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제 1286호 (2020년 07월 20일)

정태영 부회장이 던진 새로운 ‘한 수’…현대카드 PLCC 전략의 비밀

기사입력 2020.07.20 오전 11:01

[스페셜 리포트Ⅰ]

-대한항공·스타벅스·배민 등 ‘핫’한 기업들과 손잡아

-카드업계 위기 돌파구로 주목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현대카드가 배달의민족과 손잡았다. 현대카드는 7월 7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배달의민족 전용 카드’ 출시를 위한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 Private Label Credit Card)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카드는 지난 4월 대한항공 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6월에도 스타벅스와 손잡고 ‘스타벅스 카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배민카드’는 올 들어서만 현대카드가 출시하는 셋째 PLCC다.


지난 7월 7일 현대카드와 우아한형제들의 파트너십 조인식 현장. 정태영(둘째줄 왼쪽 셋째) 현대카드 부회장과 김봉진(셋째줄 오른쪽 첫째) 우아한형제들 대표 외 관계자들이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는 민트색 헬멧을 착용했다.

지난 7월 7일 현대카드와 우아한형제들의 파트너십 조인식 현장. 정태영(둘째줄 왼쪽 셋째) 현대카드 부회장과 김봉진(셋째줄 오른쪽 첫째) 우아한형제들 대표 외 관계자들이 ‘배달의민족’을 상징하는 민트색 헬멧을 착용했다.



최근 국내 카드업계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전략은 PLCC다. 가시적인 성과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2015년 국내 처음으로 PLCC를 도입한 업체다. 무엇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PLCC 전략에 큰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스타벅스에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국내 ‘핫’한 기업들을 PLCC 라인업으로 끌어들이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현대카드의 PLCC 독주 행보에 국내 카드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PLCC vs 제휴카드, 비슷해 보이지만 달라

PLCC는 기업이 전문 카드사와 함께 운영하는 카드다. 카드사가 제휴한 기업의 브랜드를 사용하고 그 기업에 최적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언뜻 보면 특정 기업의 혜택을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용 중인 ‘제휴카드’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PLCC와 제휴카드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일반적인 제휴카드는 카드사가 제휴 기업 관련 혜택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한 비용과 카드 상품에 따른 수익을 모두 관리한다. 제휴 기업은 카드 모집만 담당하는 구조다. 쉽게 말해 카드 상품을 설계·운영하는 과정에서 모든 주도권이 ‘카드사’에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한 업체는 여러 개의 카드사와 다양한 제휴 카드를 만들어 판매하는 전략을 취한다.

지난 4월 출시된 현대카드와 대한항공의 PLCC.

지난 4월 출시된 현대카드와 대한항공의 PLCC.



PLCC는 상품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제휴 기업과 카드사가 함께 주도권을 나눠 가진다. 카드사와 제휴 기업이 상품의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수익도 공유한다. 카드 상품을 운영하는 데도 카드사와 기업이 서로의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등 훨씬 긴밀한 파트너십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PLCC는 기업이 특정한 카드사와 독점적으로 계약하고 운영하게 된다.

국내 PLCC 전략이 처음 도입된 것은 2015년이다. 현대카드는 신세계 이마트와 손잡고 2015년 12월 국내 최초의 PLCC인 ‘이마트 e카드’를 선보였다. 이후 현대카드를 비롯해 많은 카드사들이 PLCC를 도입했지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결국 소비자들에게는 ‘제휴 카드’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PLCC 전략에 집중해 온 현대카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카드업계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여신업계에 따르면  7월 14일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PLCC를 출시한 카드사는 현대카드 외에도 신한·하나·롯데·우리카드 등이다. 카드사들과 기업의 밀접한 파트너십에 기반한 PLCC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미국의 사례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이제 막 PLCC 상품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지만 신용카드 사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이미 PLCC가 널리 보급돼 있다. 핀테크 전문 매체인 메디치에 따르면 미국 내 PLCC 발급 숫자는 이미 2015년을 기준으로 19억 장을 넘어섰을 정도다.

