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금융 판을 흔드는 진격의 테크핀]
카카오페이, 결제와 투자 연결해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카카오의 금융은 뱅크와 페이 등 두 개의 축으로 살펴볼 수 있다. 2014년 9월 국내 최초 온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카카오페이는 2019년 기준 가입자 3000만 명, 연간 거래액 48조1000억원 이상의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7년 4월 은행업 본인가를 받고 7월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영업 개시 2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2년 만에 흑자 구조 성공한 카카오뱅크
카카오는 4000만 명이 넘는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반으로 금융 시장에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모바일 플랫폼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이용자 기반의 금융 서비스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4대 시중은행과 상품력이 다른 것은 없었다. ‘친숙함’과 ‘편의성’을 무기로 파급력을 키워 왔다.

2017년 카카오뱅크를 론칭할 무렵 카카오는 뱅킹 환경의 고객 변화를 눈여겨봤다. 뱅킹 고객은 디지털 환경에서 24시간 채널 안에 존재하며 모두 연결돼 스스로 최선의 의사 결정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뱅킹 선택에서 핵심 요인은 전통적인 금리와 수수료뿐만 아니라 주로 ‘고객 경험’과 밀접한 항목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카카오뱅크의 지향점은 ‘일상생활 속 쓰임새 극대화’에 맞춰졌다. ‘일상생활에서 더 쉽게 더 자주 이용하는 자신만의 은행’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출범했다.

카카오뱅크가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은 기존 은행과 같지만 다른 지점을 찾아냈다. ‘같지만 조건 없이’, ‘같지만 더 쉽게’, ‘같지만 더 많은 혜택’, ‘같지만 더 자유롭게’ 등의 서비스 특장점을 찾아 전략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가입 조건이나 우대 조건을 제거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한 혜택으로 전월 실적에 관계없이 쓸 때마다 캐시백을 제공하는 혜택을 담았다.

무엇보다 하나의 앱으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환경(UI)을 사용하고 단순한 상품으로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계좌 이체 시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계좌 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친구에게 송금·수취가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합리적인 금리, 입출금·이체 시 수수료 무료, 송금 수수료 무료 등도 추가 했다. 또한 다양한 펀(fun) 요소를 제공해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이용한 체크카드 디자인, 눈에 보이는 이자, 취향에 따른 통장 이름과 색깔 변경, 드래그 방식으로 세팅할 수 있는 세이프박스 기능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딱딱하고 재미없는 금융을 즐겁고 소통하는 금융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켜 고객의 반응을 이끌었다.

카카오뱅크의 전략 방향에는 무엇보다 고객이 있었다. ‘모객·데이터 축적→고객 이해→고객 경험 혁신’이라는 고객 경험 강화가 최우선 과제로 자리했다.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솔루션 개발이 앞섰고 추가 증자, 상품 개발, 서비스 개선 등은 기타 과제에 해당했다. 또 ‘새로운 가치’와 ‘서비스 체계 혁신’을 함께 추구하면서 사용자의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상품과 서비스 전략으로 가경 경쟁력 확보를 우선적으로 내세웠다. 비대면 채널을 통해 유동성 예금에 대한 비이자 비용을 기존 은행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절약해 고객에게 전가되는 비용을 줄였다. 저비용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대면 중심의 영업과 달라야 했다. 비대면 채널에서는 충성 고객을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에코 시스템에서 뱅킹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채널 전략을 짰다. 카카오뱅크의 최대 강점은 국내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최강자인 카카오의 계열사라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 송금, 모임 통장 초대 기능, 카카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카카오뱅크 상담 챗봇 등과 같은 카카오와 카카오뱅크의 협력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의 여민수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가 보여준 놀라운 혁신을 꾸준히 이어 갈 수 있도록 협력과 투자를 강화하고 주주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결제와 투자 연결해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카카오페이, 증권·보험으로 확장 중
카카오페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현재 온·오프라인 결제·송금·인증·청구서·증권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거래 대금은 2017년 1분기 3000억원, 4분기 1조8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9년부터 분기당 10조원을 웃돌며 2년 만에 40배 성장했다. 구경회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고액 결제와 송금 증가, 가맹점 간편 결제 수수료 수취, 오픈 뱅킹 시행에 따른 송금 수수료 축소 등이 카카오페이의 수익성을 빠르게 개선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사명을 바꾸고 활발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정식 출범해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과 펀드 상품을 오픈했다. 장기적으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카카오뱅크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카카오뱅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친숙함과 재미 요소를 극대화해 카카오 생태계 내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은 ‘결제-리워드-투자’를 연결한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자의 금융 경험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증권 계좌 개설과 펀드 오픈에 이어 카카오페이 결제 후 남은 잔돈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와 결제 후 받은 리워드로 부담 없이 펀드에 투자하는 ‘알 모으기’를 도입했다. 현재 하루 평균 5만 건의 펀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6월 10일 기준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개설자는 총 125만 명, 펀드 투자 계좌는 약 100일 만에 전체의 16%인 20만 계좌를 넘어섰다.

6월 1일부터 시작한 알 모으기는 1주일 만에 10만 명이 신청했다. 카카오페이는 일상에서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이끌고 있다. 알 모으기 신청 시 첫 결제 후 투자 지원금 2000원이 지정된 펀드 상품에 투자되며 오는 7월까지 카카오페이 결제 시 남은 리워드의 두 배 금액이 펀드 상품에 자동 투자된다. 리워드는 온·오프라인 결제 모두 제공되며 월 30회까지 100% 지급된다. 동전 모으기는 카카오페이로 온·오프라엔에서 결제하면 1000원 미만으로 남은 동전을 알아서 계산해 미리 지정한 펀드에 자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소액’으로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며 증권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이다. 전통적인 금융권에서는 너무 자잘해 주목하지 않던 것들이다. 카카오페이의 크라우드 펀딩은 최소 단위가 5만원 이하로 시작한다. 증권사 펀드에 가입하기 위한 단위도 기존 증권사에 비해 소액으로 시작된다. 매월 2000원씩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등 상품을 잘게 ‘세분화’하는 데서 차별점을 찾았다. 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이자를 활용해 ‘선물하기’를 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페이증권은 특히 모바일 플랫폼 이용률이 높고 증권 서비스 경험은 적은 사회 초년생의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카카오페이증권 가입자 연령대는 2030세대가 전체의 68.4%를 차지하고 있고 자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사회 초년생(25~34세)의 비율은 39.2%에 달했다. 모바일 금융 소외 계층으로 여겨졌던 50대 이상도 8.9%로 나타났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증권은 서로 시너지를 통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투자 문화를 만든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카카오페이 플랫폼의 편의성·연결성·기술력을 기반으로 소수의 자산가와 금융 전문가 등에 편중돼 있던 자산 관리 서비스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도록 ‘투자·자산관리 대중화’를 이끌어 가겠다는 포부다. 카카오페이와 연결해 증권 계좌의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머니를 증권 계좌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카카오페이 투자’ 서비스에 펀드 상품을 오픈하는 등 투자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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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2호(2020.06.20 ~ 2020.06.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