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84호 (2020년 07월 06일)

희비 갈린 공기업 경영 평가…손병석 울고 정재훈·조용만 웃었다

기사입력 2020.07.06 오전 11:22

[비즈니스 포커스]
-사회적 가치 창출·안전·윤리 경영에 방점
-‘고객 만족도 조사 조작’ 코레일 2계단 추락


손병석 한국철도(코레일) 사장. /한국경제신문

손병석 한국철도(코레일) 사장.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공기업들의 최대 이슈인 ‘2019년도 공공 기관 경영 평가’ 결과에서 주요 공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경영 평가는 사회적 가치 중심 평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안전 분야와 윤리 경영 분야에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공기업의 공적 역할 수행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춰 국정 과제를 충실히 이행한 기업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중대 재해가 발생했거나 윤리 경영 측면에서 부정행위 등이 확인된 기업들은 낙제점을 받았다.

평가 결과에 따라 실적이 우수하면 성과급이 지급되고 미흡하면 기관장 경고 조치까지 이뤄지는 만큼 경영 평가는 공기업들의 최대 화두다. 경영 평가 등급은 S(탁월)·A(우수)·B(양호)·C(보통)·D(미흡)·E(아주 미흡) 등 총 6개로 나뉜다. 올해도 S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없었다. 매년 시행되는 경영 평가에서 S등급 기업은 2011년 이후 8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 DOWN
-코레일, 손병석 사장 경고 받고 성과급도 0원


고객 만족도 조사(PCSI)를 조작해 논란을 일으킨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번 경영 평가에서 낙제점인 D등급(미흡)을 받고 손병석 사장도 경고 조치를 받게 됐다. 2018년 B등급에서 무려 두 계단이나 내려간 것이다. 종합 등급 D·E를 받으면 기획재정부가 내년 경상 경비 조정 등 예산 편성에 해당 결과를 반영하기 때문에 D등급을 받은 코레일은 내년도 예산이 깎일 수 있다.

코레일은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1일까지 실시된 ‘2019년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직원 208명이 고객인 척 설문 조사에 참여해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코레일의 고객 만족도 지표는 0점 처리됐고 윤리 경영과 리더십 등 평가 지표 등급도 낮게 받았다.

경영 실적 평가를 높게 받아 성과급을 많이 받으려는 의도였지만 조작이 밝혀져 결국 직원들은 올해 성과급을 받지 못하게 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19일 공공 기관 운영위원회에서 “이번에 나타난 공공 기관의 불공정·일탈 행위는 물론 경영 평가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향후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레일은 고강도 인적 쇄신과 함께 전사적인 구조 개혁에 나섰다. 먼저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만족도 조사 총괄책임인 여객사업본부장(상임이사)을 사퇴 처리하고 고객마케팅단장과 관련 지역본부장(수도권서부·동부)을 보직 해임했다. 앞서 지난 4월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서울본부장 등 간부 2명을 직위 해제했고 직원 7명도 업무에서 배제했다.

손 사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경영 평가 낙제점을 받은 것에 대해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것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손 사장은 조직 문화 개선과 뼈를 깎는 구조적 혁신을 위해 ‘조직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부정부패’, ‘갑질’, ‘성 비위’ 근절에 대한 내부 교육을 확대하고 윤리 경영 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코레일은 올해 상반기에만 6000억원 이상의 영업 적자가 예상된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전국 12개 지역본부의 통폐합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러한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경영개선추진단TF’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경제신문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한국경제신문



▲  UP
-공공성·경영 혁신 ‘우등생’ 한수원·조폐공사


2018년 B등급(양호)을 받았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올해 A등급(우수)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한수원은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며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경영 평가 A등급은 한수원이 그동안 추진했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등 경제 활력 제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구현 정책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수원은 공공 기관 최대 수준인 4조2000억원을 투자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업해 발전소 인근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지난해 최대 현안이었던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수원은 부품·장비 국산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3년간 국산화 과제를 추가 발굴하고 1000억원 규모의 투자도 단행했다. 또 정부 정책에 따른 정규직 전환 실적에서도 성과를 달성했다.

한국도로공사(6959명)․한국철도(6163명)․인천국제공항공사(4810명)․한국공항공사(4161명)․한국토지주택공사(2952명)․강원랜드(2458명)에 이어 한수원은 2312명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했다.

사회적 가치 구현에도 앞장섰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협업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 보급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해 신사업 확대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한국경제신문

조용만 한국조폐공사 사장. /한국경제신문




한국조폐공사는 이번 경영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우수)을 받았다. 은행권과 주화·수표·우표·주민등록과 여권 등 국가 신분증·골드바·메달 등을 만드는 국내 유일의 제조 공기업인 조폐공사는 디지털 결제 확산으로 화폐 사용량이 감소하는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7년 연속 최고 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이번 A등급은 △지속적인 경영 혁신 △신사업 추진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 △해외 시장 개척 △사업 공공성 강화 △사회적 가치 실현 등에 힘쓴 결과로 풀이된다. 조폐공사는 현금 없는 사회가 앞당겨진 상황에서 기존 화폐 제조 외에도 모바일 지역 상품권 등으로 ‘업(業)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2018년 조용만 사장 취임 이후 조폐공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춘 다양한 신사업을 성장 동력 삼아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248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을 달성해 7년 연속 사상 최고 실적을 이어 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공공 플랫폼 ‘착(chak)’를 구축해 지방자치단체의 모바일 지역 사랑 상품권 발행을 지원해 지역 경제에 활력도 불어넣었다. 기념주화 수출과 화장품 등 정품 인증 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해외 매출도 88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돋보기]
-김범년 한전KPS 사장, ‘중대 재해 0건’으로 분위기 반전


김범년 한전KPS 사장.  /한전KPS 제공

김범년 한전KPS 사장. /한전KPS 제공



한전KPS는 이번 경영 평가에서 무려 두 계단이나 상승한 B등급(우수)을 받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2017·2018년 2년 연속 낙제점(D등급)을 받아 기관장 경고 조치까지 받았던 한전KPS는 지난해 김범년 사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 혁신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주력했다.

먼저 안전 최우선 경영 방침으로 ‘중대 재해 제로(Zero) 달성’에 성공했다. 한전KPS는 안전 전담 조직인 재난안전실을 사장 직속의 독립 부서로 격상한 뒤 45개 사업장에 안전전담팀을 구성해 유해 위험 작업 사항 위험 등급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해 단 1건의 중대 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공업계 마이스터고 학생에게 사내 교육 인프라와 정비기술명장 강사진의 현장 기술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KPS-패러데이 스쿨’도 운영했다. ‘에스 슈어(S-Sure)’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 동반 성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한전KPS는 비정규직 31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고졸자 등을 포함한 신입 직원 398명을 신규 채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했다. 청년 채용은 2019년 639명으로 2018년 대비 127.4% 증가했고 여성 채용도 2019년 280명으로 전년 대비 330% 증가했다. 중소기업 기술 이전과 공동 연구·개발, 동반 진출 사업 등과 연계한 민간 일자리도 다수 창출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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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08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