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이마트타운 월계점 르포
[미래형 점포] 이마트, 고객 니즈 파악해 마트 비중 축소…테넌트 강화로 ‘승부수’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내부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된 화장품·옷가게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문 오른쪽에는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여러 유명 ‘맛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7월 22일 오전 11시께 찾은 ‘이마트타운 월계점(이하 월계점)’은 입구에서부터 기존 대형마트와 다른 분위기를 내뿜는다. 방문 고객들이 계산대와 생활용품 판매대를 맨 처음 마주하도록 하는 점포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형마트의 구조인데 월계점은 달랐다.

점포의 앞면은 테넌트(임대 매장)가 꽉 채웠다. 액세서리부터 젊은 층이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이 공간을 지나친 뒤에야 비로소 장을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의 이마트가 나타났다.

점포를 훑어보는 사이 시계는 낮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산했던 매장은 어느덧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식당가 주변은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긴 줄을 선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손님이 부쩍 줄었다는데 월계점은 예외였다.

◆백화점 못지않은 ‘맛집 거리’ 인산인해


총 2개 층으로 운영 중인 월계점은 10개월에 걸친 긴 리모델링 끝에 지난 5월 28일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영업을 시작한 점포다. 이마트는 월계점의 재오픈을 앞두고 자사의 ‘미래형 점포’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는데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해 보니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가 갔다.
[미래형 점포] 이마트, 고객 니즈 파악해 마트 비중 축소…테넌트 강화로 ‘승부수’
우선 1층부터 살펴봤는데 매장 곳곳에서 위기에 빠진 오프라인 점포를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들이 묻어났다.

테넌트를 전면에 내세운 것부터 기존의 이마트와는 차이가 있다. 마트는 매장 후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정문에서 바라보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월계점의 주인공은 더 이상 장보기를 목적으로 하는 ‘마트’가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점포 구성을 들여다보면 이 사실이 더욱 여실히 나타난다. 이마트에 따르면 월계점의 영업 면적은 총 1만9173㎡다. 그중 마트가 차지하는 공간은 30%에 불과하다. 키즈카페를 비롯해 식음료 용품점(F&B), 패션 브랜드 등 테넌트가 나머지 70%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이마트 점포들은 마트와 테넌트의 비율이 대략 8 대 2로 마트가 단연 압도적이다. 월계점도 과거에 이런 비율로 구성돼 있었지만 새 단장하며 테넌트 비율을 대폭 높였다.

월계점을 이렇게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의 발길을 점포로 이끌고 또 오래 머무르게 함으로써 마트 매출까지 늘어나게 만드는 ‘낙수 효과’를 노렸다.

다양한 테넌트가 입점한 만큼 월계점에는 장보기 외에도 즐길거리가 많았다. 우선 ‘월계 미식가’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식당가는 시내에 있는 백화점 못지않았다.

브런치 카페 ‘카페 마마스’, 일본 가정식 식당 ‘온기정’,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퀸즈’ 등 소문난 맛집들이 운영 중이었다.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 앞에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애슐리퀸즈를 찾아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묻자 “대기 손님이 많아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식사를 포기하고 매장을 더 둘러보기로 했다.

◆대형마트 최초로 안다르 등 유치


쇼핑 공간은 그동안 대형마트에서 볼 수 없었던 점포들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특히 ‘꾸까’라는 점포 안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알고 보니 이곳은 커피 등의 음료를 팔면서 꽃꽂이 강좌 등을 진행하는 ‘플라워 카페’였다. 이날도 5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 앞에는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애슬레저 브랜드 안다르 매장도 보였다. 김채언 이마트 대리는 “꾸까와 안다르 브랜드가 대형마트에 들어온 것은 월계점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월계점의 2층에서는 마트의 흔적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온전히 쇼핑하고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1층이 스타필드 느낌이 강했다면 2층은 신세계백화점의 한 층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했다. 이 부분 역시 이마트가 의도한 것이다.

일단 조명부터 다르다. 김 대리는 “2층에는 조도를 일부로 백화점처럼 낮게 설계했다”며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고객들이 편안하게 쇼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집객력 있는 전문점도 대거 유치했다. 2층 매장 정중앙에는 ‘아크앤북’이 들어섰다. 아크앤북은 책과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쉽게 구하기 어려운 책들도 판매하며 ‘독서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로 평가받는다.
[미래형 점포] 이마트, 고객 니즈 파악해 마트 비중 축소…테넌트 강화로 ‘승부수’
체험 테마형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도 있었고 다양한 스포츠 액티비티를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바운스 트램펄린’도 운영 중이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드램펄린 위에서 껑충껑충 뛰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 밖에 장난감 가게 ‘토이 킹덤’과 ‘레고샵’도 마련해 가족 단위의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해 보였다.

마트 운영 방식에 큰 변화를 준 것도 월계점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월계점에는 1층에서만 마트를 운영하는데 여기에서도 ‘운용의 묘’를 살렸다.

