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 만에 법정관리에서 ‘알짜 기업’으로
실적 좋아지고 수주 쌓이고…동양건설산업의 ‘화려한 부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아파트 브랜드 ‘파라곤’으로 잘 알려진 동양건설산업이 화려한 부활의 날개를 펴고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몰고 온 국내 부동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동양건설산업이었지만 이제는 알짜 기업이 됐다.

수주 잔액까지 차곡차곡 쌓아 놓으면서 견고한 실적 행진도 예상된다.

◆ 이지건설에 인수된 후 반전 드라마 시작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707억원과 순이익 524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갈 당시 2090억원의 영업손실과 2065억원의 순손실이 났었으니 불과 8년 만에 이뤄낸 대반전이다.

사실 동양건설산업은 건설 업력이 52년 된 중견 건설 업체다. 1968년 동양고속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건축사업과 토목·신재생에너지·환경·해외사업 등을 시공하며 성장해 온 종합 건설 회사다.

2010년까지만 해도 매출 1조3000억원대를 올리는 국내 중견 건설사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세계 금융 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201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기간에는 회사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부채 비율이 1800%를 웃도는 등 재무 구조도 악화됐다.

동양건설산업이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것은 2015년 이지(EG)건설에 인수·합병(M&A)되면서다. 하지만 예전의 명성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2016년 41억원, 2017년 50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 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랬던 동양건설산업이 2019년 확 살아났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707억원과 순이익 524억원을 기록하며 한 해만에 대규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쌓아 놓은 수주 잔액이다. 동양건설산업의 수주 잔액은 법정관리를 겪으며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법정관리 졸업 후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2010년 1조1600억원의 수주 잔액을 보유했지만 법정관리 돌입 이듬해 7000억원대로 하락했고 법정관리를 졸업한 2015년에는 1916억원으로 줄었다. 5년간 수주 잔액 1조원이 줄어들었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이듬해인 2016년 3000억원을 살짝 밑돌던 수주 잔액은 지난해 7883억원까지 쌓았다. 당분간 실적 상승이 보장돼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자산 규모도 커지고 있다. 법정관리 당시 6881억원이던 자산 총계는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2015년 1770억원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8940억원으로 늘었다.
실적 좋아지고 수주 쌓이고…동양건설산업의 ‘화려한 부활’
동양건설산업이 빠르게 재기에 성공한 비결은 단연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동양건설산업은 2000년 초 파라곤 아파트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2001년 10월 논현파라곤을 시작으로 분당정자파라곤·목동파라곤·청담파라곤 등 파라곤 아파트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등 부촌에 집중 분양해 명품 주거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유럽풍 외관과 고급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았다. 동양건설산업은 서울 강남권 등에서 명품 브랜드 입지를 굳히고 주요 신도시로 진출해 세종파라곤·고덕파라곤·동탄역파라곤 등을 분양하며 브랜드 가치를 증명했다.

2016년 세종시에서 분양한 998가구의 세종파라곤은 평균 청약 경쟁률 15 대 1, 최고 경쟁률 735 대 1을 기록했고 이듬해 2017년 752가구를 분양한 고덕파라곤은 평균 경쟁률 49.38 대 1을 기록했다.

주거용 오피스텔 동탄역파라곤은 평균 19.7 대 1, 최고 5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4일 만에 계약을 끝냈다.

특히 2018년 하남 미사신도시에 공급한 미사역파라곤은 809가구 모집에 8만4875명이 청약해 평균 10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 역대 둘째로 많은 청약자가 몰렸고 중대형 아파트로서는 역대 최고 청약자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 ‘파라곤’ 브랜드가 보여준 저력

동양건설산업은 수도권과 주요 신도시의 청약 열풍의 여세를 이어 가 파라곤 브랜드의 전국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성공적인 분양을 이어 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첫 분양 단지인 인천 검단지구 검단파라곤 센트럴파크는 최고 24.69 대 1, 평균 8.6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5월 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로 결정된 청주 지역 첫 파라곤 아파트인 청주 동남파라곤은 최고 8.7 대 1, 평균 7.4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쳤다.

하반기 역시 동양건설산업의 사업은 줄을 잇고 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발표 이후 첫 분양 단지인 청주 동남파라곤의 완판 기세를 몰아 굵직한 개발 호재가 이어지는 오송역세권 인근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 내 2415가구 규모의 청주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 1차 공급분 2415가구를 포함해 총 6000여 가구 공급을 준비 중이다.

또한 청주·대구 등 전국에 총 7000여 가구를 공급하며 파라곤 브랜드 전국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동양건설산업은 올해 8월 신월4구역 재건축 일반 분양을 비롯해 미추1구역 재개발, 덕소5B 재개발 등 파라곤 브랜드를 앞세운 도시 정비 사업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파라곤이라는 브랜드가 워낙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이 있어 수주에 많은 힘이 되고 있다”며 “향후 회사의 신용 등급 등이 향상되면 수주 상황이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동양건설산업의 부활이 눈에 띄는 이유

동양건설산업의 부활을 부러워하는 건설사들이 많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몰고 온 불황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면서 수많은 건설사들을 무너뜨렸다.

금융 위기 당시만 따져보면 국내 100대 건설사 중 절반 가까운 45개 건설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채권단관리·부도·폐업 등을 거쳤다. 2008년 기준으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 금호산업, 16위 쌍용건설마저 워크아웃에 돌입했을 정도다.

다행이 이들 건설사들은 현재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다시 시장에 안착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20위권 밖의 중견 건설사들이다.

경남기업·풍림산업·삼환기업·현진·금광기업·임광토건·대우자동차판매·이수건설·성지건설 등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졸업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동양건설산업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법정관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건설사도 여럿이다. 타이세이건설(폐업)·월드건설(폐업)·대주건설(부도)·정우개발(등록말소)·롯데기공(피합병 후 폐업)·씨앤우방(부도)·삼능건설(부도)·성원건설(부도)·동원시스템즈(피합병) 등 9곳은 이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