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노동력 착취 현장에 대한 민낯과 고발
[서평] 이 땅의 노동자들은 좀 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실험실의 쥐
댄 라이언스 지음 | 이윤진 역 | 프런티어 | 1만6800원


[한경비즈니스= 이혜영 프런티어 출판편집자]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즐겁고 보람된 마음으로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직장인이나 노동자라면 누구나 똑같이 공감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기업의 이윤이 급증하고 더 잘사는 편리한 사회가 돼 갈수록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삶은 훨씬 더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직업 만족도는 꾸준히 하락했고 1929년 대공황 이후 소득 불평등 역시 본 적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분야라고 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산업에 종사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은 2020년 오늘, 10년 전 아니 20~30년 전 과거에 비해 오히려 더 심각할 정도로 불행해졌다고 고백한다.


풍요와는 거리가 먼 적은 돈을 벌면서 끊임없는 고용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심지어 건강상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하는, 디지털 시대 노동력 착취 현장에 놓인 직장인들. 도대체 우리의 현실은 왜 이렇게 됐을까. 겉보기엔 화려해졌지만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장을 싫어하고 힘들어하게 됐을까. 신간 ‘실험실의 쥐’는 이에 대한 문제인식과 현실적인 고민 그리고 해결점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이 시대 노동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사회 고발 비평서다.


제목 그대로 노동자들을 기업 문화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실험실의 쥐’로 비유하면서 일명 ‘실험실’이라고 지칭되는 새로운 직장의 세계를 풍자한다. 저자인 댄 라이언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포브스와 뉴스위크에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기자로 일해 왔던 저널리스트로, 2년여 동안 풍부한 사전 조사와 인터뷰 등을 토대로 노동자들의 민낯과 실체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는 이 책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애플·아마존·페이스북·넷플릭스 등의 경영자들이 추구해 온 경영 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엄청난 스트레스와 끔찍한 근무 조건 속에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선물하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현대판 스크루지’이고 일명 쥐잡이팀을 알려진 비밀 경찰을 심어두고 직원들을 감시하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무자비한 감시자’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을 이끌어 온 실리콘밸리가 노동자에겐 불행을, 사회 전체에는 극심한 양극화에 따른 불안정을 가져다준 주범으로 지목된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한 지도 벌써 20년, 그 사이 세상은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가운데 경영자도, 노동자도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급여를 삭감하고 직원을 쓰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대우하는 주주 자본주의는 윤리적이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신경심리학자 그레고리 번스 에모리대 교수는 많은 이들이 직장을 ‘스키너 상자’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기업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싶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싶다면 먼저 두려움을 제거하라. 조금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제대로 된 건강보험 혜택과 고용 안정성을 제공하며 언제든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 요소를 없애라.”


삶 속에서 불합리한 직장 문화와 스트레스가 남의 일만이 아니라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모두가 함께 시야를 넓히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기술 중심의 세상이 돼 갈수록 인간 중심의 세상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코앞이라면 더더욱 우리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선택을 할 때다. 무너지고 있는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느낄 때, 그때야말로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는 적기인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