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기업 규제 개선 잇단 법안 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산분리 도그마에 빠져 기업 투자 규제 없애지 못하면 경제 발전 큰 걸림돌 될 것”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위해 궁극적으로 상속, 증여세 없애야"
-"기존 복지 체계 허물고 기본소득 하면 불평등 더 심화시켜"
-"재건축해도, 붙잡아둬도 집값 오른다면
공급확대로 어느정도 오르는 것 용인하는 게 더 나을 듯"

-"최저임금 인상, 어느 기업에는 문닫는 원인 될 수도
지금은 기업 살려 놓는 게 최고의 목표 돼야"
이원욱 “상속세 때문에 기업인들 감옥 가는 것 막아야”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이동훈 한국경제 기자·사진=서범세 기자 ] “우리 당에서 노동 의제를 얘기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기업 의제를 말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총대를 메고 있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의 인터뷰 답변 초점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맞춰져 있었다. 대기업 지주회사에도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도입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낸 것에 대해 “대기업이 투자를 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기업인들을 감옥 가게 하는 상속세 문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과연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나”라고도 했다. 여당 의원으로선 웬만한 용기가 없으면 꺼내기 힘든 말이다. 3선 의원으로 민주당 내 대표적 경제통 의원으로 꼽히는 그는 최근 CVC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기업 규제 완화법을 잇달아 제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기업 지주회사에도 CVC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자본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기 급변 시대에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이 만들어질 때가 됐습니다. 금융 소비자의 돈으로 기업이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던 시기가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가 그걸 뛰어넘는 시대가 됐습니다. 삼성 등 일부 회사는 국가 신용도보다 높아요. 해외 채권을 발행하면 국가보다 싸게 돈을 꿔 올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과거 은산분리(비금융 회사가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하지 않도록 한 제한 규정) 도그마에 빠져 기업 투자 규제를 제거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요. CVC법안은 20대 국회 때 대표 발의해 통과시켜 보려고 정부를 엄청 설득했지만 여당 내 부정적 의견이 많아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생각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 느껴집니다. 여당 내 일부 반대하는 의견도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발의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편법 승계 악용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설득해야죠. 일부 악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우리 당 의원들이 제출한 국회법 개정안 내용에 ‘선입선출’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발의된 법을 먼저 논의한다는 것이죠. CVC법안을 꽤 일찍 제출했기 때문에 최소한 올해 정기 국회부터 논의할 수 있을 겁니다.”

▶여권 일각에선 CVC의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 지주사의 의무 보유 지분율을 100%로 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규제가 너무 많으면 법안 취지가 바래집니다. 산업의 미래 변화를 예측해 폭넓게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100%로 하자는 것은 이 법안의 취지를 하나마나하게 만듭니다. 그럴 바엔 지주회사를 뭣 하러 만듭니까. 현재도 기업이 벤처회사 인수·합병(M&A)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그것과 차이가 하나도 없습니다.”

▶사모펀드 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는데 준비하고 있는 법안이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사모펀드라는 게 원론적으로 보면 사적인 관계에서 돈을 모아 ‘우리 한 번 해보자. 좋은 회사에 투자해 보자’는 것이죠. 거기에 규제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같이 자본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에 한국은 사모펀드를 제도권 내부로 편입해 규제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의 사모펀드는 원론적 의미의 사모펀드와 공모펀드 중간 어디쯤에 있는 독특한 형태로 변질됐습니다. 투자자는 은행이 사라고 해 샀죠. 자본 시장을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부인이 ‘당신은 뭘 몰라. 은행에서 돈 많이 번다고 했어’라고 얘기한다고 합니다. 이게 현실이죠.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사고가 터지는 거예요. 어떤 방법으로 막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당국에서도 힘들 것 같습니다. 자본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는 규제를 풀어야 하지만…. 정무위원회에서 공론화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예 사모펀드·준사모펀드·공모펀드로 구분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습니다.”

▶증권거래세와 양도세를 모두 부과하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비판이 큽니다.

“20대 국회 때 내가 우리 당 ‘가업 상속 및 자본 시장 세제 개편 TF’ 팀장을 맡아 복잡하게 돼 있는 자본 시장 과세 체계 손질에 나섰죠. 지금 제도는 주식·채권·펀드 등을 따로 과세하다 보니 전문가조차 잘 알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무분별한 과세 체계를 단일 체계로 하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 속에서 용역을 내기로 했죠. 그 결과를 (정부에서) 조만간 발표할 것 같은데 어쨌든 수년간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할 문제입니다. 증권거래세를 없애는 것은 맞습니다. 손해를 보는 사람도 세금을 내는 것은 맞지 않죠. 국민적 수용성을 담보하면서 검토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없이 세 부담 중과를 내놓은데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공급 확대 주장이 적지 않은데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공급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취해야 합니다. 20대 때 서울 창신동 쪽방촌을 보고 놀랐어요. 당시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죠. 100가구 중 90가구 정도는 병에 걸릴 정도로 거주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서울시가 그런 곳들을 좀 잘살게끔 규제를 풀어 개발해야 합니다.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이 있는데 공공이 다 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민간 회사들이 들어와 재개발·재건축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익을 뽑아가게 하고…. 이익이 잘 나오지 않으면 용적률을 높여 주는 방식으로 개발하면 좋겠습니다. 유동 자금이 많아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붙잡아 둔다고 해서 오르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재건축해도 오르고 붙잡아 둬도 오른다면 오히려 재건축 활성화를 통한 공급을 확대하면서 값이 오르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노동계가 대폭 인상을 주장하면서 노사 간 협의가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20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있을 때 ‘경기 상향기에는 기업의 수용성이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려도 되고 하락기에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최저임금이 어느 기업에는 결정적으로 문을 닫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워낙 비상사태여서 성장률 예측치를 반영한 최저임금 상승률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차등 지급 주장도 있습니다.

