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준의 머니 인사이트]
-코로나19, 역사상 가장 깊지만 짧은 침체 만들 것
-6월부터 기업 이익 추정치 상승 시작

[한경비즈니스=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경제학 박사)] 경기 침체 전망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증시 반등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침체는 역사상 가장 깊지만 짧은 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주식 시장은 2020년 2분기 최악의 침체와 2021년의 회복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며 상승하는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더딘 경기 회복 전망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속도 조절은 거치겠지만 성장주의 장기 상승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한국 코스피지수의 고점은 각각 3630과 2360이 예상된다. 백신에 대한 기대로 내년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높아졌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내년 이후 경기 회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나 마스크 착용, 인프라 투자 등이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익 전망이 견조하고 잉여 현금 흐름이 양호한 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표 성장주에 투자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신용 스프레드의 추가 확대가 제한된 투자 등급(IG) 회사채와 국내 우량 크레디트 채권은 기업 펀더멘털의 차별화 환경에서 국채 대비 높은 이자 수익(carry)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다. 경기 회복 전망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과 기업 이익, 재무 건전성이 모두 양극화되는 환경이므로 미국 대표 성장주와 우량 크레디트 채권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단기적 자산 가격 상승 속도 조절 불가피

1970년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사례는 총 6번이다. 침체에 빠진 뒤 경기 저점까지는 평균적으로 약 4개 분기가 걸렸고 가장 최근인 2008년 금융 위기 당시는 침체가 시작된 후 6개 분기가 지나서야 경기 바닥을 확인했다. 침체가 시작되면 평균적으로 직전 분기 대비 약 마이너스 1.4% 후퇴했고 금융 위기 당시에는 4.1%나 뒷걸음질했다. 세계 경제 전망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경기 침체의 저점을 침체 이후 2개 분기 만인 2020년 2분기로 전망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짧은 침체인 셈이다. 반면 이번 침체의 깊이는 역대급이다. 미국 경제의 2020년 침체의 깊이는 마이너스 10.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등하는 글로벌 증시…미국 성장주·우량 크레디트 채권에 집중하라
금융 시장 측면에서는 경기 침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바라보는 향후 전망의 가시성이 중요하다. 6월 11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0년 마이너스 6.0%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지겠지만 2021년에는 5.2%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마이너스 7.3%에서 4.1%로, 중국은 마이너스 2.6%에서 6.8%로, 한국은 마이너스 1.2%에서 3.1%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식 시장은 이러한 전망에 따라 2020년 2분기 최악의 침체와 2021년의 회복 가능성을 동시에 반영하며 상승하는 중이다. 미국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2020년 전년 동기 대비 22.1%나 감소하겠지만 2021년에는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말 기업 이익이 2019년 말 수준을 살짝 넘어선다는 얘기다. 현재 S&P500지수의 주가수익률(PER) 21.8배를 감안하면 역수(1/PER)인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4.6%로 2001년 이후 가장 낮다.
반등하는 글로벌 증시…미국 성장주·우량 크레디트 채권에 집중하라
하지만 현재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0.6%대에 불과하다. 즉 미래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사용되는 할인율인 금리는 주식 수익률보다 더 빠르게 낮아져 주식 수익률과 채권 금리와의 차이를 말하는 일드 갭은 3.9%포인트로 2017년 이후 평균치 3.6%포인트보다 크다. 회사채 등 전 세계 모든 채권을 포함한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채권지수의 금리도 0.98%로 1%를 밑돌고 있다. S&P500지수 배당수익률도 2.0%에서 유지되고 있다. 주식 자체는 역사적으로 비싸 보이지만 여타 다른 자산과의 상대 가치를 고려하면 비싸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팬데믹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강력한 재정 정책을 통해 정부가 채워 주고 있다. 재정 정책 여력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신흥 시장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기업에 새로운 평가 기준 제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형 기술주의 장기 상승 추세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주가지수가 급락 후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정보기술(IT),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헬스케어 등 성장주는 덜 하락하고 강하게 반등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람들의 온라인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전통 산업보다 신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산업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를 갖춘 사업 모델이 높은 이익 성장을 보이고 있고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당순이익(EPS) 증가 등 주주 환원을 통해 이익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언택트(비대면)로 수요를 유지하고 있고 원활한 잉여 현금 흐름으로 유동성 위험에도 대비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는 성장주에 더욱 유리한 환경을 제시하고 있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알파벳·페이스북이 S&P500지수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율은 20%가 넘는다. 상위 3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모두 1조 달러도 넘어섰다.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직전의 업종 비율을 비교해 보면 IT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각각 10.2%포인트, 4.6%포인트 증가하면서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팩트셋 컨센서스 기준 5개 기업의 향후 3년 주당순이익 연평균 성장률(CAGR)은 평균 28.4%로 S&P500 기업의 21.4%를 웃돈다. 아마존은 69.0%, 페이스북은 27.8%에 달한다.

코로나19는 기업들에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 줬다. 현금 유동성이 낮은 기업과 성장 없이 주주 환원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기업들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보다 장기화될 위험이 높아졌다.

반면 대형 기술주는 현금 측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최근 분기 기준 5개 기업의 평균 잉여 현금 흐름은 66억3000만 달러, 평균 분기 순이자 비용은 4억5000만 달러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그리고 순이자 비용을 합산한 금액 대비 높은 잉여 현금 흐름을 보유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이다. 평균 유동비율은 290%로 단기 부담도 낮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경제 활동 재개 기대를 높여 가던 금융 시장에 다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경제 규모 1, 2, 4위인 캘리포니아·텍사스·플로리다 주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개의 주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수준이다. 3위와 8위인 뉴욕과 뉴저지 주에서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있지만 날씨가 따뜻한 서부와 남부에서 여름휴가 특수를 지나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과감한 이동 제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등 경계심이 약해진 영향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미국에서 ‘반트럼프’의 상징으로 여겨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던 공화당 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 주지사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면 치료제·백신 개발과 가까운 경제적 영향과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재확산 또는 2차 유행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만 첫째 확산에 비해 충격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1년 봄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경제 충격은 2020년 상반기의 절반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미국과 한국의 12개월 선행 기업이익 추정치는 6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의 특정 주들과 중국 베이징 등의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는 미국 Fed의 더딘 경기 회복 전망과 함께 기업 이익 회복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EPS를 구해 보면 올해 4분기에는 팬데믹 이전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 컨센서스다(PER 11.4배).

이는 현재보다 약 20% 증가한 수치로, 이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는 2360이다. 낙관적 전망에서도 상단에 거의 근접했고 속도 조절을 거쳐야 하는 구간이라는 의미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느리더라도 내년 이후 경기 회복과 기업 이익 증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연내 백신·치료제 개발이나 마스크 착용, 인프라 투자에 대한 구체적 실행 방안 등이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