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언택트 투자’ 트렌드, 2030 넘어 5060까지 확산
-초보 투자자에게 ‘인사이트’ 제시
채널K·하나TV·월급구조대…유튜브에 공들이는 증권사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시중 자금이 주식 시장에 꾸준히 몰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0%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식과 채권 등을 통해 ‘시중금리+α’를 찾아 나서는 ‘머니 무브’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주식 시장의 트렌드는 언택트(비대면) 투자의 확산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신규 유입된 26만여 명의 고객 중 90%가 비대면 채널로 거래를 시작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2016년 14%에 불과하던 50~60대 투자자들의 비율이 올해는 26%까지 증가했다.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언택트 투자가 전 계층으로 확산된 셈이다.

증권가는 언택트 투자 트렌드에 맞춰 이른바 ‘주린이(주식+어린이)’ 등을 위한 실시간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투 유튜브 채널 ‘하나TV’ 구독자 급증

올해 초까지만 해도 증권사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의 대세는 키움증권의 ‘채널K’였다. 유튜브 채널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구독자 수에서 채널K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 벽)’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판이 바뀔 조짐을 보인다. 하나금융투자의 ‘하나TV’가 판을 흔든 주인공이다.
채널K·하나TV·월급구조대…유튜브에 공들이는 증권사들
하나TV는 6월 말 신한금융투자의 ‘월급구조대’를 따돌리고 구독자 수 2위로 올라섰다. 이후 가파른 구독자 증가 폭을 보이며 채널K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 1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 기간이 경쟁사 대비 현저히 짧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널K는 2013년 5월 운영을 시작했다.

7월 16일 기준 증권사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순위는 채널K(7만1200명), 하나TV(4만7900명), 월급구조대(4만4200명), 한국투자증권 ‘뱅키스(4만3200명)’ 등의 순이다.

하나TV의 인기 비결은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를 활용한 중계방송에 있다. 하나TV는 매일 오전 7시 30분 진행하는 리서치센터 오전 회의를 ‘모닝 브리프’라는 타이틀을 걸고 생중계한다.

모닝 브리프는 애널리스트들이 각 영업점을 대상으로 맡은 부문과 종목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회의를 일반인에게도 공개하자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오전 미팅 현장을 가감 없이 실시간 중계한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는 물론 펀드매니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하나금융투자의 설명이다.

5월 중순부터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대가와의 만남’도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위기를 극복한 대가들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투자자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제대로 긁어 주자는 취지로 도입한 콘텐츠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세터장이 사회를 맡아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등이 차례로 출연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장 마감 뒤에도 구독자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조만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7월 17일부터 한경비즈니스 ‘베스트 증권사’ 선정 기념 ‘하나TV가 쏜다’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TV를 구독하고 인증하거나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하나머니’를 선착순 제공한다.
채널K·하나TV·월급구조대…유튜브에 공들이는 증권사들
조용준 센터장은 “리서치센터 중심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1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하나금융투자가 비대면 채널의 최강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투는 ‘주린이’ 타깃 예능형 콘텐츠 제공

다른 증권사들도 유튜브 채널 강화와 차별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요 콘텐츠를 들여다보면 각 증권사가 공을 들이는 사업 부문도 짐작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월급구조대는 사회 초년생과 주린이를 겨냥한 예능형 투자 정보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월급을 가지고 투자해 보고 싶지만 금융이 어렵기만 한 이들을 타깃으로 금융 분야 유명 인플루언서 등이 경험담에 기반해 팁과 노하우를 알려주는 데 초점을 뒀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금융 상품을 비롯해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등에 대해 투자 경험과 성향에 따라 단계적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시리즈를 구성했다.
채널K·하나TV·월급구조대…유튜브에 공들이는 증권사들
한국투자증권의 뱅키스는 온라인 실시간 증권 방송 ‘이프렌드에어’가 메인 콘텐츠다. 애널리스트들의 시황·업종·종목 의견 등을 매일 5회 생방송을 통해 제공한다. 오전 8시 50분 ‘에어의 아침’에서는 미국 증시와 시초가 동향, 당일 시장 전략을 제시한다. 장중 3회에 걸친 종목 분석 등의 생방송을 거쳐 오후 3시 20분 ‘마감 브리프’를 통해 하루 시장을 정리하는 식이다.

KB증권 유튜브 채널에서는 ‘지키세(지금 키워야 할 세금 지식)’와 ‘지식 비타민’이 인기다. 전문가가 세금 정보와 금융 상식을 토크쇼 형식으로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린이를 위한 ‘본격 해외 주식 이야기’와 ‘영·소·금(영상으로 소개하는 금융 상품)’도 인기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다는 게 KB증권의 설명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유튜브 채널 ‘스마트머니’에서는 ‘내 손안의 해외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애널리스트 등이 주요 해외 기업의 투자 포인트와 리스크 요인 등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외 주식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이슈나 업무 처리에서 궁금한 사항을 고객 관점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영상도 업로드하면서 해외 주식의 정보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커버하는 콘텐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삼성 POP’에서는 업계 최초로 유튜브 투자 설명회 형식을 도입한 ‘삼성증권 라이브’가 인기다. 고객이 영상을 보면서 댓글 등 질문을 남기면 애널리스트가 방송에서 바로 답변을 진행하는 콘텐츠다. ‘글로벌 유망 종목’에서는 애널리스트가 해외 유망 종목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디지털 채널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한 전담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10년 이상의 베테랑 프라이빗 뱅커(PB)로 구성된 디지털상담팀이 ‘원 포인트 상담’을 원하는 고객에게 전화와 문자 상담, 세미나 개최 등의 휴먼터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시대가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리서치센터가 제공하는 장문의 보고서보다 동영상 등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추세”라며 “증권사들의 정보 제공 방식도 투자 주체의 니즈를 반영하는 형태로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