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자본시장 규제 철폐 앞장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기업 CVC 허용 따른 사금고화 우려보다 투자 활성화로 얻을 이익 훨씬 커”

-"대기업 투자 원활하게 하고 장벽 제거해 주는 게 국회 역할"
-"금산 분리가 모든 금융 수단 가로막는 불변 가치 될 수 없어"
-"CVC 지주사 의무 보유 지분율 100%로 올리면 본질 훼손"
-"공매도, 코스피는 허용하고 코스닥은 불허하는 게 바람직"
-"전 국민에게 주식양도세, 수요 기반 확충한 다음에 부과해야"
-"1가구 1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 완화 필요"

김병욱 “주식 이중과세 저항 부를 것 … 거래세 폐지법안 내겠다”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오형주 한국경제 기자·사진=김기남 기자] 21대 국회에서 대기업 지주회사의 벤처캐피털(CVC) 설립에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잇달아 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 앞에 김병욱 의원(경기 성남 분당을)이 서 있다. 김 의원의 ‘대기업 CVC 보유 허용’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 재정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산 분리의 족쇄를 풀어 대기업 자본이 벤처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것이 성장 동력을 키우는 지름길이고 이를 위해 국회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CVC 시행에 따른 재벌 사금고화 우려보다 투자 활성화를 통해 얻을 이익이 훨씬 크다”고 했다. 또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데 대해 “폐지란 말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며 “폐지 법안을 곧 제출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이 여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린다.

▶일반 지주회사에도 CVC 허용을 추진하는 이유는 뭡니까.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지 몇 년이 됐습니다. 코로나19 확산이 더 촉발했죠. 경제가 어려우면 아무래도 소비가 부진하고 투자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정부의 재정 역할이 커집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재정으로 경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죠. 결국 민간의 소비 진작과 투자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회와 정부의 역할입니다. 대기업은 핵심 경제 주체입니다. 대기업의 투자를 원활하게 하고 장벽을 제거해 주는 게 필수입니다. 법인세 등 세율 인하도 있지만 사회 분위기와 재정 문제가 있어 당장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발 벗고 나서는 게 국회가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CVC 보유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승계 악용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까.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관 부처가 동의해 주면 힘이 실리죠. 공정위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관점의 차이 때문입니다. 공정위의 경제력 집중과 재벌 사금고화 우려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우려보다 투자를 활성화해 얻을 이익과 효과가 훨씬 크다고 봅니다. CVC를 허용해 주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행위 규제를 하면 됩니다. ‘하지 말자’가 아니라 법안에 큰 문제가 없으면 일단 허용해 주고 행위 규제로 우려를 최소화하자는 거죠. 금산 분리 원칙이 모든 금융 수단을 가로막는 불변의 가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은행법 제정 당시에도 은산 분리에 위배된다며 반대가 강했는데 대주주 대출을 못하게 하는 등 행위 규제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규제 장치로 여러 방안이 거론되는데 규제가 너무 심하면 제도가 유명무실화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사금고화 방지의 일환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올려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현재 의무 보유 지분율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인데 이를 100%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죠. CVC는 단순히 재무적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목표도 있지만 기술적·전략적 제휴를 원활하게 해 시너지를 통한 투자 효과를 보자는 데 의미가 있어요. 이걸 100%로 하면 전략적으로 제휴할 파트너를 구하지 못합니다. 산업 융· 복합 시대에 유사 업종, 다른 업종 간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불가능해지죠. 외부 자본 참여를 막으면 CVC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적은 지분으로 자회사를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런 우려가 본질을 침해해선 안 됩니다. CVC의 본질은 기술적 투자 활성화를 통해 혁신 성장을 가속화하는 거죠. 대기업-중소기업-부품 하청 기업들이 연구·개발(R&D) 과정에서부터 결합해 제조와 마케팅을 원활히 하자는 큰 그림을 갖고 CVC를 하자는 것인데 이것을 경제력 집중에만 초점을 두고 부정적으로 봐선 곤란합니다. 경제력 집중이 우려된다고 투자 활성화를 무조건 막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러니까 이건 안 돼’라는 생각이 있다면 떨쳐 버려야 합니다. 제도를 허용하면서 손발을 잘라 버리면 안 된다는 거죠. 다만 일반 지주사가 CVC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재벌 총수 가족들이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또 재벌 총수 가족들이 투자한 벤처에 회삿돈을 넣는 것도 맞지 않아요. 그런 부분은 기업도 충분히 인정할 겁니다.”

▶중견기업도 CVC 투자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고민입니다. 제도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우스워지죠. 투자하는 회사를 환영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걸 계기로 기업들이 긍정적인 투자 환경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나서주면 더욱 좋겠죠.”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와 법안 처리가 여의치 않은 것 아닙니까.

