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제 1284호 (2020년 07월 06일)

[홍영식의 정치판] ‘목줄’ 법사위 잡은 與 “규제법 연내 처리”…떠는 기업들

기사입력 2020.07.06 오전 09:07

[홍영식의 정치판]
-민주당, 법안 처리 마지막 관문 법사위원장까지 장악…공정거래·상법 등 ‘무사 통과’ 길 열려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국회에서 길목을 막고 행패를 부리는 동네 양아치 같은 짓이 뻔뻔하게 자행되고 있다.”



2014년 2월 28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김상훈·김한표·심학봉·윤영석·이현재·전하진 의원은 이런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여야 합의로 산자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야당인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상정 거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다고 반발한 것이다. 2013년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정무위를 통과한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이용법 개정안(FIU법안)’이 법사위에서 수정됐다며 같은 당 소속인 박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법사위의 역할을 두고 논란을 빚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6월 26일엔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던 여상규 자유한국당(현 통합당) 의원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한국당 없이 표결 처리된 법안들은 관련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했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명백히 법사위 심사 권한 밖의 일이며 위헌·위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법사위의 기능은 두 가지다. 소관 기관인 대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법무부·대검찰청·법제처 등과 관련된 법안을 다룬다. 이는 국회 다른 상임위의 역할과 같다. 법사위가 ‘슈퍼 상임위’나 ‘상원’이란 평가를 받는 것은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본회의에 넘기기 전에 심사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 86조는 ‘각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친 모든 법률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규정을 둔 취지는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이 헌법이나 다른 법안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잘못된 문구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문제는 체계·자구 심사 규정이 여야 간 정치적 싸움에 악용된다는 데 있다. 체계·자구 심사 규정을 빌미로 여야는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을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다시 바꾸려다 보니 법사위는 툭하면 고함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장이 된다.



◆“법안 발목잡기 막겠다” 대 “검찰 권력 수사 방해 목적”



이 과정에서 의사봉을 쥐고 있는 법사위원장의 힘은 막강하다. 법사위원장이 어느 당 소속이냐에 따라 그 당이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이 쉽사리 통과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야는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했고 한 달 동안 지속된 협상은 결국 결렬로 끝났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차지하지 못하자 통합당 몫인 다른 상임위원장 모두(7개)를 여당에 내줄 정도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대 국회(2000년) 때부터 지속해 오던 ‘법사위원장=야당 몫’ 관행을 깬 명분은 통합당의 발목 잡기를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면 여권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제도화하려는 각종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국회 처리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합당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여당이 검찰 수사에 올라 있는 권력형 의혹 관련 사건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주요 권력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정권에 엄청난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울산시장 선거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사건엔 현 정부 청와대 고위 참모 출신들이 대거 수사를 받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건’에도 여권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도 정권의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낼 수 있는 사안이다. 여권이 ‘법사위원장=야당 몫’ 관행을 뒤집은 이유는 권력형 사건 수사가 자칫 정권 말 레임덕을 부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것이 통합당의 주장이다.



여당 법사위원들의 중심 타깃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맞춰져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한 달여 동안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에 법사위 전체 회의를 6차례 열었다. 다른 상임위가 한두 차례에 그친 것과 대조된다. 회의 때마다 단골 메뉴는 윤 총장 공격이었다. 법사위 위원들도 그간 윤 총장 공격에 앞장서 온 의원들이 집중 배치됐다. 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은 백혜련 의원을 비롯해 박주민 의원, ‘조국 수호’에 앞장서 온 김남국·김용민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 조국 수호 집회를 이끈 김남국 의원은 개국본 회계 문제와 관련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기도 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내년으로 넘어가면 본격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 쟁점 법안 처리가 여의치 않다”며 “이 때문에 전투력으로 무장한 강경 의원들을 배치, 법사위 소관인 검찰개혁법은 물론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오는 여당 추진 법안들을 올해 정기 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해 제도적인 개혁을 완성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홍영식의 정치판] ‘목줄’ 법사위 잡은 與 “규제법 연내 처리”…떠는 기업들



◆공정 3법·유통 규제법·금융규제법 줄줄이 통과될 듯



민주당의 중점 처리 목록엔 기업 구조 개혁 명목으로 추진했다가 20대 국회에서 폐기된 규제 법안들도 대거 올라 있다. 공정거래법과 상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대표적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안타깝게도 공정 경제 실현을 위한 여러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입법 과제를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017년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지만 통합당의 반대로 주요 내용은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올해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 20%(현재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들 회사의 자회사까지 규제에 포함하며 △신규 상호출자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기업집단에 순환 출자를 규제하며 △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을 20%(비상장 40%)에서 30%(비상장 50%)로 상향하는 등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기업들은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규제 대상이 231개(2018년 기준)에서 607개로 늘어난다. 한화 현대글로비스·SK·신세계·이마트·한진칼 등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자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게 함) △집중투표제(등기이사 선임 시 의결권 전부를 후보 1인에게 몰아줌)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주주총회 불참 시 전자투표로 의결권 행사 의무화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 등이다. 여권은 기업들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20대 국회 때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도입을 우선 추진했지만 21대 국회에선 전면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권은 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가맹사업공정화법 △대기업이 얻은 이익을 협력 업체에 나눠 주는 협력이익공유제법 △대형 유통 업체 지역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 유통 보호 및 육성법 △준대규모 점포 의무 휴일제, 영업시간 제한 규제 5년 연장 등도 밀어붙이고 있다. 법정 최고 금리를 25%에서 20%로 내리는 이자제한법,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을 시장 가격으로 평가해 총자산 3%가 넘는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2개 이상 금융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금융그룹의 리스크를 정부가 감독하는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 등 금융 규제법도 줄줄이 추진하고 있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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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06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