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286호 (2020년 07월 20일)

본격적 상업화 시작한 4족 보행 로봇

기사입력 2020.07.20 오후 03:19

[테크트렌드]
- 로봇 ‘스폿’, 일반인 판매 개시…뛰어난 지형 접근성 갖춰 비대면 경제 핵심 될 것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제공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폿’.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제공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6월 선도적 로봇 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4족 보행 로봇 ‘스폿(Spot)’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기 시작했다. 스폿의 출시는 지금까지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러 있던 4족 보행 로봇이 현실에서 얼마나 유용한 로봇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4족 보행 로봇의 출현  
4족 보행 로봇은 4개의 다리를 이용해 이동하는 로봇이다. 4족 보행 로봇에 대한 R&D가 본격화된 시기는 1960년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미군으로부터 자동차가 다니기 힘든 험지에서 트럭을 대체할 운송 수단 개발을 의뢰 받은 제너럴일렉트릭(GE)은 4개의 다리로 걷듯이 이동하는 ‘걷는 트럭’을 개발했다. 


걷는 트럭은 오늘날의 4족 보행 로봇과 달리 사람이 직접 운전석에 올라 조종하는 기계였다. 지나친 연료 소비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한 ‘걷는 트럭’의 아이디어는 세계적 농기계 전문 업체인 존 디어에 의해 ‘팀버잭’이란 별칭의 ‘걷는 트랙터’의 개발로 이어졌다. 


오늘날의 4족 보행 로봇처럼 사람이 타지 않는 형태의 로봇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에 일본 도쿄공업대연구소에서 개발하던 타이탄 시리즈라고 볼 수 있다. 당시 도쿄공업대연구소에서는 뱀 형태의 로봇, 바퀴 방식의 로봇, 보행 로봇 등 다양한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4족 보행 로봇은 2005년 무렵 등장한 빅독 시리즈다. 높이 약 0.8m의 빅독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JPL(Jet Propulsion Laboratory), 하버드대 연구소 등과 함께 미국 국방고등연구프로젝트사무국(DARPA)의 후원을 받아 만든 군수 물자 운반용 로봇이었다. 하지만 빅독 시리즈의 사업화는 2015년 말 무산됐다. 수십 kg의 물품을 운반할 정도의 강력한 힘과 충분한 가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장착한 동력원인 가솔린 엔진의 소음이 너무 커 군사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폿과 스폿 미니 등 크기도 작고 소음도 작은 4족 보행 로봇의 개발에 집중해 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외에 아틀라스와 핸들 등의 2족 보행 로봇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4족 보행 로봇은 이동 기능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각종 물품의 운반·배송 작업과 보안·감시·정찰·검사·청소 등은 4족 보행 로봇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업무들이다. 그래서 4족 보행 로봇의 경쟁 상대는 드론과 차륜형 로봇 등 주행 능력을 갖춘 거의 모든 기계류와 인간을 망라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다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족 보행 로봇이나 차륜형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및 인간과는 직접적인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보다 넓게 본다면 인간이 사용하는 손수레나 모터사이클과 같은 중소형 운반 수단들도 4족 보행 로봇의 경쟁 상대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4족 보행 로봇은 다른 경쟁 상대들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지형 접근성이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지표면에서 바퀴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면적은 지표면의 30%에 그치고 무한궤도로 접근할 수 있는 면적도 최대 50%인 반면 다리 방식으로는 거의 모든 지역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한다. 지형 접근성 측면에서 동등한 2족 보행 로봇에 비해서는 동작의 안정성과 운반 능력이 더 우수하다. 4족 보행 로봇은 이동 과정에서 4개의 다리 중 하나만 공중에 떠있고 나머지 3개의 다리는 몸체를 지탱하므로 1개의 다리만으로 몸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2족 보행 로봇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고 그만큼 물품 운반 능력도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장점의 반대급부로 구조적으로 더 복잡한 기구부, 더 무거운 하중, 더 많은 에너지 소모량 등의 단점도 있다.


