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286호 (2020년 07월 20일)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실험’ 돌입한 일본 [글로벌 현장]

기사입력 2020.07.20 오전 10:04

-예상보다 좋은 성과에 기업들 확대 추세…광열비 지원·거점 사무실 등으로 부작용 줄여


일본 수도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6월 9일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수도 도쿄의 번화가인 시부야에서 6월 9일 시민들이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연합뉴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 대학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것을 바꿨다. 연대 구분법인 BC(Before Covid)와 AC(After Covid)에 비유될 만큼 많은 생각과 행동의 급변을 낳았다.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힘들다는 회귀 불능론까지 제기된다. 대응 체계도 논란거리로 남는다. 겪어 보지 못한 광범위한 돌발 변수답게 우왕좌왕의 실책이 많았다. 매뉴얼에 없던 불상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K방역’은 낙양지가를 올렸지만 일본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고했던 ‘매뉴얼 사회’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실투가 반복됐다. 설사 준비했어도 워낙 커다란 후폭풍이기에 각종 매뉴얼은 기능 부전에 신음한다. 이는 ‘재택근무’도 하나의 사례다.


◆일본 대기업 83%, “4~5월 재택근무 택해” 

거리 두기는 소비 현장의 혼란만 낳은 것은 아니다. 250년 자본주의가 채택한 집단 근무형 생산 공간에도 미증유의 혼선을 야기했다. 생산 공정별 분업 구조가 뚜렷한 블루칼라는 물론 무형 업무를 맡는 화이트칼라조차 비켜 서지 않는다. 이때 화이트칼라를 둘러싼 재택근무가 특히 갑론을박의 핫이슈로 부각됐다.

물리적 제한이 많은 공장 등 생산 현장과 달리 사무실은 비대면 업무 추진이 수월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재택근무가 생각보다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염 위험에도 출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펼쳐졌다.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는 만큼 원인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고민도 깊다.

재택근무는 장기간 시도돼 온 방식이다. 보완 시스템으로 일부 직무에 한해 많은 기업이 근무 공간의 다양화 차원에서 제도화했다. 가정·직장의 양립 조화 필요가 한몫했다. 그랬던 게 코로나19 사태로 감염 위험이 불거지며 사회 이슈로 급부각됐다. 향후 바이러스발 비대면 생활 양식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 유력한 대체 근무제로 인식된 결과다.

통신의 발달에 따른 시대 흐름도 재택근무의 정합성을 강화한다. 저비용·고효용에 따른 기업과 직원 모두의 업무 만족도가 스마트 워크의 확산 동기로 작용한다. 재택근무가 AC 이후 뉴노멀로 집합 공간과 단체 근무의 구체제를 밀어낼 것이란 평가다.

일본 사회는 재택근무의 안착 여부에 주목한다. 경험해 보니 우려했던 것보다 실용적인 기대 효과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번의 긴급 사태와 무관하게 일상적인 재택근무를 제도화하려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4~5월에 걸친 실태 조사를 보면 대기업의 83%가 출근금지·재택근무를 실시했다. 최소한의 필수 업무를 뺀 광범위한 재택근무가 시도됐다는 의미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수치는 낮지만 중소기업도 51%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대기업과 달리 인프라 환경, 보완 대책, 업무 분담 등이 한계점으로 확인됐다. NHK의 보도에 따르면 또 긴급 사태 해제 선언 이후 재택근무 채택 여부를 물었더니 대기업의 55%가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7월까지 원칙상 재택근무 방침을 밝혔다. 2021년 4월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또 하나의 표준 모델로 받아들일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가령 주당 2~3일은 재택근무하도록 해 출근 인원을 절반가량씩 줄이는 식이다.


일본IBM도 사태를 관망하기 위해 7월까지 전원 재택근무를 택했다. 8월부터 사전 조정을 통해 출근 인원을 늘리되 10월 이후 매일 출근하던 직원을 주당 2~3일로 제한할 방침이다. 시세이도는 출근 인원을 항상 50%로 제한하는 근무제도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이 밖에 상당수 기업이 ‘출근→재택’으로 근무 인원의 비율 확대에 돌입했다. 인터넷 기반의 정보기술(IT) 기업 등은 아예 향후 원칙적인 재택근무를 선언한다. 동영상 투고 사이트 니코니코도우가는 앞으로 전체 직원을 재택근무로 돌리는 계획을 내놓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실험’ 돌입한 일본 [글로벌 현장]