“이견이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하지만 인터넷은행법을 만들 때보다는 낙관합니다. 지금 경제적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오롯이 국민 부담으로 돌아갑니다. 이견이 있지만 충분히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소수가 반대한다면 다수 의견대로 가야겠죠. 이른 시일 내에 입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대기업은 나쁘다’는 식의 선악 개념으로 보는 경향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그동안 불법과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죠. 과거 고성장 시대엔 기업을 만들기도, 돈을 벌기도 쉬웠습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가 고착화된 지금은 기업을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을 예전처럼 정경 유착, 불로소득, 일확천금 등과 같이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는 게 과연 옳은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법을 위반하면 누구나 처벌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돌이킬 수 없는 ‘룰’이 됐어요. 기업들도 많이 바뀌었죠. 준법 경영,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 등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법과 제도도 그에 따라 바꿔 줄 것은 바꿔 주자는 생각입니다. 과거 기업의 부정적 모습으로 지금을 해석할 수는 없어요.”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한시적으로 주식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연장과 해제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시장이 얼마나 안정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공매도는 전 세계에서 허용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한시적 금지를 주장했고 금융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였죠. 공매도가 재개돼도 고칠 부분은 있습니다. 첫째는 업틱 룰(up-tick rule : 공매도할 때 매도 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한한 규정) 예외 조항을 많이 축소해야 합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인데 악재가 터지면 팔려고 하겠죠. 그러다 보니 주가 하락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어요. 현행법에는 업틱 룰을 예외로 주문할 수 있는 다운틱 가능 조항이 12가지나 됩니다. 예외가 본질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죠. 둘째는 홍콩식으로 공매도 가능 종목을 제한하는 것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은 허용하고 코스닥은 불허하되 시가총액이 큰 코스닥은 예외로 허용해 주는 방안입니다. 공매도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개미 투자자들의 심리적·정서적 부분을 감안해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이 두 가지는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김병욱 “주식 이중과세 저항 부를 것 … 거래세 폐지법안 내겠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력 : 1965년 경상남도 산청 출생. 부산 배정고·한양대 법학과·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국민대 경영학 박사.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 코스닥공시 과장. 전국증권유관기관노조협의회 의장. 20~21대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정책위원회 부의장.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현).

▶정부는 어떤 방안에 무게를 둡니까.

“아직 가닥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공매도 금지 허용 기준을 시가총액으로 하면 문제가 있어요. 시총은 변하죠. 6개월, 1년마다 기준이 바뀌면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시총으로 자르기보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기준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공매도 금지가 증시 회복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보니 9% 정도 상승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심리적으로 해방되다 보니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학 개미운동’으로까지 간 것 같아요. 공매도 금지로 인해 자본 시장이 상당히 안정화된 측면이 있고 실물과 국가 경제를 받쳐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정부가 증권거래세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데 대해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합니다. 폐지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도소득세를 전체 투자자로 확대하면서 거래세까지 걷는다면 이중 과세로 심각한 저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조세 원칙인데 단순히 거래했다고 과세하는 것은 과합니다. 더욱이 주식은 손 바뀜도 자주 일어나죠. 조세 정의 측면에서 점진적 인하 후 폐지가 바람직합니다. 양도소득세를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폐지에 대한 일정이 수립돼야 합니다. 폐지 법안을 곧 낼 겁니다. 작년 증권거래세가 약 6조원 걷혔는데 올해는 인하해도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합니다. 양도 차익 과세는 언젠가는 해야지만 전 국민에게 부과하는 것은 정부가 발표한 2023년보다 늦춰야 한다고 봅니다. 수요 기반을 확충한 다음 시장 상황을 봐가며 해야죠. 소득과 손실액을 합산해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손익 통산과 올해 손해 본 것을 내년으로 넘기는 이월 공제 허용에 대한 제도적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양도세 과세 대상을 확대해 시장이 제대로 수용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정부 발표안에는 장기 보유 펀드 세제 지원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아쉽습니다. 시중의 풍부한 유동 자금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자금을 자본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유인 효과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장기 보유자 세제 지원 관련 법안을 내고 공론화 활동을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정부에 계속 요구할 겁니다. 역대 정부에서 증권 시장 보호를 너무 못했어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함께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했는데 여당 대표의 방문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역대 정부가 증권 시장을 실물 경제의 하부 시장 정도로 취급해 왔습니다. 사실 자본 시장이 바로 서야 경제가 돌아갑니다. 앞으로는 국회에서 전향적 모습을 보이도록 할 예정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 총량 규제 방안이 마련되고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ELS는 중산층의 대표적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은행이 집중적으로 팔고 있는데 고민 중입니다. 당장 규제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 같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주장해 왔는데 여당의 분위기로 봐선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잘 안 되고 있죠. ‘강남 벨트’ 험지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우리 당에서 나와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 둘밖에 없어요. 우리 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고 중산층의 꿈이 내 집 마련인데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맞아요. 이들에 대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해야 합니다. 장기 보유 공제율을 올리고 실거주자 추가 공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소득제를 반대한 이유는 뭡니까.

“기본소득 개념이 나오는 배경은 이해합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 없는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데 대해선 공감하죠. 하지만 기본소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재정 문제 등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소세·국토보유세·로봇세 부과 얘기도 나오는데 지금 당장 도입해 집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습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