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CE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코로나19 위기 속 ‘종횡무진’ 리더십 통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1등 기업’ 삼성전자가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위기라고 판단해서다. 매년 실적 최대치를 경신해 온 삼성전자지만 지난해에는 그러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21조5050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해 전년도 같은 기간(43조8908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매출액 230조4008억원으로 전년 동기 234조7700억원에서 5.9%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에는 일단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맞으며 최고의 경영 성과를 냈던 2018년과 비교해 역기저 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미·중 관계 악화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수요가 감소했다.

또한 호황 시기 제조사들이 공급량을 늘려 놓았던 터라 공급이 과잉됐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세계 경제가 혼돈에 휩싸였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나섰다. 국내의 각 사업장을 방문해 직접 챙겼고 코로나19로 해외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도 지난 5월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이때 이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며 임직원 모두 위기감과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코로나19 사태 속 해외 현장 경영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100대 CE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코로나19 위기 속 ‘종횡무진’ 리더십 통했다
지금은 글로벌 항공망이 마비됐고 각국마다 자가 격리 기준이 높아 기업인의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 역시 올해 1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사업장을 방문한 뒤 발이 묶였기 때문에 이번 중국 방문은 100여 일 만의 첫 해외 현장 경영 행보였다.

이 부회장이 쉽지 않은 출장 환경 속에서 시안을 찾은 것은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위기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00년 만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모두가 비상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이런 환경에서 가동 중단 없이 업무에 매진한 시안 반도체 임직원들, 어려움 속에서 시안 제2공장 증설을 위해 중국행을 자처한 엔지니어들을 격려했다.

이번 행보는 동시에 글로벌 임직원 모두에게 ‘생존과 도약을 위해서는 잠시도 머뭇거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 부회장이 코로나19에도 종횡무진하는 이유는 그만큼 챙겨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본사를 거점으로 한국과 CE·IM부문 산하 해외 9개 지역총괄과 DS 부문 산하 해외 5개 지역총괄의 생산·판매법인, 하만 산하 종속 기업 등 244개의 종속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3호(2020.06.27 ~ 2020.07.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