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Ⅲ] -경제 효과만 49억 달러…‘기존 K팝 시스템+빅히트 혁신 전략’ 융합 결과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빅히트와 BTS가 만들어 낸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경영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보고서가 최근 몇 년 사이 쏟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2018년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정민 연구위원 외 3인)’에 이어 2019년에도 ‘BTS의 성공 요인 분석과 활용 방안(박용정 선임연구원 외 3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를 기업의 성장에 적용할 방안을 연구했다. 고려대 편주현 경영대학 교수의 ‘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비롯해 최근에는 국내 대학에서도 BTS의 성공 요인 분석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미 국내 서점가에서도 ‘BTS 마케팅(박형준)’, ‘BTS Insight, 잘함과 진심(김남국)’, ‘BTS 예술혁명(이지영)’ 등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도 BTS와 관련한 보고서가 온라인 스토어에 공개돼 있다. 2018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케이스 스터디’ 교재를 위해 작성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BTS :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K팝(모건 주오, 로버트 D. 오스틴 교수)’과 지난 6월 8일 공개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블록버스터 밴드 BTS : 글로벌로 나아가는 K팝(애니타 앨버스 교수, 리지 우드햄)’이다. 특히 애니타 앨버스 교수팀의 보고서는 방시혁 빅히트 대표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도 깊은 분석을 담아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 보고서의 핵심을 간추려 모았다.
'BTS 케이스스터디'...경영학자들이 방탄소년단에 주목하는 이유 ②

◆ MZ 세대와 일하는 법-기획사와 아이돌의 ‘파트너 관계’에 방점


방 대표와 빅히트는 2011년 워크숍을 통해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에서 몇 가지 중대한 변화를 맞는다. 그 첫째 전환점의 키워드는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관계 재정립’이다.

당시 국내에서 아이돌 그룹을 발굴, 육성하고 데뷔시킨 후 활동을 관리하는데 매우 엄격한 시스템이 작동했다. 가수의 앨범 콘셉트부터 어떤 노래를 부를지, 어떤 분위기의 의상을 입을지 모두 다 ‘기획’한다. 기획사의 관리 대상은 무대 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수의 무대 밖 사생활도 포함된다. 휴대전화의 소지 여부는 물론 연애 문제까지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같은 관리가 가능한 데는 특유의 ‘연습생 제도’ 때문이다. 국내 기획사들은 대부분 청소년기부터 재능 있는 학생들을 선발한 뒤 이들을 대상으로 보통 3~6년 정도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다. 노래와 춤은 물론 연기, 다양한 어학까지 학습 대상이 되는데 기획사는 이 기간 동안 오로지 이들에게 투자하는 기간이다.

문제는 평균적으로 볼 때 수십 명의 연습생들 가운데 실제로 데뷔하는 인재는 1~2명에 불과하다. 기획사로서는 한 그룹이 데뷔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막대한 투자’가 이미 진행된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필수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여기에서 오는 장점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노래와 춤, 무대 의상 등 종합적인 면에서 효율적으로 퍼포먼스를 관리할 수 있고 이는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최근에는 여러 부작용들과 관련한 문제 또한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빅히트는 2011년 워크숍을 통해 바로 여러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이 엄격한 상하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도 그 질문들 중 하나였다.

빅히트의 결론은 기존의 국내 기획사들이 갖춰 놓은 시스템의 효율성은 그대로 받아들이되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의 관계를 상하 관계가 아닌 ‘동반자’로 다시 설정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BTS의 멤버들을 영입하고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그룹을 이끌어 갈 멤버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기획사가 ‘결정’하고 아이돌 그룹이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이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멤버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TS의 멤버들은 데뷔 전 오랫동안 멤버들끼리 합숙하며 서로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각자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그룹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기획사가 각 그룹 멤버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정해 주는 기존의 방식과는 차별화된 방식이다.

지금은 다른 기획사들에서도 아이돌 연습생과 가수들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 상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지만 빅히트는 초창기부터 이와 같은 제도를 정착시킨 대표적인 국내 기획사로 손꼽힌다.

BTS 멤버들은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의 장기 휴가를 받아 각자 자유의 시간을 즐기기도 했다. 데뷔 이후 쉴 새 없이 달려온 멤버들에게 주어진 이와 같은 장기 휴가는 국내 기획사에서는 처음 시도된 것이다.

빅히트가 아이돌 그룹과 맺고 있는 ‘윈-윈 관계’는 지난해 BTS의 재계약 때도 빛을 발했다. 통상 국내 가요업계에는 ‘7년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국내 아이돌 그룹의 재계약 기간이 7년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7년이 지나면 해체 수순을 밟는 아이돌 그룹이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7년의 계약 기간이 종료된 BTS는 재계약을 했다. 당시 BTS 멤버들이 빅히트에 내건 조건은 하나였다. ‘우리가 7년의 시간을 빅히트에 더 줄 테니 우리가 이뤄낸 성취들 가운데 우리의 역할을 인정해 달라. 그 부분을 계약서에 반영해 줬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5호(2020.07.11 ~ 2020.07.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