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상대방과의 신뢰는 협상의 기본…‘대답할 만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중요
협상 상대방이 스스로 정보를 말하게 하는 법
[이태석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협상은 일종의 정보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 협상이든 외교 협상이든 마찬가지다. 정보는 협상력의 원천이다. 노련한 협상가는 상대 정보 파악에 많은 힘을 쏟는다. 정확한 정보는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보의 힘은 단지 협상력을 결정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치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무엇을 원하고 왜 중요한지 알면 ‘주고받기(log-rolling)’가 가능하다.

협상에서 주고받기는 이런 것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덜 중요하지만 상대에게 중요한 것은 내주고 상대에게는 덜 중요하지만 자신에게는 중요한 것은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가치 협상’의 기본이다. 안타까운 것은 협상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다.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면 이용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런 두려움을 만든다. 결국 신뢰가 부족한 셈이다. 믿지 못하기 때문에 정보 공유를 꺼리는 것이다.

협상 테이블 위에 ‘가치’를 두고 떠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면 정보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디팩 멜호트라 교수와 맥스 베이저만 교수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전략1-없는 신뢰도 만들어 쌓아라


정보 공유의 핵심 요소는 신뢰다. 믿는 사람에게는 터놓고 얘기한다.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놀라운 사실은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노련한 협상가는 협상 전이나 끝난 다음에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쌓은 신뢰뿐만 아니라 없는 신뢰까지 구축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이다. 진심을 담아 솔직하게 말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행동이 믿음을 준다. 꾸밈없이 소탈한 태도가 인간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해당 쟁점에 대한 해박한 식견은 말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를 뛰어넘는 지식과 데이터로 무장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은 상대와의 결속의 끈을 강화하는 것이다. 결속의 끈은 비즈니스를 떠나 개인적인 관계를 말한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이나 취미 생활을 공유하면 친밀감이 조성되며 신뢰 구축이 용이해진다.

◆전략2 -의심이 들수록 질문을 던져라


정보를 수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나서는 이들은 질문을 잘 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그것은 상대방이 답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것은 엄청난 실수다. 질문한다고 답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질문을 던졌을 때 답변을 들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협상의 마지노선을 알고 싶다면 최종 수치를 물어서는 안 된다. 대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 바로 상대가 ‘대답할 만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 거래가 귀사의 비즈니스 전략에 어떻게 부합합니까”, “만약 원하는 서비스를 우리가 제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그 계획이 혹시 빗나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됩니까” 등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자신이 할 말에만 몰입해 질문 던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략3 -적절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라


필요한 질문도 던졌고 신뢰도 구축했다. 그런데도 상대는 여전히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상호 호혜’의 법칙을 이용하면 효과가 있다.

즉 정보를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게 가장 중요한 점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다음 그쪽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쟁점을 말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상대에게 제안해 보자.

이 방법은 정보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는 데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점진적’으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다만 밝혀도 되는 정보와 밝히지 말아야 할 정보는 구분해야 한다.


◆전략4 -여러 쟁점을 한꺼번에 협상하라


하나씩 논의하면 각각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가격을 다룰 때는 가격, 지불 조건을 다룰 때는 지불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는 식이다. 그러면 상대방의 우선 순위나 선호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좋은 방법은 여러 쟁점을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신호를 찾아야 한다. 여러 쟁점 중에서 상대가 계속 되돌아 가고자 하는 쟁점이 무엇인지, 또 가장 감정적으로 나오거나 긴장을 유발하는 쟁점이나 말을 듣기보다 직접 말하려고 하는 쟁점, 타협을 요구할 때 가장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전략5 -여러 가지를 동시에 제안하라


한 가지만 제안하지 말고 ‘두 가지’를 동시에 제안해 보는 것도 좋은 협상 방법이다. 예를 들어 어떤 품목을 구매한다고 하자. 당신은 낮은 가격과 1년 이상의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을 원하고 판매자는 높은 가격에 짧은 AS 기간을 원할 것이다.

이때 가격과 AS 기간 둘 중 판매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제안을 동시에 보여주고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물어보라.

[제안1 - 가격 3% 인하, AS 기간 1년]

[제안2 - 가격 2% 인하, AS 기간 1.5년]

만약 상대가 ‘제안1’을 선택한다면 AS 기간을 늘리느니 차라리 가격을 더 깎아 주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판매자가 ‘왜 AS 기간에 집착하는가’다. 장기간의 품질 유지에 자신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AS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정보는 여러 가지 제안을 동시에 해보지 않고서는 얻기 힘들다. 이 전략의 또 다른 이점은 선택권을 넘겨줌으로써 당신을 융통성 있는 사람으로 보이게끔 해준다는 것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