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언택트 선견지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 CMO 계약
-코로나19로 고객사 실사 어려워질 것 예상해 VR 시스템 구축
벌써 지난해 수주 물량 4배 돌파…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밀은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 들어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수주 물량을 확보하며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국 고객사의 실사가 어려워진 점 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인천 송도 공장을 온라인으로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누적 수주액 1조764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7303억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CMO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3739억원)의 4배 이상이다. 지난해 매출(7016억원)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물량을 상반기에 이미 확보했다.
벌써 지난해 수주 물량 4배 돌파…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밀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상반기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이뮤노메딕스·GSK와 미국·스위스 소재 제약사 등 7곳과 연이어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7월 6일에는 얀센의 자회사 실락과 344억원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CMO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누적 수주 건수는 8건, 총 수주액은 1조7647억원으로 늘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단일 공장 연간 생산량 기준 세계 최대인 18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을 완공했다. 1·2공장을 포함한 생산 규모는 총 36만4000리터로 이 또한 세계 최대 수준이다. 품질 경쟁력의 척도인 글로벌 제조 승인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총 53건을 획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기준 35개였던 CMO 제품 수를 올해 47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제품 수를 43개로 늘린 현 추세를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3공장의 가동률도 현재 35% 수준에서 조만간 약 60%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지난해 수주 물량 4배 돌파…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최대 규모의 생산 능력이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위기 속에 재조명 받으면서 연속 수주의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 치료제 신규 개발에 더해 기존 약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관련 CMO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CDO)과 위탁 연구(CRO) 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기준 CDO 42건, CRO 10건 등 46개 글로벌 고객사에서 총 87건의 프로젝트(CMO 포함)를 수주했다. 올해는 CDO 18건 이상의 수주를 목표로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등의 CMO 증산에 대한 고객사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지속 확산되면 치료·예방 목적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해 4공장 증설과 제2캠퍼스 부지 확보 등 긴급 증설 준비 체제 가동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 의약품 공급을 위해 생산처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그동안 서구권 위주였던 의약품 CMO가 아시아로 확대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혜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사태에도 수주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언택트 선제 대응’에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 2만8022㎡ 규모의 인천 송도 공장 전체를 온라인으로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구축했다. 외국 고객사의 국내 방문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온라인 견학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세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전면적 언택트 견학 시스템을 구축한 유일한 사례라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라이브 버추얼 투어 시스템’도 구축 완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라이브 버추얼 투어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규제 기관의 검사는 물론 고객사의 실사가 어려워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방문 없이도 세계 어디에서든 공장 곳곳을 둘러보며 실시간 원격 실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발 빠른 대응은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수주로 이어졌다.
벌써 지난해 수주 물량 4배 돌파…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밀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월 8일 개막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 가상 전시관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27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당초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디지털 방식(바이오 디지털 2020)으로 개최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개한 가상 전시관은 CMO·CDO·CRO 등 회사의 주요 사업을 영상과 그래픽 콘텐츠를 통해 생동감 있게 소개해 호평 받았다. 전시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회사 내 곳곳을 실제 눈으로 보는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전시회에서의 대면 미팅을 가상 전시관에 도입한 시도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에 대해 원하는 정보를 리소스 라이브러리에서 자유롭게 다운받고 추가로 궁금한 정보가 있으면 따로 요청하거나 담당자와 일대일 회의를 예약할 수 있도록 해 고객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벌써 지난해 수주 물량 4배 돌파…삼성바이오로직스의 비밀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가 신뢰하고 만족하는 ‘원스톱 서비스 기업’이 되기 위한 ‘3P(People·Process·Portfolio) 혁신 전략’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이어 간다는 목표다. 혁신 전략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원가와 속도 경쟁력도 더욱 강화하는 등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54.09% 증가한 2330억원이다. 매출은 33.55% 증가한 93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70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 늘었다. 영업이익은 917억원으로 64.8% 증가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0년 전 뿌린 삼성 신사업의 작은 씨앗이 견실한 묘목으로 성장했듯이 3P 혁신 전략을 통해 현재의 묘목이 단단한 거목으로 자라 글로벌 바이오 헬스 생태계의 큰 숲을 이룰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의 꿈과 열정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