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블랙,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에 뽑혀…판매 증대 효과 톡톡히 누려
‘기생충’·‘깡’ 열풍 이어 맛있는 라면 1위까지…돌발 호재에 웃는 농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미국 뉴욕타임스는 7월 초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 순위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이 일본 라면들을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밖에 농심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3위를 기록했고 신라면 건면(6위), 신라면 사발면(8위)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11개 제품 중 농심 브랜드 4개가 한국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랭킹에 올랐다. 미국 현지에서 농심의 인지도와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조사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제품 마케팅은 농심처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농심 제품들이 잇단 ‘돌발 호재’에 힘입어 국내외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 돌풍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부러움 섞인 목소리다.

영화 ‘기생충’의 전 세계적인 흥행으로 농심은 올해 초 ‘짜파구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 영화에 등장했던 짜파구리에 대한 관심이 실제 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대박을 터뜨렸다. 농심이라는 이름을 세계 시장에 더 널리 알리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이어 최근에는 국내에서 가수 비의 ‘깡’ 열풍을 등에 업고 새우깡 등 제과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짜파구리 열풍에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올해 2월 영화 ‘기생충’이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오스카를 휩쓸면서 농심은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국내외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의 짜장 소스와 너구리 특유의 오통통한 면을 섞어 먹는 제품인 만큼 두 제품의 판매량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설명이다.

‘기생충’에 짜파게티가 등장하게 된 뒷얘기도 흥미롭다. 보통 TV 드라마나 영화에 자사 제품을 등장시켜 주는 대신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을 간접광고(PPL)라고 부른다. 그런데 농심은 ‘기생충’에 별도의 PPL을 하지 않았다.

농심에 따르면 죖기생충’ 영화를 한창 찍고 있던 당시 제작사로부터 ‘짜파구리’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묻는 연락을 받았다. 농심이 짜파구리에 대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면 법적인 문제들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의 요청에 농심은 흔쾌히 응했고 이렇게 영화 속에서 짜파구리를 먹는 장면이 들어가게 됐다.

무심코 응했던 이때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보면 ‘신의 한 수’였다. ‘기생충’의 인기로 농심은 올해 상반기 별다른 노력 없이 짜파구리 광고 효과를 톡톡히 거둔 셈이다. 농심에 따르면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을 기점으로 짜파구리는 대표 제품인 신라면 못지않은 관심을 받게 됐다.

‘기생충’을 본 국내외 관람객들이 직접 짜파구리를 만들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인증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국내외에서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짜파게티는 ‘기생충’을 계기로 해외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2월 짜파게티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50만 달러(약 18억원)로 집계됐다. 1984년 짜파게티가 첫 등장한 이후 월간 기준으로 해외에서 가장 많은 판매를 이번에 기록했다.

이번에 뉴욕타임스가 짜파구리를 맛있는 라면 3위에 선정한 것만 보더라도 인기가 어땠는지 대략 가늠해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영토를 확장하는 성과도 거뒀다. 짜파구리 관련 영상이 SNS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그간 짜파게티가 판매되고 있지 않았던 칠레·바레인·팔라우·수단 등의 국가에서 러브콜이 이어졌고 판로를 확대해 나갔다.

농심 해외 영업 관계자는 “짜파게티를 구할 수 없는 나라의 소비자들이 짜파구리 SNS 영상을 접한 뒤 현지 슈퍼나 마트에 짜파게티 판매를 요청했고 결국 수출까지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짜파게티와 함께 너구리의 판매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냈다. 그 결과 농심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6.8% 증가한 6877억원, 영업이익은 101.1% 증가한 636억원을 기록하며 ‘어닝 서프라이즈’급 성적표를 받았다. 내부에서는 1분기 실적에 짜파구리가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깡 특수’에 새우깡 매출 증가


하지만 인기는 영원할 수 없는 법이다. 2분기에 들어서면서 짜파구리의 돌풍이 서서히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완전히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판매량이 여전히 예년 수준은 웃돌고 있지만 돌풍을 일으켰던 1분기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농심도 이미 이를 예측하고 있었다.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한 제품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돌풍을 이어 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이다.
‘기생충’·‘깡’ 열풍 이어 맛있는 라면 1위까지…돌발 호재에 웃는 농심
그런데 최근에 한 번 더 뜻밖의 호재가 터지면서 다시 농심 내부를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바로 전국을 달구고 있는 가수 비의 ‘깡 열풍’을 통해서다.

비가 2017년 발표한 노래 ‘깡’이 온라인에서 신드롬을 일으키자 새우깡의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는 ‘깡 특수’를 누리게 된 것이다.

배경은 이렇다. ‘깡’이 화제를 모으자 누리꾼들은 익숙하게 먹어 온 새우깡을 함께 떠올렸고 자연스럽게 ‘밈(meme)’의 대상이 됐다. 밈이란 SNS 등을 통해 특정한 콘텐츠를 다양한 모습으로 패러디하며 즐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각종 SNS에서 ‘1일1깡’, ‘식후깡’ 등 해시태그와 함께 새우깡 구매 인증 사진이 연일 올라오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확산된 밈 현상이 실제 새우깡 구매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기야 농심은 비를 광고 모델로 추천하는 소비자들의 요청을 발 빠르게 수용해 광고를 제작하는 등 새우깡 열풍을 더욱 부채질하고 나섰다.

그 결과 새우깡은 최근 한 달간(5월 24일~6월 23일) 전년 대비 30% 늘어난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1분기 짜파구리에 이어 2분기에는 새우깡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등 연이어 예상하지 못한 호재가 터지면서 내부 분위기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농심의 호실적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우깡을 필두로 한 제과류의 판매 증가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시장의 라면 수요 증가가 실적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증권가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일본·유럽 등 해외에서 라면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면서 농심의 2분기 해외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7월 13일 올해 상반기 미국법인의 매출(잠정 집계)을 공개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1억6400만 달러(약 1969억원)를 기록,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히며 이런 예상에 힘을 실었다. 농심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는 최근 ‘신라면(신라면 블랙 포함)’의 활약이 최근 도드라진다. 신라면은 상반기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약 4800만 달러(약 578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기생충’·‘깡’ 열풍 이어 맛있는 라면 1위까지…돌발 호재에 웃는 농심
국내외에서의 판매 증대에 힘입어 이베스트증권은 농심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6505억원, 영업이익은 423억원이 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5%, 영업이익은 415.6% 증가한 수치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