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제 1287호 (2020년 07월 29일)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위한 ‘노아의 방주’일까 [비트코인 A to Z]

기사입력 2020.07.27 오전 10:00

[비트코인 A to Z]


- 스마트 콘트랙트 활용해 비트코인 확장성 넓혀…2140년 채굴 완료돼도 문제없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을 위한 ‘노아의 방주’일까 [비트코인 A to Z]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경진 해시드 심사역] 비트코인의 총 발행 가능량 2100만 개 중에서 현재까지 약 1843만 개가 채굴됐다. 이들 중 약 1만3000개 정도의 비트코인은 이더리움 위에 올라타 있다. 비트코인이 이더리움 위에 올라타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리가 흔히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크게 두 가지 의미 중 하나를 선택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총 2100만 개가 발행될 수 있는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이다. 둘째는 이러한 코인을 유통하는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서의 비트코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발행된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중 일부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아닌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비트코인을 굳이 왜 이더리움 위에서 유통하는 것일까. 비트코인의 블록 생성 주기가 길고 초당 처리 가능 거래 숫자가 작아서일까. 비트코인의 확장성은 분명히 이더리움보다 떨어지지만 아직까지 그것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다.



그보다 비트코인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은 강력한 스마트 콘트랙트 기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댑(Dapp)들을 지원하고 있다.



댑 중에 최근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탈중앙화 금융인 디파이(DeFi)다. 디파이는 시중에 유통되는 이더리움 기반 암호 자산들에 연 5~10%가 넘는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해 주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오피코드(OP code)를 기반으로 간단한 계약을 구현할 수는 있지만 이더리움 만큼 복잡한 계약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결국 비트코인을 가지고 추가적인 수익을 내는 방법은 중앙화된 시파이(CeFi) 금융 업체들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비트코인을 이러한 업체들에 송금해야 하고 이들의 자산 관리 방식과 운용 방식이 외부로 잘 타나나지 않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유통할 수 있다면 스마트 콘트랙트를 이용한 디파이 프로토콜에 비트코인을 예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활용하는 두 가지 방식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위에서 유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비트코인을 수탁해 두고 이에 대한 증표로서 이더리움 위에서 ERC20 토큰을 발행해 주는 방식이다. 법정 화폐의 가격을 추종하는 스테이블 코인을 구현하는 방식에 비유해 보자면 테더의 USDT나 서클의 USDC와 같은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프로젝트로는 wBTC, tBTC, renBTC가 있다. 다른 방식은 합성 토큰을 이용하는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에 비유하면 메이커의 다이(DAI)와 같은 방식이다. 현재까지는 신세틱스의 sBTC가 유일하다. 이러한 wBTC, tBTC, renBTC, sBTC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현돼 있지만 결과적으로 1BTC의 가격을 추종하게 된다.



첫째 방식인 수탁 방식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자. wBTC는 wBTC 발행 요청을 할 수 있는 중개 회사들(Merchant)이 정해져 있고 이들이 수탁 전문 회사인 빗고(BitGo)에 비트코인을 예치하는 방식으로 발행이 진행된다. 이 중개 회사들은 자신들이 맡긴 비트코인에 대한 인출권으로서 wBTC라는 토큰을 받게 되고 이를 다시 빗고에 보내면 비트코인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매우 간단하고 가장 오래된 방식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발행된 ‘비트코인 토큰’이지만 암호 자산 커뮤니티에서는 그렇게 환영받는 방식은 아니다. 발행과 정산 과정이 자동화돼 있지 않고 그 과정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지 않다. 가장 중요하게는 수탁 회사인 빗고를 신뢰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만약 빗고가 자신들이 수탁하고 있는 BTC의 수량을 속이고 시장에 너무 많은 wBTC를 공급하게 된다면 wBTC 보유자들이 BTC를 정해진 수량만큼 받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똑같은 수탁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wBTC의 중앙화 위험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tBTC와 renBTC다. tBTC는 빗고라는 정해진 하나의 업체가 수탁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수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이는 발행하는 tBTC의 수량에 비례하는 이더(ETH :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토큰)를 직접 예치해야 하고 부정한 행위를 했을 때 자신의 ETH를 잃게 된다. 중앙화된 포인트를 분산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많은 이더 담보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아직은 한계가 있다. 2020년 4월 큰 기대를 받으며 출시됐지만 스마트 콘트랙트에 보안 위험이 발견되면서 많이 도입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wBTC의 대체재로 지난 5월 등장한 것이 renBTC이다. renBTC는 RenVM이라는 일종의 합의 네트워크에 의해 구현된다. 이 네트워크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는 별도의 네트워크다. 여러 블록체인들의 상호 운용(Interoperability)과 송금(Transfer)을 주목적으로 한다. 기술적으로는 복잡하지만 renBTC는 쉽게 말해 wBTC에서 빗고가 하던 역할을 별도의 합의 네트워크가 기계적으로 대신 해주는 방식으로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tBTC와 달리 이더 담보가 필요하지도 않으므로 유동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2020년 5월 출시돼 현재 약 1600개 정도의 renBTC가 발행됐고 wBTC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째 방식은 sBTC는 실제로 비트코인을 보관하지 않은 채 다른 토큰을 담보로 비트코인의 가격을 추종하는 합성 토큰을 만드는 방식이다. 합성 토큰이라는 영역은 아직 실험적이다. 초과 담보의 개념 때문에 담보물의 총가치보다 항상 작은 규모만큼만 합성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수탁 방식의 비트코인 토큰화보다 실제 도입이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업 증명으로 변화 꾀하는이더리움



현재까지 발행된 그리고 앞으로 발행될 모든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 올리는 것도 가능할까. 이론적으로는 물론 가능하다. 위에 서술한 여러 방식들 중 하나를 택해 진행하면 된다. 비트코인이 시가총액이 큰 토큰이라고 해서 이더리움 위에 올릴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의 ERC20 토큰 또한 이더리움에 발행돼 있는 수만 가지 토큰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다루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굳이 모든 비트코인을 이더리움 위에 올릴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미래에는 그럴지도 모른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대략 2140년이면 2100만 개의 비트코인이 모두 채굴되거나 비트코인 신규 채굴량은 0이 된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0이 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채굴자들의 채굴 유인은 거래 수수료밖에 남지 않는다. 현재 비트코인의 새 블록을 채굴하는 보상 중 거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0.5~10% 정도다. 나머지 90% 이상은 신규 채굴 보상(Block reward)이라는 뜻이다. 이 보상이 사라지면 비트코인 채굴 유인이 급격하게 감소한다. 이 때문에 2140년이 다가오기 전에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비트코인의 보안성이 크게 감소하고 심하게는 네트워크가 종말에 이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작업 증명(PoW)이라는 채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지분 증명(PoS)이라는 채굴 방식으로의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지분 증명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고 지나치게 자원을 많이 낭비하는 PoW 대비 좀 더 지속 가능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또 이더리움은 채굴될 수 있는 총량에 한계가 없다. 합의만 있다면 신규 채굴 보상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중단하고 모든 비트코인을 마치 노아의 방주에 태우듯이 이더리움으로 옮겨 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이러한 경우에도 비트코인이 여전히 디지털 골드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조금씩 이더리움으로 옮겨 오고 있는 현 상황과 많이 이더리움으로 옮겨 올 수도 있는 미래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20-07-27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