트 기업 덴티움은 15위, 의료 기기·화장품 전문 기업 케어젠은 18위에 올랐다. 건강식품 캡슐 등을 제조하는 서흥과 치과용 엑스레이 전문 기업 바텍이 19위, 20위에 랭크됐다. 코로나19 사태의 수혜주로 꼽히는 진단 키트 제조업체 씨젠은 33위를 기록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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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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