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에 23배 매출 성장
- 국내 독점사업권·뉴발란스키즈 중국 유통권 추가 보장까지

이랜드가 팔면 대박, ‘뉴발란스’의 성공 스토리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연간 200억원에 머무르던 매출이 10여 년 만에 4500억원대로 늘었다. 나이키·아디다스와의 경쟁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지만 턱밑까지 추격해 3~4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운동화를 비롯한 스포츠 의류 용품을 살 때 나이키·아디다스와 동일선상에 놓고 고민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에서 보여준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성공 스토리다.

◆ 뉴발란스 국내 매출 4500억원 달성
이랜드가 팔면 대박, ‘뉴발란스’의 성공 스토리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뉴발란스지만 연출자는 이랜드다. 2008년 이랜드가 한국 뉴발란스 라이선스 사업권을 획득한 이후 성공이라는 스토리를 덧입혔다.

뉴발란스는 이랜드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생소한 브랜드였다. 러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나 동호회에서 이용하는 러닝 전문 브랜드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에 이랜드는 국내 판매를 시작한 뒤 유통망을 정비하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제품을 선별해 팔았다. 2009년부터 의류도 직접 제작해 팔기 시작했다. 국내 트렌드는 물론 한국인 체형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직접 제조·판매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탕콤 공장 사업화기술개발(R&BD)센터에서는 이랜드가 직접 개발한 뉴발란스의 첨단 소재부터 기능성 소재가 즐비하게 전시돼 있을 정도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랜드는 2007년 200억원대 매출에 머물렀던 뉴발란스의 매출을 2010년 1600억원, 이듬해인 2011년엔 3000억원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지난해엔 4500억원을 기록해 10년 만에 23배 성장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브랜드 인수 초기 탄탄한 영업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뉴발란스 신발이 10·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꼭 구비해야 할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한 것이 주효했다.

젊은 층에게 영향력이 큰 패션 리더들을 브랜드 홍보대사로 선정해 패션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여 가는 마케팅 전략도 한몫했다.

뉴발란스키즈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랜드는 초기 뉴발란스 매장 한쪽에서 아동복을 소량 판매했다. 뉴발란스 아동복의 인기가 높아지자 2013년부터 뉴발란스키즈 단독 매장을 NC백화점 송파점에 열었다.

뉴발란스키즈 매출은 2017년 980억원대, 지난해엔 1250억원대로 급증했다. 국내 스포츠 아동 브랜드 중 선두로 국내에서 단독 매장 108곳을 포함해 총 13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뉴발란스키즈는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제작한 제품이 일본과 대만 등 해외 글로벌 뉴발란스 법인들에 ‘역수출’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 뉴발란스 매출의 50%는 이랜드가 직접 제조한 의류에서 나온다”며 “전 세계 뉴발란스 판매국 중에서 의류 매출 비율이 절반에 달할 정도로 높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뉴발란스가 성공 가도를 달리자 미국 뉴발란스 본사 측은 이랜드에 무한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계속 함께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4월 있었던 국내 단독 사업권과 중국 내 상하이·베이징 등 10개 도시에 대한 사업권 5년 연장 계약이다.

뉴발란스와 이랜드 사이에 끼어든 경쟁사도 없었을 만큼 양 사 사이의 관계는 견고했다. 오히려 뉴발란스 측은 이랜드에 뉴발란스키즈의 중국 시장에 대한 판매 계약도 맡겼다.

◆ 2025년까지 계약 연장
이랜드가 팔면 대박, ‘뉴발란스’의 성공 스토리
이번 계약을 통해 이랜드는 오는 12월까지 보유하고 있던 한국 독점 사업권과 중국 내 유통권을 2025년까지 행사하게 됐고 추가로 중국 내 뉴발란스키즈 사업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경쟁사가 없었을 정도로 본사와 이랜드 간 신뢰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사실 절실한 쪽은 뉴발란스다. 이랜드라는 메가 파트너를 놓치면 지금까지 쌓아 왔던 유통망을 재정비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직접 한국에 진출한다면 초기 투자비용도 부담이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더욱이 이랜드가 국내 유통 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앞선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랜드는 뉴발란스 라이선스 사업권을 가져오기 직전까지 푸마와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국내에서 판매해 왔다. 1990년대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던 푸마를 2007년엔 2000억원대로 키워 냈다.

하지만 푸마 본사는 2008년 이랜드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푸마코리아를 설립한 후 직접 진출했다. 그 직후 매출이 반 토막이 났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취향과 유통망의 특징 등 현지 상황을 잘 몰랐다는 것이 패인으로 꼽힌다. 반대로 국내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패션 기업으로 잔뼈가 굵은 이랜드의 영업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이 밖에 폴로·망고·나인웨스트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에 직접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즐비하다. 패션업계에선 ‘직진출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수입 판매하던 망고는 2012년 직진출한 뒤 매장을 대부분 철수하는 등 사업 부진을 겪었다. 두산이 판매하던 폴로 랄프로렌은 2011년 직진출했지만 매출이 반 토막이 났고 코치·아베크롬비·나인웨스트 등도 직진출했다가 실패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를 국내에서 판매할 때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 체형에 맞는 사이즈 등 현지화 작업이 꼭 필요하다”며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브랜드에서 라이선스 제조·판매 등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계약 연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이랜드에 맡긴 중국 시장에 대한 판매 계약 연장과 추가로 맺은 뉴발란스키즈 중국 내 판매 계약이다. 사실 이랜드가 중국에서 전개하는 뉴발란스 사업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5년 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7년 중국의 한한령(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발동된 중국 내 한류 금지령) 조치의 타격으로 지난해 45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감소한 매출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이랜드는 한한령 조치 이후 효율이 떨어지는 작은 매장들을 정리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발란스가 이랜드에 계속 사업권을 맡기고 뉴발란스키즈 판매 사업권까지 추가한 것은 그만큼 이랜드의 영업력을 믿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이랜드는 올해부터 중국 내 뉴발란스 매출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상하이·베이징·톈진 등 주요 대도시 10곳을 위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뉴발란스가 스포츠 브랜드 3위 안에 들기 위해선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중국 시장에서도 뉴발란스와 뉴발란스키즈를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