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고용 없는 자영업 증가, 무엇을 의미하나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월 20일 처음 발생하면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어느덧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렇게 긴 기간에 걸쳐 전 국민이 이동과 생활에 제약을 받으면서 내수 경기는 여전히 어렵고 그 와중에 대부분이 생활 밀착형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가 특히 타격을 크게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업종은 생활 밀착형 서비스업이다. 그다음 국내외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제조업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서비스업이 타격을 크게 받았지만 앞으로는 제조업에서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 동향’ 산업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숙박·음식점업이 전월 동월 대비 크게 감소했고(-7.9%) 협회·단체와 수리·기타개인서비스업이 마이너스 6.8%, 도소매업이 마이너스 5.1%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층으로 보면 40대가 가장 크게 감소했고 그다음이 50대였다.

고용이 크게 감소한 업종들은 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았다.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에 크게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임금 노동자들 중 임시·일용직 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임시 임금 노동자는 5만 명, 일용직은 1만5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코로나19 사태는 취약한 계층에게 타격을 가장 크게 주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비임금 노동자 고용 동향을 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만 명 감소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1만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자영업에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율이 약 70%였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그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세한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임시 노동자와 영세한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줄여 주는 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대응일 것이다. 내수 경기가 좋아져 자영업자의 사업이 회복세를 보이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것이고 임시 노동자 또한 증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보면 코로나19가 여전히 국민들의 일상을 제약하고 있고 앞으로도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어렵고 특히 영세한 자영업자와 임시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보다 큰 상황에서 주목되는 이슈 중 하나는 내년 최저임금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다. 얼마 전 민주노총이 내년 최저임금을 25%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이슈에 불을 지폈다.

물론 임금이 낮은 취약 노동자의 기본 생활 유지를 위한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고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선포된 상황에서 25%의 임금 인상 주장을 과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미 고용 통계에서도 봤듯이 코로나19 사태로 최저임금에 영향을 크게 받는 단기 노동자의 일자리가 크게 줄고 있고 자영업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고용을 줄이고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임금 노동자들에게는 당장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어 지금은 임금 인상보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국가적 재난 앞에서는 서로의 처지를 헤아리며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재난을 극복하는 데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