“업종별보다 지역별로 차등 지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과 강원도·경북 군 단위가 다 같을 수는 없죠. 그런데도 전국 단위에서 하나의 규율로 하다 보니 타협이 안 됩니다. 최저임금의 결정 주체를 지방 분권 시대에 맞게 시·도로 넘기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소득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 1인당 월 100만원씩 준다면 연 600조원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합니까. 그걸 계산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도입하자는 측은 각종 복지 수당 통폐합과 복지 전달 체계 효율화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이 없는 얘기입니다. 기존 복지 체계를 허물고 기본소득을 하자는 것은 불평등 구조를 더 심화시킬 뿐입니다. 기존 복지 체계는 저소득층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걸 없애고 똑같이 나눠 주게 되면 양극화가 더 심화되죠. 말도 안 됩니다. 복지 체계가 강화된 북유럽 국가들조차 기본소득을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재명 경기지사는 복지 대체, 증세 없이 연 20만원에서 시작해 점차 늘려 가자고 합니다.

“반대합니다. 그렇게 줘 봤자 용돈조차 안 되죠. 어려운 사람도 그 돈을 받아 ‘국가가 나를 위해 큰일을 해 주는구나’라고 할까요. 돈이 있다면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주는 게 올바릅니다.”

▶국가 부채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여권은 60% 가도 괜찮다고 하고 미래통합당은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재정 수요가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45%에서 묶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45%든 60%든 정확한 기준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아무 답이 없는 주장일 뿐입니다. 다만 지금은 비상 시국입니다. 재정을 가급적 아껴 써야 하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닌 상황입니다. 기업안정자금 동원 등 국민 세금으로라도 기업을 살려야 코로나19 사태가 끝났을 때 U자든, V자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평상시라면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을 살리려고 해’라는 욕을 얻어먹을 수 있지만 지금은 기업을 살려 놓는 게 최고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정 확장 정책으로 인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증세를 해야 합니다. 증세 문제를 전향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됐습니다. 물론 그냥 둬도 월급과 기업 매출이 증가하는 데 따라 증세는 조금씩 됩니다. 양극화 때문에 절망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재원이 필요하죠. 국민이 재원을 분담해 희망의 나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원욱 “상속세 때문에 기업인들 감옥 가는 것 막아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력 : 1963년 충남 보령 출생. 고려대 사대부고·고려대 법학과 졸업. 열린우리당 사이버운영 실장.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19~21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원내수석부대표·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제도개선TF단장.

▶여당 내에서 증세에 대한 공감대가 있습니까.

“의원총회에서 논의된 적은 없어도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의원이 많습니다.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여기 50~60대 의원들이 앉아 있는데 복지를 확대한다면 몇 년 후 나를 위한 셀프 법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는 청년들은 30년 있다가 내가 갚아야 한다고 절망할 수 있다. 그런 정책을 만들 때 제발 젊은 층의 얘기를 들어보자. 젊은 층들이 50~60대 때 정책의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 승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동기가 궁금합니다.

“19대 국회 때 중견기업특별법을 만들면서 중견기업인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가업 상속 문제였어요. 그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죠. 이들이 상속할 때가 됐어요. 그런데 1세대 기업인들이 상당수 감옥에 갑니다. 상속세 때문이죠. 2세대 중견기업들 사장들도 감옥에 안 갈 가능성이 있습니까. 이걸 풀어주지 않으면 과연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느냐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민주당에서 노동 의제를 얘기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기업 의제를 말하는 사람이 없어 내가 총대를 메고 있죠.”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궁극적으로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없앴으면 좋겠습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지가 중요하죠. 상속세를 당장 없애자고 한다면 ‘이원욱 미친놈’이라고 할 겁니다. 부자 편든다고 하겠죠. 하지만 떳떳합니다. 상속세 때문에 기업인들이 감옥 가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최소한 없애지는 못해도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공제 규모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을 승계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실제 내가 만나 본 한 중견기업인은 자식을 미국에서 공부시켰는데 거기에서 취업하고 돌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업 물려줄 사람도 없어 평생 기업을 함께 일궈 온 동료한테라도 주고 싶은데 기업 승계는 요건이 더 까다로워요. 기업 승계의 편안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 시각은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아니에요. 진보적·합리적입니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보안 검색 직원들의 직접 고용 문제를 두고 벌어진 논란에 대해 “청년의 분노는 공정을 잃은 것에 대한 저항”이라며 여권 주류와는 다른 반응을 내놓았는데 지지층에게 비판을 받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공감하는 의원이 많았습니다.”

▶그런 발언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 정책에 대해, 동료 의원이 말한 것에 대해 비판적 이야기를 해야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해야 할 때는 하는 게 정치인이죠.”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