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3년간 22개…정책 실패가 불러온 ‘부동산 광풍’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는 7월 10일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다주택자에게 취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사고파는 거래뿐만 아니라 보유하는데 대해서도 동시에 세금 폭탄을 투하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화시키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한다는 정책 논리를 주장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기가 문제라면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폭탄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작년부터 본격화한 공시 가격 인상 정책과 종부세율 인상 정책으로 인해 1주택자라도 세금이 누진적으로 증가했다.

거대 여당과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된다면 전월세 계약 신고를 의무화하고 재계약 시 임대료를 한 번에 5% 이상 올리지 못한다는 전월세 상한제, 세입자에게 1회의 갱신 청구권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사유 재산권 침해 소지가 큰 법이 마구잡이로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게 된다.

양도세는 내년 6월 1일까지 유예되므로 당장 매물이 증가할 유인이 없고 폭등한 양도세로 인해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떠날 수 있는 퇴로까지 막힌 상황에서 당분간 자금이 있어도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임대인에게 가중된 세 부담은 풍선 효과를 가져와 전월세 상승으로 이어지고 임차인은 전월세 대란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6·17 대책으로 대출이 어려워지다 보니 이젠 소위 금수저가 아닌 3040대는 집을 사는 것이 그림의 떡이 돼 버렸다. 계속되는 새 부동산 정책으로 오히려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7·10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7월 16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은 전주 대비 0.09%로 6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 부동산 정책이 3년 남짓한 기간에 22개나 발표됐다는 것은 심각한 정책 남발로,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도 그 대상이 여러 명이면 초래될 다양한 상황에 대해 고민하게 마련인데 전 국민 초유의 관심사이자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강한 부동산 정책이 급조돼 누더기 법으로 평균 1개월 반마다 실시된 것이다.

이쯤 되면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확실한 것은 정책의 결과가 집값 안정 대신 유례없는 부동산 광풍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기본적으로 시장 경제를 인정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그 어떤 것도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주택 가격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기본적 욕구인 ‘내 집 마련’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서 가격 통제 일변도의 정책은 필패일 수밖에 없다. 도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라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주택 공급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

저금리 시대의 풍부한 유동성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고 있고 현저한 불황의 조짐을 보이는 데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부동산 시장으로 투기 자금이 몰리지 않도록 친기업적·친시장적 환경을 조성해 여유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시장 원리가 배재된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