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비대면 시대’ 급류 속 혁신 속도 높이는 이마트·롯데마트·GS25·배달의민족
“오프라인만의 가치 찾아라”...미래형 점포 구축 나선 유통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미래형 점포’ 구축은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관통하는 새 키워드다.

대형마트부터 편의점 그리고 외식업계까지 ‘미래’라는 단어를 입힌 신규 점포를 선보이며 온라인에 빼앗긴 고객들을 되찾아 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구축하는 속도나 방식은 기업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제각각이다.

다만 고객들이 과거엔 느끼지 못했던 편리함과 재미 등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목적’만큼은 모두 일치한다. 이런 노력 없이는 더 이상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틀을 깬 대형마트의 변신

특히 올해 초부터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비대면 소비’라는 새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감염을 우려해 사람들은 외출하기를 꺼린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이 부분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고 소비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가진 만큼 이런 소비 유형이 확산되는 것은 치명타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으로 쇼핑의 무게 추가 빠르게 이동하며 입지가 좁아졌던 상황이라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유통 업체들이 저마다 처한 상황을 반영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미래형 점포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온라인 쇼핑 강세로 제일 큰 타격을 입은 대형마트다. 한때 대형마트가 새롭게 문만 열어도 ‘손님’들이 줄을 서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붙여진 별명이 바로 ‘유통 공룡’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확산, 최근에는 코로나19라는 돌발 악재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이런 별명이 무색할 만큼 상황이 어려워졌다.

대형마트들은 과거의 운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형태로 리모델링한 점포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마트타운 월계점(이하 월계점)’을 10개월에 걸쳐 리모델링한 뒤 지난 5월 재오픈했다. 향후 이마트가 나가야 할 방향을 담은 ‘미래형 점포’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월계점은 대형마트를 떠난 고객들을 다시 모셔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매장 구성부터 기존의 틀을 깼다.

월계점의 영업 면적은 총 1만9173㎡인데 이 중 마트가 차지하는 공간은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의 면적을 키즈카페를 비롯해 식음료 용품점(F&B), 패션 브랜드 등 테넌트(임대 점포)가 차지하고 있다.

다른 이마트 점포들은 마트와 테넌트의 비율이 대략 8 대 2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집객력 높은 테넌트를 입점시킴으로써 고객들이 마트를 방문하는 다양한 목적을 만들어 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마트도 전체 면적이 줄었지만 오프라인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선한 그로서리 제품들을 다양화하며 차별화를 둔 것도 특징이다.

최근에는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리뉴얼 오픈한 5월 28일부터 7월 21일까지 월계점의 방문객 수와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와 5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계점이 의미 있는 수치를 가져다주자 내부 분위기도 모처럼 고무적이다.

롯데마트는 중계점과 광교점을 지난 4월부터 온라인 전용 기지 역할을 하는 ‘풀필먼트 스토어’로 재탄생시키며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마트와 달리 모객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에 대응하는 목적으로 점포를 구성한 것이 눈길을 끈다.

풀필먼트 스토어의 매장 내부를 보면 여느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천장을 올려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벨트컨베이어를 설치해 인근 지역의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들이 실시간으로 움직인다. 직원이 장바구니에 주문 상품을 담아 매장 내 4곳에 설치된 전용 리프트(피킹 스테이션)로 들어 올려주면 레일을 타고 장바구니가 알아서 집하장으로 이동한다.

고객들은 2시간 안에 자신이 주문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중계점과 광교점의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 건수는 최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0.8%, 175.6% 늘어났다.

아직은 중계점과 광교점 인근 고객들만 이런 빠른 배송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향후 롯데마트는 더 많은 지역으로 풀필먼트 스토어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온라인 대응에 다소 뒤처진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는 롯데의 새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IT 활용한 편의점·식당도 등장


택배·모빌리티 충전 등 매장 내에서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하며 성장해 온 편의점은 완벽하게 무인으로 운영하는 점포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BC카드 사옥 내부에서 올해 1월 ‘GS25 을지스마트점’의 문을 열었다. 이 편의점에는 상주하는 직원이 없다.

방문 고객은 QR코드를 출입문에 찍고 들어간 뒤 물건을 골라 나오면 된다. 상품 진열대에 설치된 300여 개의 무게 감지 센서는 고객이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의 수량과 무게 등을 감지한다.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결제 시스템을 통해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들이 자동 결제되는 방식이다. 미국 아마존의 무인 매장 ‘아마존고’와 비슷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아쉽게도 완벽하게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한 상태다. 여러 기술들을 실험하는 단계이며 이용도 BC카드 사옥 내에 근무하는 직원들만 가능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가맹점 경영주들이 보다 편리하게 점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인력 운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실증하고 보급하기 위한 것이 현재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여러 기술들에 보다 완성도가 더해지면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무인 점포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집밥이 대세가 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계에는 로봇 등을 활용한 ‘푸드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비대면이라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재미까지 더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달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 서울 송파구에서 운영 중인 ‘메리고키친’은 자율주행 로봇이 음식 서빙을 한다. 이 로봇은 한 번에 최대 4개 테이블에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매장 내 직원이 음식 쟁반을 서빙 로봇에 담아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로봇이 최적의 경로로 주문자의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알아서 피하는 기능도 있다.

또 메리고키친에선 QR코드로 식사를 주문하고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한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큰 틀에서 보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미래형 점포 구축 작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이런 점포들이 얼마나 큰 효과를 가져다주느냐에 따라 앞으로 변화의 속도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비대면이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결코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을 잡기 위한 유통 업체들의 새 전략들이 계속 마련되고 실제 매장에 입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nyou@hankyung.com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오프라인만의 가치 찾아라”...미래형 점포 구축 나선 유통사
-이마트타운 월계점, 고객 니즈 파악해 마트 비중 축소...테넌트 강화로 ‘승부수’
-롯데마트 중계점, 바구니 속 상품이 집하장으로 알아서 ‘척척’...온라인 주문 ‘2시간 배송’ 실현
-GS25 을지스마트점, 10초면 쇼핑 ‘끝’... AI센서와 카메라가 움직임 분석하고 QR코드로 자동 계산
-배달의민족 메리고 키친, 스마트 오더로 주문하고 자율주행 로봇 서빙 받고...레스토랑도 이제 ‘비대면 시대’
-장진석 보스턴컨설팅그룹 MD 파트너 “오프라인 점포는 물건 사는 곳 아니라 경험 공간 될 겁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