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Ⅲ] -경제 효과만 49억 달러…‘기존 K팝 시스템+빅히트 혁신 전략’ 융합 결과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21세기 비틀스’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은 1년(2018년 5월~2019년 4월) 동안 3개 앨범이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BTS 이전에 1년 내 3개 앨범을 ‘빌보드 200’ 1위에 올린 가수는 1996년 비틀스가 유일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BTS의 성공에 학계는 물론 기업들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BTS는 2013년 탄생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 가요 산업은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라는 대형 3사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때였다. 중소 기획사였던 빅히트에 소속된 보이그룹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그룹으로 성장하리라곤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BTS의 성장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들의 성공이 그저 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소속사인 빅히트는 BTS의 기획과 탄생, 성장 과정에서 기존의 K팝 아이돌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시도해 나갔다. BTS의 멤버들은 20대 후반의 밀레니얼 세대들이다. 이들은 마찬가지로 밀레니얼 혹은 Z세대인 그들의 팬클럽 ‘아미’와 함께 글로벌 음악 산업에 전혀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빅히트와 BTS가 만들어 낸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경영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보고서가 최근 몇 년 사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2018년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정민 연구위원 외 3인)’에 이어 2019년에도 ‘BTS의 성공 요인 분석과 활용 방안(박용정 선임연구원 외 3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를 기업의 성장에 적용할 방안을 연구했다. 고려대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의 ‘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비롯해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서도 BTS의 성공 요인 분석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미 국내 서점가에서도 ‘BTS 마케팅(박형준)’, ‘BTS Insight, 잘함과 진심(김남국)’, ‘BTS 예술혁명(이지영)’ 등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BTS와 관련한 보고서가 온라인 스토어에 공개돼 있다. 2018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케이스 스터디’ 교재를 위해 작성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BTS :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K팝(모건 주오, 로버트 D. 오스틴 교수)’과 지난 6월 8일 공개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블록버스터 밴드 BTS : 글로벌로 나아가는 K팝(애니타 앨버스 교수, 리지 우드햄)’이다. 특히 애니타 앨버스 교수팀의 보고서는 방시혁 빅히트 대표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도 깊은 분석을 담아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보고서의 핵심을 간추려 모았다.
'BTS 케이스스터디'...경영학자들이 방탄소년단에 주목하는 이유 ①

◆ 중소 연예 기획사의 한계 깬 빅히트


BTS를 탄생시킨 빅히트는 2005년 설립됐다. 빅히트의 수장인 방시혁 대표는 1990년대부터 3대 기획사 중 한 곳인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 오랫동안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수많은 유명 가수들의 히트곡을 써내며 ‘히트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미 국내 음악계에서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던 그가 새로운 기획사를 설립하는 모험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JYP의 미국 시장 진출 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당시 JYP의 박진영 최고창작책임자(COO)가 원더걸스 등의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국내와 관련한 업무들이 자연스럽게 방 대표에게 넘어왔다.

앨버스 교수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방 대표는 “당시 JYP에서의 업무는 단순한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역할을 넘어서 있었다”며 “JYP의 박 COO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결과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독립하고 동시에 JYP와의 협력 관계를 이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빅히트가 자리 잡는데 JYP의 역할이 컸다. JYP의 2AM과 임정희 등 가수와 연습생들이 빅히트로 옮겨오면서 초기 기틀을 다져 나갈 수 있었다. 오랫동안 국내 가요 산업에서 경력이 많았던 방 대표는 빅히트 설립 초창기만 해도 기존의 아이돌 시스템을 따라가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중소 기획사로서의 한계에 부딪쳤고 기획사의 수익 또한 줄어들기 시작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던 빅히트는 2011년 전 직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방 대표와 직원들은 그때까지 빅히트에서 집중해 왔던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분석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 대신 이들은 몇 가지 ‘본질적인 질문’의 답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 질문은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사업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팬이란 무엇이고 그들의 특성은 무엇인가’와 같은 것들이었다.
'BTS 케이스스터디'...경영학자들이 방탄소년단에 주목하는 이유 ①
이때를 기점으로 빅히트는 기존의 K팝에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아이돌 그룹 육성 시스템의 효율성을 최대한 수용하면서도 기존의 기획사들과 차별화되는 변화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바로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이 BTS가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BTS의 탄생은 현재 BTS의 리더를 맡고 있는 RM(본명 김남준)과의 만남이 출발점이 됐다. 당시 빅히트 소속 프로듀서였던 피독(Pdog)은 김남준의 랩 데모곡을 들은 뒤 방 대표에게 들려줬고 방 대표는 ‘이 친구를 꼭 데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후 김남준을 중심으로 힙합을 기반으로 한 보이 그룹을 구성하게 됐고 그에 맞는 멤버들을 찾아 나섰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조차 ‘힙합’을 바탕으로 한 보이그룹은 낯설었다. 방 대표를 비롯한 빅히트 직원들조차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시켜야겠다는 목표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앨버스 교수팀은 보고서에 “BTS의 경제적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고 표현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BTS가 기여한 금액만 49억 달러(약 5조8500억원)에 달한다. 1등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 BTS의 인기가 10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500억 달러(약 60조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추산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다.

BTS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빅히트가 BTS와 같은 세계적인 그룹을 또다시 키워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 보고서의 마지막에는 방 대표의 이에 대한 대답이 수록돼 있다.

“최근에야 지금까지 빅히트가 도전해 왔던 새로운 방식을 통해 올바른 길을 찾아 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BTS뿐만 아니라 다른 그룹에도 얼마든지 우리의 새로운 전략들을 적용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