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트렌드]
- 빛·소리·냄새·움직임은 유용한 데이터…수집과 분석에 탁월한 초소형 센서 필수
미래 사물인터넷의 원동력 ‘스마트 더스트’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오늘날 센서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 기기로 자리 잡았다. 이미지와 소리는 물론 냄새·온도·습도·신정보 등 물리적 정보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일상생활 속 거의 모든 가전 기기에 다수의 센서가 포함되는 등 저변도 하루가 다르게 넓어지고 있다. 센서가 IT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계와 업계를 중심으로 미래 센서 기술 발전에 대한 전망이 잇달았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 더스트(smart dust)라는 개념이 유망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스마트 더스트는 먼지처럼 작은 초소형이지만 뛰어난 정보 처리 성능을 지닌 센서를 말한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주변 곳곳에 자연스럽게 배치할 수 있는 센서를 말한다. 이와 같은 센서를 광범위한 지역에 뿌리거나 혹은 인체 곳곳에 부착하면 풍부한 데이터를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육안으로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스마트 더스트 자체는 하나의 컴퓨터나 다름없다. 스마트 더스트는 현실 세계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다양한 기능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주위의 센서나 클라우드 서버와 실시간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비즈니스·군대 등 여러 분야의 디지털 활용 능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IT 기업 역시 스마트 더스트에 주목하고 있다. 다수 연구 기관들은 미래 글로벌 경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유망 기술로 스마트 더스트를 선정하는 등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스마트 더스트의 상용화는 IT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더스트의 부상
스마트 더스트는 최근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1990년대에 아주 작은 초소형 센서를 분산 배치해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연구진은 이런 개념을 소개하면서 스마트 더스트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들은 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 더스트를 건물 내·외부, 국가 중요 시설 등 여러 장소에 뿌리면 온도·습도·진동 등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위급 상황을 알릴 수 있다는 미래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버클리대 연구진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데이터 송수신기와 센서·프로세서·태양전지 등을 탑재한 1~2mm 크기의 초소형 칩 개발을 진행했다. 당시에도 여러 언론과 기업들이 스마트 더스트를 차세대 혁신 기술로 주목했지만 스마트 더스트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의 한계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 더스트는 빅데이터 시대를 이끌 미래 기술로 재조명 받고 있다. 오늘날 데이터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우후죽순 생성되는 가운데 특히 빛·소리·냄새·움직임 등 여러 특성을 데이터로 기록, 분석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 이들 데이터는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만일 스마트 더스트가 실현된다면 무궁무진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더스트는 센서와 프로세서는 물론 인공지능(AI)·네트워크·클라우드 컴퓨팅 등 여러 첨단 IT를 복합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더스트가 상용화된다면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 무엇보다 스마트 센서는 저렴한 가격에 어디에서나 데이터 수집·분석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인간의 지식 축적이 더딘 의학과 우주과학 등 신규 분야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스마트 더스트를 개발하기 위한 여러 첨단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초소형 기계 제작 기술인 멤스(MEMS)는 스마트 더스트 제작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또 정밀 기기 생산에 유리한 3D 프린터나 나노 기술 역시 여러 종류의 스마트 더스트 제작에 활용될 여지가 크다.


한편 스마트 더스트가 지속적으로 전원을 공급받고 센서 간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기술도 필수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아주 작은 센서에 탑재될 수 있는 초소형 배터리나 외부에서 직접 에너지를 수집할 수 있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도 주목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많은 스마트 더스트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무선 통신 기술 역시 스마트 더스트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ICT 발전을 촉진
아직까지는 스마트 더스트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학계를 중심으로 스마트 더스트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2015년 미시간대 연구진은 부피 1㎥에 불과한 컴퓨터 마이크로모트(micro motes)를 개발했다. 또한 독일 슈투트가르트대도 머리카락 두께보다 얇은 미세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도 스마트 더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시간대에서 분사한 큐브웍스(CubeWorks)와 더스트 네트웍스(Dust Networks) 등 여러 스타트업이 스마트 더스트 등 초소형 컴퓨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또한 인텔과 IBM 등 대기업 역시 스타트업 투자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스마트 더스트 기술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IBM은 2018년 소금 결정 크기의 매우 작은 컴퓨터를 발표했다. IBM은 이 컴퓨터의 생산 단가가 개당 약 10센트에 불과하지만 성능은 1990년대 PC에 버금간다고 주장했다.


물론 스마트 더스트의 빠른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오랜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스마트 더스트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스마트 더스트를 실제 환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검증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스마트 더스트의 보급이 보안 위험 확대, 사생활 침해 등 여러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역시 스마트 더스트의 잠재성은 인정하지만 여러 난제를 해결하고 본격적 주류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향후 연구 기관과 기업들의 스마트 더스트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더스트가 제조·설치에 대한 엄청난 투자비용을 낮추면서 고도의 데이터 분석과 활용 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스마트 더스트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다양한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촉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나아가 스마트 더스트 개발은 각종 기술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스마트 더스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계·전자·IT·나노 등 각종 기술이 집약돼야 한다. 게다가 스마트 더스트의 활용 유형에 따라 헬스케어·패션·농업 등 여러 산업의 지식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더스트를 연구·개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융·복합 기술과 활용 사례가 탄생할 가능성도 높다. 스마트 더스트 연구의 중요성이 미래 IT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더욱 각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1호(2020.06.13 ~ 2020.06.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