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84호 (2020년 07월 06일)

코로나19가 바꾼 미국 식(食)문화…비싸도 시켜 먹는다

기사입력 2020.07.06 오전 10:48

[최중혁의 신산업 리포트]
- ④ 모빌리티·음식 배달 서비스
- 2025년까지 연평균 11% 성장 전망
- 도어대시, 시장점유율 45%로 1위



[최중혁 칼럼니스트] “오늘은 뭐 먹지.”

먹는 게 고민이다. 심지어 스트레스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엔 더욱 그렇다. 섣불리 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미국 50개 주를 모두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면서 미국인들은 자택 대기 명령(stay-at-home) 때문에 마트나 병원에 가는 중요한 활동을 제외하고는 집에 머물러야 했다.

필자도 처음으로 수 개월간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고민이 식사를 해결하는 문제였다.

해결 방법은 두 가지였다. 사 먹거나 해 먹거나…. 미국의 대부분의 성장 엔진이 꺼진 상황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인 식(食)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은 호기를 맞았다. 바로 배달 산업이다.

코로나19가 바꾼 미국 식(食)문화…비싸도 시켜 먹는다
◆ 코로나19로 바빠진 미국의 ‘배달의 민족’

미국에서 코로나19 이전 시대에 배고프거나 바쁘거나 그리고 게으른 사람들이 음식을 배달시켰다. 하지만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음식 배달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처음 이용해 본 사람들은 그 편리함에 계속 이용하게 된다.

전미레스토랑뉴스(NRN)에 따르면 2018년 미국 레스토랑 산업의 전체 매출은 8331억 달러(약 998조9000억원)였다.

이 중 미국 온라인 음식 배달 산업 매출은 197억 달러(약 23조6000억원)로 약 2.4%의 비율을 차지했고 시장 조사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이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11% 성장해 410억 달러(약 49조2000억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트렌드 때문에 성장 속도는 이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NPD그룹에 따르면 이동 제한령이 시작된 지난 3월 미국 식당 방문객 수는 22% 감소했지만 배달 주문은 67% 늘었다.

미국 음식 배달 산업은 4개의 대형 업체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 세컨드메저가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5월 기준 미국 음식 배달 부문 시장점유율 1위는 도어대시(45%), 2위는 23%를 기록한 그럽허브였고 3위와 4위는 각각 우버이츠(22%)와 포스트메이츠(8%)가 차지했다.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그럽허브가 압도적인 점유율(52%)을 바탕으로 미국 음식 배달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에서 막대한 자금을 유치 받은 도어대시와 막강한 우버 사용자를 기반으로 2014년 서비스를 론칭한 우버이츠의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로 결국 그럽허브는 2018년 말 도어대시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한때는 아마존도 이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다. 아마존은 2015년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을 대상으로 ‘아마존 레스토랑’이란 이름으로 야심차게 배달 수수료도 받지 않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19년 6월 경쟁 업체들에 밀려 결국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미국 음식 배달 서비스는 비싸다. 식당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음식을 판매하면 음식 값 중 평균 75%만 가져간다.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우버이츠를 기준으로 식당에 지급하고 남은 25% 중 14%는 우버이츠, 11%는 음식을 배달한 드라이버의 몫이다. 물론 드라이버는 별도로 배달 수수료와 팁을 지급받는다.

배달 서비스가 비싼 이유는 미국의 넓은 땅을 커버해야 하고 평균적으로 높은 인건비도 한몫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레스토랑에서 직접 음식을 구매하는 것보다 배달 앱을 이용한 것이 최대 91% 비쌀 수 있다고 한다.

식당들이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배달 앱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심지어 적은 양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어떻게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일까.

◆ ‘규모의 경제’ 위해 덩치 키워 가는 기업들

코로나19가 바꾼 미국 식(食)문화…비싸도 시켜 먹는다
첫째, 수많은 업체가 난립한 시장에 몇몇 메이저 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나타냈다. 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그럽허브다.