◆재택근무 ‘부작용’ 막기 위한 대책도 고민 중 

확대 적용 이유는 명확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재택근무를 둘러싼 이미지는 변했다. 어쩔 수 없이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던 경험에 따른다. 감염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확보는 둘째 치고 직원 만족도가 꽤 높다. 아침저녁 지옥철로 고생하는 출퇴근 스트레스의 해소가 장점으로 손꼽힌다. 통근 부재로 추가 시간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업무 효율도 좋다. 비대면 회의로 얼마든지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가능해진다. 가족과의 시간 확보도 수혜다. 새로운 상품·서비스에 관해 온라인 회의를 개최하니 그동안 참가하기 힘들었던 원거리 고객·거래처 등이 가세한 상담까지 실현된다. 물리적 공간 확보가 없어 비용을 낮추고 신규 고객도 개척할 수 있다. 이 밖에 본인 페이스에 맞춘 업무 시행과 근무 환경의 자의·자립적 준비 등도 생산성을 높이는 변수로 평가된다.

기업도 걱정을 덜었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 함께 관행적으로 투여됐던 자원을 아낄 수 있다는 게 첫손가락에 꼽힌다. 화상 회의라 방대한 자료를 줄일 수밖에 없는 만큼 효율성이 높아졌다.

출장 업무가 사라진 것도 우호적이다. 과거였다면 해외 고객이나 거래처 등을 만나자면 최소한 1개월 이전부터 시간을 들여 준비할 뿐만 아니라 직접 날아가는 유무형의 투입 자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만나면 언제든 약간의 사전 준비만으로 필요 업무를 상황별로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을 계기로 그간의 업무 방식을 개혁함으로써 가성비 좋은 노동 환경으로 전환할 필요가 제기된다.  

그러자면 풀어야 할 해결 과제가 있다. 기존 제도를 순식간에 바꾸기엔 여러모로 제약 환경이 건재해서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4~5개월의 실험 성과만으로 건재했던 기존 시스템을 수정하는 것은 힘들다. 재택근무로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더 높은 일본생산성본부의 조사 결과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이는 업무 효율을 높여 재택근무를 넓히려면 꼭 넘어야 할 산일 수밖에 없다.

거론되는 한계는 △출근하지 않으면 열람할 수 없는 자료가 존재 △통신 환경의 원활한 기술 정비 △자택의 사무 공간 확보를 위한 물리적 환경 정비 △자료·정보 유출 등 보안 대책 △업무 결제의 디지털화 진전 등이다. 일례로 온라인 결제가 안 되면 도장받자고 출근하는 일이 펼쳐질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직은 에피소드 차원이나 재택근무가 유력 제도로 안착하면 불거질 문제점도 적지 않다. 직원은 광열비 등 지출 부담이 생긴다. 돌봐야 할 어린 자녀가 있다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혼자 동떨어져 일하니 고립감이나 고독감도 커진다.

관리직은 고민이 더 깊다. 재택근무 때 부하의 업무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기준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 특수적 인적 자원으로 길러야 할 신입·초급 직원에게 필요한 세세한 대면 지도를 못해 인재 육성에도 걸림돌이다. 이때문에 화이트칼라 특유의 팀워크를 위해서라도 대면 근무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한계는 곧 대응으로 구체화된다. 걸림돌이 있어도 재택근무를 정착·확대하는 게 더 낫다는 기업 측의 판단에 따른다. 이와 관련해 재택근무를 표준 방식으로 내세운 히타치의 대응 체계가 주목된다. 먼저 전체 직원에게 광열비 등 보조를 위해 월 3000엔씩 예산을 배정했다. 집에서 일하는 비용을 회사가 내겠다는 의미다.

또 개개인의 직무를 명확히 해 단순히 노동 시간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하는 제도로의 이행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건강 상담을 해주는 창구 설치 방침도 밝혔다. 자택에서 집중하기 힘든 직원은 자택 인근에 위성 사무실을 폭넓게 마련해 지원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사무 공간의 활용은 재검토·재구성된다. 일부 회사를 빼면 100% 재택근무는 힘들기에 감염 우려를 낮추는 공간 구성에 적극적이다. 사무실의 책상·의자 간격을 벌리고 칸막이를 설치하는 식이다. 회의실 입장 숫자의 상한을 정하기도 한다. 혼다는 일정 이상 직원이 불가피하게 모일 경우 회의실을 활용해 분산 작업을 하도록 조치했다.


또 재택근무만큼 유휴·잉여화된 업무 공간의 비용 절감에도 적극적이다. 사무실을 줄여 임대를 주거나 비용이 낮은 교외로 이전하는 곳도 생겨난다. 이렇게 되면 지방 직원이 도심 회사에서 일하는 새로운 방식의 근무 스타일도 기대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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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21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