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82호 (2020년 06월 22일)

보험 설계사도 ‘전문직 시대’… 변호사·회계사·세무사의 블루오션으로

기사입력 2020.06.22 오후 06:02

[스페셜 레포트]

-메트라이프 T&I지점, 전문직 중심의 새 모델 구축…본업 유지하면서 보험 설계 병행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보험 설계사라고 하면 ‘아줌마 부대’를 먼저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보험 설계사들은 다르다. 보험 상품이 점차 복잡화·전문화·다양화되면서 이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보험 설계사들의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세무 회계, 상속 증여, 법률 상담 등을 통한 전문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의 ‘질’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이른바 ‘사자 직업’ 출신의 보험 설계사가 늘고 있는 이유다.


전문직들의 보험업계 진출은 국내 보험업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2000년 이전 국내 보험업계는 외형적인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대부분의 보험 상품들은 저축성 상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시기의 보험 영업은 이른바 ‘지인 영업’이 기반이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전문직 중심 FSR 조직 T&I지점의 여종주(앞줄 오른쪽 넷째) 지점장과 팀원들. T&I지점에서 활동 중인 FSR의 90%가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의 전문직을 병행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메트라이프생명의 전문직 중심 FSR 조직 T&I지점의 여종주(앞줄 오른쪽 넷째) 지점장과 팀원들. T&I지점에서 활동 중인 FSR의 90%가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의 전문직을 병행하고 있다./ 이승재 기자




◆보험이 변했다, ‘지인 영업’은 더 이상 안 통해


하지만 2000년 이후 보험 상품에도 변화가 본격화됐다. 1990년대 말 외환 위기와 2000년대 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리스크 관리를 위한 보험 상품의 중요성이 커졌다. 국내 금융 시장의 발달과 함께 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종신보험·CI보험·변액보험·실손의료보험 등 보다 전문화되고 다양한 신규 보험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보험 상품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이를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보험 설계사의 ‘능력’이 중요해졌다. 더 이상 지인 영업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되면서 보험 설계사 스스로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보험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온 것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보험 시장의 양극화를 촉진하고 있다. 네이버·토스·카카오 등 테크핀 금융 플랫폼 서비스들이 속속 금융 시장에 들어오면서 간단한 보험 상품의 비교나 맞춤 상품 추천, 자산 관리 서비스 등은 이미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곳이 적지 않다.


이와 비교해 고액 자산가와 법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의 금융 시장에서는 오히려 보험 설계사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책 등의 변화를 읽고 앞서 나아갈 수 있는 설계사들만 생존할 수 있는 시장으로 진화하면서 변호사·회계사·세무사와 같은 전문직들의 유입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전문직들에게도 보험 영업은 ‘새 블루오션’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는 대략 3만 명, 공인회계사들은 2만여 명을 넘어선다. 세무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국내 세무사들은 2018년 기준 1만3000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법률·회계·세무 등 국내 전문가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점점 더 살아남기가 힘겨워지는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특화된 무기’를 개발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각 전문가 그룹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세무 대리’ 시장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변호사들이 세무 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2003년 12월 세무사법 개정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에 제한이 생겼다. 그런데 2018년 헌재가 해당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재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는 1만8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세무업계로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메트라이프, 전문직 FSR 중심의 ‘새 모델’ 구축


보험업계와 전문직 시장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국내 대표적인 생보사들이 FP센터 등을 통해 상속·증여·금융소득종합과세와 관련한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한 대형 생보사가 전문직 설계사 지점을 폐쇄한 바 있다.


최근 국내 보험업계에서 메트라이프생명(이하 메트라이프)의 행보가 주목 받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메트라이프는 다른 보험사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취했다. 2017년 8월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전문직 출신 재무 설계사로 구성된 T&I지점을 선보여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메트라이프는 무엇보다 이들의 전문성을 금융 상품에 접목해 보험 영업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전문직들의 역할을 고객들을 위한 자산 관리 컨설팅에 제한하는 곳이 많았다. 이와 비교해 메트라이프의 전문직 재무 설계사(FSR)들은 각자의 본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보험 설계사로서의 역할도 병행하는 구조다. 영업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던 기존 전문직들의 역할과 비교해 본인의 관심과 열정에 따라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문직들에게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기존 분야에서만 일했을 때와 비교해 소득원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도가 높다.