직접 마트 안으로 들어갔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신선식품 코너다. 이를 최전선에 배치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온라인은 배송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식품 신선도 측면에서 오프라인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이마트는 채소와 과일 등 신선한 ‘그로서리’ 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승부수를 띄웠다. 실제로 월계점 리모델링 후 마트가 차지하는 면적은 크게 줄었지만 되레 그로서리 공간의 면적은 늘어났다.

기존에는 3636㎡(1100평)였는데 지금은 3966㎡(1200평)가 됐다. 반대로 온·오프라인 모두 품질이 균일한 비식품이 차지하는 공간은 1만1900㎡(3600평)에서 1652㎡(500평)로 대폭 줄었다.

늘어난 면적을 활용해 월계점의 그로서리 코너는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를 더욱 다양화했다. 온라인에서는 아직 구매하기 어려운 품종의 과일과 채소들을 진열해 놓은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과 모양의 토마토와 계절 과일들이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었다.

서비스 강화 측면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생소한 채소나 과일이 놓인 진열대 위에는 제품 설명과 함께 ‘맛있게 조리하는 법’ 등이 적혀 있었다.

육류와 수산물 코너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모양과 두께로 상품을 토막 내 포장해 주는 ‘오더 메이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월계점이 가진 특징이다. 고기를 아이들이 좋아하는 ‘별 모양’으로 썰어 담아 주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반응이 좋아 최근에는 다른 이마트 매장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하나둘 도입해 나가는 추세다.
[미래형 점포] 이마트, 고객 니즈 파악해 마트 비중 축소…테넌트 강화로 ‘승부수’
지친 고객들을 위해 마트 입구에 ‘아트리움’이라는 쉼터를 마련한 것도 기존의 이마트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꾸민 이 장소에는 장바구니 또는 커피를 손에 쥔 채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곳곳에 앉아 있었다.

다양한 전략을 내부에 새롭게 입힌 월계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들로 북적였다. 식사를 마친 고객들은 내부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테넌트를 강화한 효과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이마트에 따르면 리뉴얼 오픈한 5월 28일부터 7월 21일까지 월계점의 방문객 수와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상승했다. 방문객 수는 21%, 매출은 58%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뷰
안영혜 월계점 테넌트 팀장
“고객 목소리 반영한 테넌트 늘려 나가겠습니다”
[미래형 점포] 이마트, 고객 니즈 파악해 마트 비중 축소…테넌트 강화로 ‘승부수’
전체 매장 구성에서 테넌트 비율이 높아진 만큼 월계점 내부에는 다른 점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팀이 존재한다. 바로 ‘테넌트팀’이다. 올해 2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해 이마트 본사와 소통하며 어떤 방식으로 테넌트를 구성하고 운영할지 함께 고민한 끝에 지금의 월계점이 만들어졌다.

현재는 점포에 들어선 테넌트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존에 월계점에서 가전 문화와 패션 부문을 담당했던 안영혜 팀장이 부서를 이끌고 있는데 그를 만나 테넌트 유치 과정과 향후 계획 등을 물어봤다.


▶월계점이 테넌트를 강화한 첫 ‘미래형 이마트’로 구축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상권을 꼽을 수 있습니다. 리모델링 결정에 앞서 리서치 업체에 의뢰해 월계점 상권 주변을 조사했습니다.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돼 인구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상업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죠. 이런 니즈를 고려해 월계점을 테넌트를 대폭 강화한 매장으로 꾸미기로 한 것이 본사의 결정이었습니다.”


▶집객력 높은 다양한 테넌트가 운영 중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로 월계점 주변에 거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조사해 듣기도 했습니다. 식음료(F&B)·키즈카페·맛집·서점 등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이런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리모델링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월계점을 찾게 될 것이란 결과가 도출됐고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고객들의 니즈를 하나하나 조사하고 실제 반영해 매장들을 구성한 셈입니다.”


▶유치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입점 유치는 본사에서 담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테넌트 팀은 월계점을 찾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본사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며 꾸준히 소통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죠. 특히 월계점에 들어온 테넌트 중에는 그간 대형마트에 입점한 경험이 없는 브랜드들이 상당수입니다. 안다르도 그렇고 꾸까도 마찬가지죠. 자연히 이들을 설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어요. 내부 유치를 위해 10번 이상을 찾아간 브랜드들도 많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계속 반영해 나갈 예정입니다. 마트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점포는 정식 입점한 브랜드가 아닌 팝업스토어예요. 2주에 한 번씩 입점 브랜드가 바뀝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팝업스토어를 유치해 나갈 예정입니다. 현재는 휴게 공간으로만 사용 중인 아트리움도 고객이 원하는 것들로 채워 나갈 계획을 갖고 있죠. 이 장소에서 공연이 펼쳐질 수도 있고 새로운 맛집이 들어설 수도 있습니다.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해 결정할 것입니다.”


enyou@hankyung.com


[‘오프라인의 반격 미래형 혁신 점포’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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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87호(2020.07.27 ~ 2020.08.02) 기사입니다.]