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액추에이터 분야 토종 로봇 기업…“AI 기반 자율주행 로봇으로 서비스 로봇 시대 열 것”
‘똑똑 점심 배달 왔어요’…배송 로봇 시장에 도전하는 로보티즈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인 배송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기존의 자동 배송이 유통과 물류의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의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구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배송 로봇’은 라스트마일 배송을 자동화하는 데 해결사 역할을 한다. 아마존은 2019년 1월부터 자율주행 로봇 ‘아마존 스카우트’로 배송 테스트를 시작했다. 페덱스는 자율주행 로봇 ‘페덱스 세임데이 봇’을 통해 라스트마일 배송 전쟁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배달의민족이 배달 로봇을 운영할 예정이다. 유통·물류와 서비스 분야에서 라스트마일 배송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라스트마일 구간은 배송 단계 중 가장 비효율적인 구간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전체 물류 과정 중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로봇연맹(IRF)에 따르면 글로벌 배송 로봇 시장은 2019년 57억 달러(약 6조9000억원)에서 2022년 225억 달러(약 27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라스트마일을 잡기 위한 경쟁의 중심에 배송 로봇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 로봇 전문 업체들도 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실내외 환경에서 배송 로봇 기술 확보 중
로봇 솔루션 전문 기업 로보티즈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4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로보티즈 본사 앞에서 로봇 배송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기업용 식대 관리 서비스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와 함께 비대면 로봇 점심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모바일로 점심 메뉴를 주문하면 로봇이 배달해 주는 비대면 서비스로, 실외 자율주행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로보티즈는 지난해 12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과하면서 로봇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실외 자율 주행을 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상으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공공 도로와 보도 통행이 불가능하다. 로보티즈의 배송 로봇은 특례 통과 시점부터 2년 동안 서울 강서구 마곡동을 시작으로 강서구 일대의 인도와 횡단보도를 주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0년도 로봇 산업 핵심 기술 개발 사업’에 선정되면서 배송 로봇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게 됐다. 로보티즈는 ‘고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자율 승하차를 통해 신속하고 안전하게 물품의 실내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다중 로봇 시스템 상용화 기술 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 실증’ 과제로 응모해 최종 선정됐다.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자율주행을 핵심 기술로 실외와 실내 배송을 겸한 로봇을 테스트 중에 있다”며 “정통 로봇 기업으로서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주행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로보티즈는 업계에서 엑추에이터 분야의 강자로 통한다. 1999년 4월 설립된 후 2003년 로봇 전용 엑추에이터 ‘다이내믹셀(Dynamixel)’과 구동 관련 소프트웨어를 출시해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에듀테인먼트 로봇 사업 분야와 연구용·서비스용 로봇 플랫폼 사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로봇을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한다면 로보티즈는 특히 서비스 로봇을 공략한다. 로봇은 공장에서 정해진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로봇에서 변화하기 시작해 점차 전문 서비스와 개인 서비스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향후 로봇 시장이 서비스 로봇 위주로 성장하고 특히 물류 분야의 로봇에 대한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과 AI로 기술적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공장 안의 로봇의 공장 밖으로 나와 인간에게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똑똑 점심 배달 왔어요’…배송 로봇 시장에 도전하는 로보티즈


스스로 판단하는 로봇…서비스 분야 다변화
로봇업계에서 라스트 마일 배송은 20여 년 전부터 유망 분야로 꼽혀 왔다. 상용화되기까지는 해결돼야 할 두 가지 기술적 과제가 있었다. ‘통신’과 ‘인식’이 그것이다. 통신은 속도 면에선 크게 진일보했지만 외부 환경에서 높은 단가와 실시간성 지연으로 로봇을 구동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최근 5G 시대가 열리면서 이 걸림돌이 해소됐다. 또한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자율주행의 단초가 열리기 시작했다.


서비스 로봇 B2B(기업 대 기업) 업체로서 솔루션 기반의 로봇 기술을 제공하며 산업계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 로보티즈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로봇 관련 기술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축적된 기술력과 최근 배송 로봇 샌드박스 규제 통과를 분기점으로 AI 기반의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티즈는 2022년부터 자율주행 로봇 관련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터뷰]김병수 로보티즈 대표
“배송 로봇 이어 스마트 시티 시장 공략”


‘똑똑 점심 배달 왔어요’…배송 로봇 시장에 도전하는 로보티즈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로봇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고려대 전기공학과 재학 시절부터 다양한 로봇 경진 대회에 참가해 199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로봇축구연맹 주최 로봇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1999년 로보티즈를 설립, “모두가 로봇을 꿈꾸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창의력을 판매하는 회사”를 목표로 국내 로봇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로보티즈가 선보인 배송 로봇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국내에는 아직 배송 로봇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주로 실내 배송을 중점으로 하고 있고 실외 배송 로봇은 아파트 단지나 대학 캠퍼스에서 실증 테스트를 하는 형태다. 로보티즈의 로봇은 실외 배송에 특화된 로봇으로, 특히 인도와 횡단보도를 활용한 음식·택배 배송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배송 로봇은 언제 상용화되나.
“배송 로봇의 상용화 시점은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인도·횡단보도를 활용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야외 공원, 공공 시설, 주거 단지 등의 환경에서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적·제도적으로 더 풀어야 할 과제는 없나.
“배송 로봇을 상용화하는 것에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 개선이다. 로보티즈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 함께 산업 융합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도로교통법·개인정보호법·자동차관리법 등 다양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배송 로봇은 사람의 인력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나.
“로봇이 인력을 대체하는 것보다 보완 기능이 더 클 것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의 확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배송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배송 로봇은 사람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실내외 통합 배송도 가능한가.
“현재는 실외 배송에 좀 더 집중하고 있지만 로보티즈의 자율주행의 시작은 실내 환경에서 먼저 개발됐다. 향후 통합 배송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배송 로봇과 관련해 유망한 시장은 어디인가.
“배송 로봇은 우선 음식·택배 배달에서 수요가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이와 관련된 대규모 물류·마트·배달 전문 기업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공원, 정부 청사, 생산 시설, 병원 등 대규모 공공 또는 민간 시설에서 관련 물품 이송 관련 기업에서도 관심이 높다. 장거리 배송이 아닌 라스트마일과 건물과 건물 간 근거리 배송 등에 활용하는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시티에서도 로봇의 활용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스마트 시티에서 로봇은 모빌리티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야는 스마트 시티 내 실내외 물품 배송이다. 그뿐만 아니라 보안과 모니터링을 위한 패트롤 로봇, 자동 주차를 위한 주차 로봇, 스마트 시티 안내를 위한 로봇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중 로보티즈는 현재 주력하고 있는 실내외 배송과 함께 보안·모니터링 로봇도 관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

배송 로봇 이후 또 어떤 서비스 로봇이 준비돼 있나.
“배송 로봇 이후에도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영역을 제한 없이 도전하고자 한다. 특히 방역·패트롤 로봇 등에 우선 관심을 갖고 개발할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자율주행 기술의 안정화와 신뢰성 확보에 노력할 계획이다.”


대표가 생각하는 로봇은 무엇인가.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한다. 로봇은 인간에서부터 출발한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6호(2020.07.18 ~ 2020.07.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