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85호 (2020년 07월 13일)

‘전기차 배터리 대란 온다’…합종연횡 나선 글로벌 기업들

기사입력 2020.07.13 오전 11:12

-2021년부터 공급 부족 전망…‘배터리 동맹’ 중심에 두고 한·미·일·중·유럽 ‘대격돌’


‘전기차 배터리 대란 온다’…합종연횡 나선 글로벌 기업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동맹’을 무기로 전기차 패권 전쟁에 나섰다.

단순히 배터리를 공급받던 수준에서 벗어나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제조업체와 함께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거나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전기차 시대와 함께 성큼 다가온 ‘배터리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장 조사 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40년 전기차가 세계 자동차 판매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 개발은 거세지고 있다. 


현대차·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앞다퉈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 차를 선보일 예정이고 그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총 61조원을 투자해 혁신 기술 개발과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폭스바겐그룹은 2024년까지 330억 유로(약 45조원)를 전동화 부문(E모빌리티)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GM도 2025년까지 200억 달러(약 25조원)를 전기차 개발에 쓸 계획이다.


전기차 선두 주자 테슬라의 질주도 이어졌다. 테슬라는 7월 1일 전 세계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도요타-파나소닉, 테슬라-CATL연합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오자 업계와 기관은 배터리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SNE리서치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배터리 대란’이 이르면 2021년, 늦어도 2022년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과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들과 손잡으며 글로벌 동맹을 이어 가는 이유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9월 스웨덴 배터리 생산 업체인 노스볼트와 배터리 대량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폭스바겐은 또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궈쉬안 하이테크의 지분 26.5%를 11억 유로(약 1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궈쉬안하이테크는 1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9위(1.2%)인 업체다. 올해 말까지 지분 인수를 완료하면 폭스바겐은 궈쉬안하이테크의 최대 주주가 된다.


독일 다임러는 중국 파라시스에너지에 투자했다. 중국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다임러가 파라시스에너지가 추진하는 4억8000만 달러(약 5908억원) 규모의 기업공개(IPO)에서 지분 3%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파라시스에너지는 2018년 말 다임러와 140GWh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독일에 6억 유로(약 8121억5000만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GM은 LG화학과 미국 오하이오 주에 합작사를 설립하고 총 2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양 사는 합작 공장에서 연간 30GWh 이상 규모의 배터리 셀을 양산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중국 지리자동차와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합작사 ‘베스트’를 설립하며 중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의 행보가 거침없다. 도요타는 일본 제조 기업 파나소닉과 2017년부터 협력을 시작해 올해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앤드 솔루션스’를 설립했다. 도요타-파나소닉 동맹은 이르면 2022년부터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요타는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도 합작 연구·개발 법인을 설립하며 중국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생산을 통해 공급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파나소닉에서만 배터리를 공급받던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 생산 업체 CATL과 함께 미래 배터리인 ‘100만 마일 배터리(반영구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저렴한 가격에 100만 마일(약 160만km)을 달릴 수 있는 강한 내구성을 갖춰 개발에 성공하면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을 휘발유차 수준 이하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M&A에도 적극적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 배터리 제조회사 맥스웰과 캐나다 배터리 제조회사 하이바시스템즈를 인수했다. 


‘전기차 배터리 대란 온다’…합종연횡 나선 글로벌 기업들



◆현대차는 한국 배터리 3사와 협력 강화


한국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동맹’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동맹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 5, 7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와 협력을 강화하며 ‘전기차 어벤저스’를 결성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장 장악력을 갖춘 배터리 3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전기차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CEL)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앞서 지난 5월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과 사업 방향성을 논의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6월 22일 정 수석부회장은 LG화학 오창 배터리 공장에서 구광모 LG 회장과 단독 회동하고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이들은 LG화학이 개발하고 있는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과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 


7월 7일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 만났다. 이날 현대차 경영진은 기아 니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셀 공장과 SK그룹이 개발 중인 차세대 배터리와 전기차 주요 부품 개발 현황을 둘러봤다.


SK그룹은 음극재를 흑연이 아닌 금속으로 바꿔 에너지 밀도를 높인 리튬-메탈 배터리, 최소 전력으로 배터리 구동 시간을 늘려주는 전력 반도체, 배터리 팩의 무게를 줄여 주는 차세대 경량 소재 등을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전기차뿐만 아니라 K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대란 온다’…합종연횡 나선 글로벌 기업들



배터리 패권을 둘러싸고 한·중·일 삼국의 치열한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가 집계한 올 들어 4월까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한·중·일 3개국이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올 들어 처음으로 일본 파나소닉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중국 CATL과 BYD는 3, 4위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5위, SK이노베이션은 7위를 차지하며 선두권을 추격하고 있다. 


LG화학은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배터리 공급의 70%를 담당하고 중국에서는 테슬라 모델3 판매 증가와 함께 LG화학 배터리 공급이 크게 늘어났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 배터리 삼국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와 긴밀한 협력을 구축한 파나소닉과 탄탄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성장이 매섭다.


자동차업계와 배터리업계는 정 부회장과 배터리 3사의 동맹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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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13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