메트라이프에 따르면 T&I지점에서 활약 중인 상당수의 전문직 FSR들이 ‘본업과 보험업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상당한 수준의 소득을 창출하는 이가 적지 않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대체로 전문직들은 본업에서 얻는 소득을 100%라고 한다면 보험업을 통해서도 60~70%에 달하는 소득을 추가로 창출하고 있다”며 “T&I지점 입사 후 보통 총소득이 20~30% 정도 늘어나는데 최대 800%까지 증가한 이도 있다”고 말했다.



메트라이프는 이 과정에서 기존의 보험 설계사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전문직’들을 위한 교육 방식을 체계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였다.


전문직 FSR을 교육하는 데 메트라이프가 중점을 두고 있는 영역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기존의 보험 영업 방식과 차별화되는 ‘보험 영업과 전문 지식을 결합한 세일즈 콘셉트’를 개발해 이를 ‘아카데미’를 통해 공유하고 교육한다. 영업 사원으로서의 태도와 자세·외모·복장 등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재무 설계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자체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다.


각자 전문직 FSR들의 특성과 개성에 맞춰 이 세 가지 영역을 결합하고 장점화할 수 있도록 일대일 매니지먼트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 FSC(Financial Sales Campus)도 운영 중이다. 보험 영업 사원과 은행·증권 등의 금융회사, 전문직 등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강의 콘텐츠를 통해 해마다 인기가 높아지는 중이다.


그 결과 T&I지점에서 활동하는 전문직 FSR들의 숫자 또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T&I지점에 소속된 설계사들은 총 171명이다. 이 중 90%가 변호사·회계사·세무사·변리사·노무사·관세사 등의 전문직들로 구성돼 있다. 2019년 4월 기준 T&I지점의 FSR이 77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여 만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생보업계 보험 설계사들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보험 설계사도 ‘전문직 시대’… 변호사·회계사·세무사의 블루오션으로



◆유명 변호사·세무사 등도 속속 보험업 진출 


T&I지점의 전문직 FSR 가운데는 각 업계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다수 소속돼 있다. 김종훈 법무법인 창천의 파트너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2017년부터 메트라이프 T&I지점에서 FSR로 활약하고 있는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채널A의 ‘신입 사원 탄생기-굿피플’에서 인턴들의 멘토로 활약하며 대중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김 변호사의 주력 분야는 ‘상속·증여 부문’이다. 본업인 변호사로서의 법률 상담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관리·설계’라는 보다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객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금융 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지식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 밖에 세무업계에 ‘상속·증여세의 대가’로 명성이 자자한 김완일 세무사, 서울대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하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보험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 김홍권 회계사, 서울대 전기공학부 출신으로 10년간 특허사무소를 경영한 배경용 변리사 등이 메트라이프의 T&I지점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문직을 중심으로 한 조직 체계가 안정화되고 T&I지점에서 활동하는 FSR들의 역량이 높아지고 고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메트라이프는 전문직 FSR들 간의 협업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며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5개의 전문직군이 공동으로 보험 계약에 참여해 고객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토털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전체 보험 계약 중 고액 계약(월납 보험료 100만원 이상) 비율’이다. 2018년 메트라이프의 전체 보험 계약 건수 중 고액 계약의 비율은 2.2%에서 2019년 2.8%로 높아졌다. 눈여겨볼 것은 전문직 FSR들을 중심으로 한 T&I지점은 2018년 11.1%에서 2019년 22.4%로 두 배 이상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법인 계약은 회사 전체로 보면 전체 계약의 8%에서 9%로 증가했는데 이 중 T&I지점은 2018년 20%, 2019년 40%, 2020년 50%를 차지했다.


T&I지점 전문직 FSR들에 대한 높은 고객 만족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계약 유지율’이다. T&I지점의 5월 13회 차 계약 유지율은 98.7%로, 업계 평균(80%)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유지율은 완전 판매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라며 “전문직들이 상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전문 분야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보험 영업의 질도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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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6-24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