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 도약 목표…바이오 사업도 진출 검토 중

‘과자의 대표 주자’ 오리온의 광폭 행보…생수 이어 음료 시장까지 진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근 오리온이 선보인 신제품 하나가 유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초코파이와 고래밥 등 여러 ‘메가 브랜드’를 만들어 내며 제과 기업의 대표 격으로 자리매김한 오리온이 스낵이 아닌 단백질 즉석 음료(RTD) ‘닥터유 드링크’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이번 제품을 계기로 음료 사업 진출을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해 말 ‘제주 용암수’를 출시하며 생수 시장에 뛰어든 오리온이 단백질 음료까지 선보이면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선언한 바 있는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퍼즐을 하나둘 맞춰 나가는 모습이다.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 선점


이번에 내놓은 닥터유 드링크는 오리온이 만든 첫 RTD 제품인 만큼 각별히 심혈을 기울여 출시했다. 수많은 종류의 음료들 가운데 ‘단백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오리온은 음료 출시를 위해 시장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덤벨 경제(dumbbell economy)’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덤벨 경제는 아령과 경제를 합한 용어로, 건강에 초점을 맞춰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들의 보고서를 살펴보니 이런 추세에 힘입어 단백질 관련 식품 시장 규모가 연평균 7%가 넘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마켓인사이트는 세계 단백질 관련 식품 시장 규모가 2017년 110억 달러(약 13조원)였는데 2025년에는 278억 달러(약 33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단백질 음료를 출시하기로 마음먹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국내에서는 단백질 음료 시장이 막 형성되고 있는 ‘걸음마 단계’라는 사실 때문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단백질을 함유한 스낵이나 시리얼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RTD 형태로 판매되는 단백질 음료는 종류도 많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제품”이라며 “국내에서도 점차 다양한 형태로 단백질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닥터유 드링크를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매일유업이 ‘셀렉스’, 정식품이 ‘그린비아 프로틴밀’ 등의 단백질 음료를 최근 RTD 형태로 출시하며 판매 중이다.

닥터유 드링크는 단백질을 강조한 제품인 만큼 달걀 2개 분량의 단백질 12g과 18종의 아미노산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와 함께 단백질 음료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도 각별히 신경 써 차별화를 강조했다. 오리온은 단백질 음료 시장이 예상처럼 커진다면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닥터유 드링크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계획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서 점차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어 단백질 음료의 인기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오리온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과 제품을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해 왔다. 현지 판매를 위한 유통 채널 확보는 물론 브랜드 인지도도 갖추고 있어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닥터유 드링크의 해외 판매를 구체화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첫 음료 제품을 출시한 만큼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이를 알리고 판매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기능성 비타민 음료 등 건강에 초점을 맞춘 새 제품을 출시하며 음료 시장에서의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것도 현재 고려 중이다.

◆중국·베트남 생수 시장 공략 본격화


오리온은 지난해 말에도 ‘제주 용암수’를 통해 생수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는 등 최근 유독 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2017년 목표로 내놓은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의 꿈에 다가서기 위해서다. 오리온은 더 이상 과자를 만드는 기업으로만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길 원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제주 용암수’는 오리온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제품이다. 당초 국내보다 해외 판매에 더 비중을 두고 제품명도 ‘제주 용암수’로 정했다. 제주도는 해외에서 깨끗한 이미지의 휴양지로 각인된 만큼 이를 제품명에 붙여 해외에서의 판매 확대를 노린 전략이었다.

제주 용암수는 현재 빠르게 해외 영토를 확장 중이다. 출시한 지 대략 6개월이 지난 가운데 6월부터 중국과 베트남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두 곳 모두 깨끗하고 안전한 물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한 결정이었다.
‘과자의 대표 주자’ 오리온의 광폭 행보…생수 이어 음료 시장까지 진출
중국은 ‘오리온 제주용암천’이라는 이름으로 오프라인 채널인 편의점과 온라인 채널 징둥닷컴에서 판매에 돌입했다.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 젊은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처를 늘려 갈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한류 열풍이 거센 점을 감안해 국내와 마찬가지로 ‘오리온 제주용암수’ 한글 제품명을 그대로 라벨에 사용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호찌민과 하노이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서 VIP를 대상으로 미네랄워터의 장점을 알리는 등 다각적인 마케팅을 계획하며 ‘한국에서 온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에도 돌입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인구가 많은 만큼 중국의 생수 시장 규모는 한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약 3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고 향후 매년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약 1조원 정도다.

중국 시장에서 약 1%의 점유율만 차지해도 매출이 대략 3000억원이다. 국내 시장에서 3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오리온의 사업 다각화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한국이 고령 사회로 진입한 만큼 향후 바이오산업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존에 사업을 진행해 오던 바이오 기업과 손 잡고 합작법인을 만들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바이오 시장은 오리온이 그간 영위한 사업과 완전히 다른 분야다. 아무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뛰어들어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도 무리가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바이오 시장에 발을 내디딜 만한 여력은 충분하다. 그만큼 오리온의 최근 실적이 좋다. 오리온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2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32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비교하면 매출(2017년 약 1조750억원)과 영업이익(2017년 약 1600억원)이 약 두 배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이 이어지는 등 무서운 성장을 기록 중이다. 바이오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오리온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이목이 쏠린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