실제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싱크로니 파이낸셜, 시티 리테일 서비스 등 금융사와 손잡고 PLCC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타깃·월마트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대형 유통업체는 물론 빅토리아 시크릿, 아메리칸 이글, 갭 등 패션 브랜드까지 PLCC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와 함께 애플 페이 기반의 PLCC를 출시하기도 했다.

미국 신용카드의 대세로 자리 잡은 PLCC 시장은 해마다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 패키지드 팩트에 따르면 미국 내 PLCC 사용 금액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연평균 3% 수준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규모가 2018년 기준 약 2100억 달러(약 253조원)에 이른다. 그만큼 좋은 기업과 손잡고 PLCC를 출시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경쟁 또한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많은 카드사들이 앞다퉈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PLCC 전략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오래전부터 PLCC 라인업 강화에 공을 들이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카드에 업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5년 국내 첫 PLCC 낸 현대카드

현대카드는 2015년 국내 첫 PLCC인 ‘이마트e카드’를 시작으로 2017년 현대·기아차 PLCC인 ‘현대 블루 멤버스’와 ‘기아 레드 멤버스’를 내놓았다. 다음해인 2018년 6월 이베이와 PLCC ‘스마일 카드’를 선보였고 2019년에도 코스트코와 함께한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를 필두로 SSG닷컴과 ‘쓱닷컴 카드’, GS칼텍스와 ‘에너지 플러스 카드’를 선보였다. 이와 같은 PLCC 광폭 행보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대한항공의 PLCC 4종을 출시한 데 이어 잇따라 스타벅스·배달의민족과 PLCC를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 6월 현대카드와 스타벅스의 PLCC 출시를 위한 파트너십 조인식 현장. 정태영(오른쪽) 현대카드 부회장과 송호섭 스타벅스 대표가 함께했다.

지난 6월 현대카드와 스타벅스의 PLCC 출시를 위한 파트너십 조인식 현장. 정태영(오른쪽) 현대카드 부회장과 송호섭 스타벅스 대표가 함께했다.



현대카드가 오랜 기간 PLCC 전략에 이처럼 공을 들일 수 있었던 데는 국내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 유일한 ‘오너’인 정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 부회장은 2015년 12월 PLCC 전담 조직인 PLCC팀을 신설한데 이어 2018년 11월 PLCC본부로 격상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PLCC 파트너들을 발굴하고 협력 관계를 쌓아 나가는 단계는 물론 상품 개발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장면이 7월 7일 우아한형제들과의 파트너십 조인식 현장이다. 송파구에 있는 우아한형제들의 본사에서 진행된 조인식은 기존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기업 협약 체결식’과 달리 유쾌하면서도 가벼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현대카드와 우아한형제들 관계자 12명은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보타이를 맨 후 스튜디오에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는 기념사진을 촬영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이들 모두 배달의민족을 나타내는 ‘민트색 헬멧’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출시될 배달의민족과의 PLCC가 현대카드의 상품이기 전에 ‘배달의민족 카드’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이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혹시 배달의민족이 현대카드의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하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건넨 말에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브랜드 정체성과 충돌해도 괜찮다”며 “이 카드는 ‘배민 카드’인 만큼 ‘배민스러운 카드’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화답했다. 기존의 카드업계의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제휴 기업들이 스스로 ‘현대카드의 새로운 활용 방식’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정태영 부회장이 던진 새로운 ‘한 수’…현대카드 PLCC 전략의 비밀


이와 같은 전략은 최근 들어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는 중이다.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신규 회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7만 명) 증가했고 신용 판매 취급액도 같은 기간 8% 늘어난 23조274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카드 영업이익은 15.5%(902억원)로 크게 늘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결제 비율과 PLCC 카드 발급 수 등이 늘어나면서 현대카드는 물론 파트너사의 매출 성장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현대카드의 PLCC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2018년 출시 이후 두 돌을 맞은 ‘스마일 카드’다. 이베이코리아와 함께 출시한 ‘스마일 카드’는 출시 1년 만에 발급자 수 42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7월 6일 기준으로 발급 90만 장을 넘어서며 100만 명 발급을 앞두고 있다. 특정 기업 전용카드인데다 온라인 발급만 가능한 상황에서 거둔 실적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내 카드업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다.

