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왜 청년들이 분노할까 [김태기의 경제산책]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국제공항 사태의 발단은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직고용으로 정규직이 될 보안 검색 요원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은 피해를 본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이다.

특히 청년은 문 대통령이 말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무너졌다고 분노하고 있다.

청년의 불만에 놀랐는지, 정치적 파장을 걱정했는지 청와대와 여당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인천공항공사와 고용노동부를 제치고 전면에 나섰다.

사태의 책임을 보수 정당과 언론에 돌릴 뿐만 아니라 정규직 전환 반대가 불공정하다거나, 자본의 분할 통치 전략에 말려든 것이라거나, 이해가 부족하다는 등의 주장으로 화를 돋우고 있다.

공공 부문의 정규직 전환은 시간이 지나며 부작용이 커지지만 정치적 결정이어서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8년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2019년 한국도로공사 장기 시위로 시끄러웠지만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 정부가 청년 실업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지 못하면 대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청년의 비정규직화는 오래됐고 지난 3년 공공 부문 비정규직이 10만 명 가까이 줄었지만 민간 부문은 10배 정도 늘었다. 게다가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인해 26%를 넘을 정도로 크게 올랐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정권의 부패 등이 터지면 청년층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1960년 4·19가 그랬다. 부정 선거가 30%를 넘는 고실업에 대한 청년의 불만에 불을 붙였다. 비슷한 일은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졌다. 집권 세력의 부패로 2011년 ‘아랍의 봄’ 시위가 발생해 정권이 줄줄이 무너졌다.

대만은 희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 운동(sunflower movement)’으로 불리는 ‘3·18 학생 운동’이 2014년 발생했다.

중국으로 자본이 떠나 일자리가 유출되는 상황에서 친중국의 국민당 정부가 대만과 중국의 ‘양안 서비스 협정’을 체결하려 하자 3월 18일부터 4월 10일까지 23일 동안 대만의 국회(입법원)를 점거했다. 청년 실업률이 높은 남부 유럽은 시위가 넘치면서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신생 정당이 등장해 정치 불안이 일상화됐다.

남부 유럽의 청년 실업을 2011년 1월 1일자 뉴욕타임스는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의 미래를 집어삼킨 문제라고 표현했다.

기득권을 과보호하는 노동 시장의 경직성이 청년이 일할 기회를 빼앗아 가고 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저임금을 감수하게 만든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은 지금 남부 유럽의 길을 가고 있다.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은 고사하고 공공 부문을 늘려 청년이 갚아야 할 부채만 늘리고 있다. 청년의 분노를 촉발한 정치 위험은 남부 유럽보다 더 커 보인다. 여당이 국회 의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여당 국회의원의 성향이 대부분 민주노총 등 노동계를 의식해 기득권 강화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통령과 여당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시하고 평화 경제의 환상에 빠져 청년의 불만에 둔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노동 개혁을 해야 한다. 청년의 불만은 수당이나 공공 단기 아르바이트로 달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4호(2020.07.04 ~ 2020.07.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