4족 보행 로봇은 이동이라는 중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려면 해당 작업에 적합한 로봇 팔 등의 기타 장비들을 추가로 장착해야 한다. 가령 4족 보행 로봇을 배송용 로봇으로 사용하려면 택배 상자를 들어 올리거나 고객의 현관문을 열 수 있는 매니퓰레이터와 로봇 손과 같은 엔드 이펙터도 함께 장착돼야 한다. 또 다양한 지형에서 활동할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의 우수한 이동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보안·감시용 로봇으로 사용하려면 카메라나 적외선 센서, 음향 탐지 센서 등의 각종 감시 장비가 부착돼야 한다. 만일 화학 공장에서 설비 점검용 로봇으로 사용하려면 열 탐지 센서나 가스 탐지용 화학 센서 등이 장착돼야 한다. 


이처럼 4족 보행 로봇이 상용화되려면 4족 보행 기술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기본이고 작업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라이다·레이더·카메라·시각 인식 인공지능(AI) 등의 각종 하드웨어·소프트웨어와 함께 물리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매니퓰레이터 등의 각종 장비가 모두 완결성 있게 결합돼야 한다. 따라서 4족 보행 로봇 업체들이 사업화에 성공하려면 매니퓰레이터, 각종 센서 등 추가 장착돼야 할 장치나 설비 분야의 전문 업체들과 함께 협력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 보인다. 


최근에는 4족 보행 로봇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는 시도도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치타3’는 시속 50km의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4족 보행 로봇이다. 치타3가 여타 로봇들과 가장 다른 점은 계단을 오르거나 장애물을 회피하는 등의 동작을 할 때 시각 정보가 아닌 촉각 정보를 이용하는 점이다. 마치 인간이 앞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는 주변을 더듬으며 걷듯이 치타3는 다리를 통해 얻는 촉각 정보로 계단의 높낮이 등을 감지하며 걸을 수 있는 기능 개발에 이용됐다. 


4족 보행 로봇의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FAU) 연구소가 공개한 4족 보행 로봇 아스트로는 인간의 육성 명령을 인식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아스트로에는 심층 신경망 방식의 AI가 탑재돼 학습 시간이 늘어날수록 보다 많은 명령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산하 로멜라연구소가 개발 중인 ‘알프레드2’는 네 개의 다리를 팔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로봇이다. 물건을 잡는 피킹 작업을 할 때는 일부 다리가 다관절 매니퓰레이터처럼 물건을 잡고 나머지 다리는 지지대 역할을 하도록 개발돼 스폿처럼 로봇 팔을 추가할 필요 없이 4족 보행 로봇 스스로가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미국의 모티브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보맨티스는 주행 기능의 강화에 초점을 두고 개발되고 있다. 4개의 다리 끝에 바퀴가 달려 있어 평지에서는 차륜형 로봇처럼 빠르게 주행하고 장애물이 있을 때는 4족 보행 기능을 이용해 넘어가도록 해 주행 속도와 장애물 극복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애니보틱스의 애니말은 로봇의 라스트 마일 배송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활용됐다.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이 개발하는 배송용 자율주행 셔틀이 고객의 집 근처로 물건을 운반하면 셔틀 내에 탑재된 애니말이 계단이나 장애물을 넘어 이동할 수 있는 4족 보행 기능을 활용해 고객의 집 현관으로 택배 상자를 운반하고 다리를 이용해 현관의 벨을 눌러 고객에게 직접 물건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또 열 감지 센서와 가스 센서를 탑재한 애니말은 에너지 업체 테넷의 북해 해상 에너지 생산 시설에서 화재 위험과 가스 누출 여부를 점검하는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2019년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먼저 출시됐고 최근에는 일반인 대상의 판매도 시작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폿은 다양한 현장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되면서 4족 보행 로봇의 구체적인 활용도를 탐색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일부 스폿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항 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보안용 로봇으로 사용됐다. 또 미국 매사추세츠 주 경찰에 도입된 스폿은 순찰 업무 및 폭발물 처리반의 원격 감시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또 2020년 초에는 노르웨이의 해상 유전에서 카메라와 음향 센서 등을 이용해 폭발·화재·가스 누출 등의 사고 위험성을 점검하는 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 전반의 비대면화가 추진되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인간이 접근하기에 위험한 지역이나 오염된 공간의 소독·방역 작업에도 스폿이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다양한 4족 보행 로봇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갖춘 스폿의 출시는 4족 보행 로봇의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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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7-21 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