현대카드 측은 고객 만족도 조사인 ‘순추천지수(NPS : Net Promoter Score)’를 이와 함께 공개했는데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고객’의 비율이 ‘추천하지 않겠다는 고객’보다 3.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7월 6일 ‘스마일카드’ 출시 2년을 맞아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에게 “이베이 스마일카드는 고객 관리와 확대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며 감사 메일을 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으로 ‘스타벅스’와 ‘배민카드’ 역시 고객들을 위한 파격적인 혜택은 물론 각 기업들의 정체성과 브랜드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스타벅스 카드는 ‘스타벅스의 별이 최초로 담긴 카드’라는 의미를 최대한 살려 상품 콘셉트와 마케팅 전략을 준비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일회용 포장 용기를 많이 사용하는 배달업의 특성을 감안해 두 회사의 디자인을 결합한 친환경 식품 용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카드가 PLCC에 꽂힌 이유

카드업계가 PLCC 전략에 ‘주목’하는 데는 최근 카드업계의 위기와 관련이 깊다. 국내 카드업계는 2019년 카드사들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수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테크핀 업체들의 도약 또한 카드업계에는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간편 결제의 80% 이상이 신용카드와 연계된 결제다. 더 이상 신용카드를 통하지 않고도 손쉽게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카드업계는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상반기는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으며 카드 실적 또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월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지급 결제 동향’에 따르면 올 2~5월 중 지급 카드(신용·체크카드) 이용 실적은 하루 평균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정태영 부회장이 던진 새로운 ‘한 수’…현대카드 PLCC 전략의 비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카드업계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수익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왔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카드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의 변신이다. 고객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맞춤형 서비스’가 목표다. 정 부회장은 이를 ‘슈퍼 커스터마이제이션(Super Customization)’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현대카드의 PLCC 전략 또한 이와 일맥상통한다. 제휴 카드와 비교해 PLCC의 가장 큰 장점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찌감치 PLCC 시장이 성장한 미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오리엠마 컨설팅 그룹의 카드 관련 조사(Auriemma’s Cardbeat Research)에 따르면 코브랜드카드(Co-brand Card) 또는 PLCC를 보유한 고객 중 30%가 해당 브랜드 가맹점에서 더 많은 돈을 쓴다고 답했고 73%는 해당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의 관점에서 보면 제휴 카드와 비교해 PLCC는 초기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판단이다. 카드사는 PLCC를 통해 제휴 기업의 고객을 새 고객으로 유치하며 신규 고객의 저변을 확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휴 기업과의 다양한 협업을 통해 신규 수익 창출 가능성을 모색할 수도 있다. 제휴 기업의 관점에서도 장점이 크다. 기존 고객의 해당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이들이 여타 경쟁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일종의 ‘록인’ 효과다.

무엇보다 PLCC는 ‘제휴 카드’와 비교해 제휴 기업들이 초기 상품 혜택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두드러진다. 카드사와 제휴 기업이 같이 비용을 부담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만큼 적극적인 혜택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마일카드’는 이베이코리아 산하 오픈 마켓의 기본 적립률 대비 최고 8배에 이르는 파격적인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와 제휴 기업이 PLCC에 적극적인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객들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깃 고객층’이 뚜렷한 PLCC는 보다 세분화된 고객의 소비 성향·취향과 등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현대카드와 PLCC 파트너를 맺고 있는 대한항공·스타벅스·배달의민족은 각 분야에서 국내 ‘톱 티어’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과 고객 데이터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카드의 ‘슈퍼 커스터마이제이션’ 전략에 딱 맞아떨어지는 행보인 셈이다.

현대카드는 2015년부터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 강화에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다. 디지털에 적합한 조직 개편, 기업 문화 구축, 인프라 변경 등은 물론 새롭게 충원된 디지털 인력만 350명이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4월에도 고객의 카드 사용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맞춤형 소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카드 소비케어’ 서비스를 론칭한 바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PLCC 전략을 통해 단순히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마케팅과 데이터 사이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휴 기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초맞춤형(super customization)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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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22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