2004년 시카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레스토랑 정보를 제공하며 도시 단위로 하나씩 점유율을 늘려 갔던 그럽허브는 2013년 뉴욕의 경쟁 업체 ‘심리스’를 인수했고 음식 배달 업계 1·2위가 만난 효과로 2014년 미국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인 61%를 기록했다.

그럽허브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7년 온라인 고객 리뷰 업체 옐프가 소유한 음식 배달 사이트 ‘이트24’뿐만 아니라 ‘푸들러’와 ‘오더업’도 인수했고 2018년엔 보스턴 기반의 음식 배달 중개 업체 ‘레벨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업계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 점유율이 점차 하락한 그럽허브는 2020년 들어 매각을 검토했고 우버이츠와 진지하게 협상하다가 무산됐다.

결국 지난 6월 네덜란드 소재 음식 배달 앱 저스트이트 테이크어웨이닷컴에 주식 전량을 총 73억 달러(약 8조8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럽허브 1주와 테이크어웨이 0.67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M&A가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 1위 도어대시도 2019년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고급 레스토랑 음식 배달 전문 업체 캐비어를 인수하며 점유율 1위를 다졌다.

둘째, 벤처캐피털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업체들은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시장 데이터 조사 기관 피치북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벤처캐피털의 식품 배달 회사에 대한 투자는 총 60여 건에 48억 달러(약 5조8000억원)로, 2002년부터 이 기관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도어대시도 지난해 8억 달러(약 9000억원) 가까이 투자 받아 회원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서비스 가능 도시를 600개에서 3000개까지 늘렸다. 또 음식 배달 중개업체들은 체이스·아멕스 등 신용카드 업체들과 제휴해 거의 연중 할인 마케팅을 펼치며 고객들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

셋째,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스마트폰의 보급 증가도 미국 음식 배달 시장 확대에 기여했지만 무엇보다 빅데이터 시스템이 소비자들을 편하게 만들었다.

우버이츠는 데이터 과학자들을 고용해 식당별로 준비하는 시간과 배달 시간을 분석하고 기상학자와 협력해 날씨가 배달 시간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한다.

도어대시에도 식품 배달 예측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분석하는 데이터 전문가팀이 있다.

업체들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달까지 정확한 시간을 파악하고 최적의 상태로 배달하도록 안내해 소비자의 만족과 배달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 결국 이는 다시 소비자들의 재구매로 이어진다.

넷째,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시장 성장을 가속화했다. 음식 배달 업체들은 최근 3개월 동안 광고비 지출을 큰 폭으로 늘렸다. 수익성이 악화돼도 고객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올해 상장을 앞둔 도어대시와 포스트메이츠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 점유율을 더 올릴 필요가 있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2월 2일부터 4월 27일까지 포스트메이츠는 광고비 지출을 전년 동기 대비 82%, 도어대시는 35% 늘렸다.

인수 업체를 찾고 있던 그럽허브도 광고비로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2700만 달러(약 323억7000만원)를 지출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내고 사회적 불평등을 연구해 온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 미국에서 4개 계급이 새롭게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중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들이 음식 배달을 주로 이용하고 ‘필수적 일을 해내는 노동자’들이 배달을 하는 셈이다. 라이시 교수가 언급한 나머지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와 ‘잊힌 노동자’다.

음식 배달 중개 업체들은 배달 운전사들에게 열악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높은 수수료로 쉽게 배를 불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은 배달 수수료 상한선을 15%로 제한했고 보스턴도 유사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음식 배달 중개 업체들은 적자를 보고 있다. 비대면 트렌드가 가속화되는 시점에 미국인들 중 배달 앱을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분명 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거대한 시장을 결국 누가 차지할지 업체들의 끝없는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음 연재는 ⑤유통-몰락하는 오프라인 리테일러)

ericjunghyuk.choi@gmail.com

코로나19가 바꾼 미국 식(食)문화…비싸도 시켜 먹는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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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06 1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